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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통 3사 “고객이 왕” 한목소리
[비즈니스] 이통 3사 “고객이 왕” 한목소리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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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성제 앞두고 가입자 붙잡기 골몰…SKT·KTF 수성, LGT 대대적 반격 준비 이동통신사들이 갑자기 고객을 외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LG텔레콤이 ‘고객사랑’을 내걸고 “고객의 상식에 맞게”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다 7월부터는 SK텔레콤도 ‘스피드011 레인보우 캠페인’을 내걸고 고객의 참여와 권리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이에 질세라 KTF도 8월부터 귀여운 아가들의 행복한 모습을 앞세우며 “해브 어 굿타임”을 외치면서 고객만족 경영에 목소리를 높인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짜기라도 한듯 똑같은 이야기를 똑같은 어조로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대로 그들에겐 꿍꿍이가 있다.
논의만 무성하던 번호이동성제도가 드디어 내년 1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번호이동성제도는 가입자가 전화번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바꿀 수 있는 제도다.
이제까지는 서비스를 바꾸고 싶어도 번호를 바꿔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쉽게 이동을 못했다.
하지만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작되면 번호는 그대로 가진 채 이동통신사만 바꿀 수 있다.
예컨대 011번호를 가진 사람이 번호는 유지하면서 요금이 싼 LG텔레콤 서비스로 가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요금제도, 멤버십서비스 등은 LG텔레콤으로부터 019가입자와 똑같이 받으면서 번호만 011 번호를 쓰게 된다.
011 KTF가입자, 019 SK텔레콤 가입자 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제도는 무엇보다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도입된다.
SK텔레콤이 011이라는 번호를 브랜드화해 시장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줄여 보자는 것이다.
후발 사업자들이 아무리 통신품질이나 서비스력을 높여도 011이라는 번호의 ‘품위’에 대항하지 못하니까, 번호를 풀어놓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려는 통신시장 특단의 조치인 셈이다.
KTF ‘굿타임경영’으로 서비스 명품화 시도 때문에 시행시기도 시장점유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내년 1월부터 6월까지는 모든 가입자들이 LG텔레콤으로 이동하는 것만 가능하다.
011, 016 가입자가 LG텔레콤으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019 가입자가 SK텔레콤이나 KTF로 이동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7월부터는 LG텔레콤과 KTF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2005년이 돼야 016, 019 가입자들이 SK텔레콤으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후발 사업자들에겐 가입자 유치를 위한 절호의 찬스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 빼앗기는 물론 기존 가입자들을 붙잡기 위해 묘책 짜내기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온 게 ‘고객만족’ 시리즈인 것이다.
여기엔 통신시장 환경의 변화가 담겨 있다.
“이동통신시장 초기엔 단말기만 확보하면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러다 요금 경쟁이 시작됐고, 그 다음엔 성별·세대별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타깃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제는 승부를 걸 만한 게 고객서비스뿐이다.
”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들은 번호이동성제도라는 막강한 시장변화 변수가 등장하는데 쓸 만한 칼이 고객서비스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제 통화품질이나 요금에선 차이를 느끼기 힘들어 자기가 얼마나 대접을 받는가에 따라, 또는 이통사의 이미지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절감하면서 저마다 ‘고객’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현실속에서도 이동통신사들마다 느끼는 체감의 정도는 다르다.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된 후의 득실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위기를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다름아닌 KTF다.
이제까지 KTF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사이에서 착실히 자기 밥그릇을 챙겨 왔다.
요금이 크게 비싸지도, 통화품질 등 서비스가 아주 나쁘지도 않다는 ‘중간자’ 이미지 덕을 톡톡히 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각사들이 자신들의 강점을 크게 부각시키면 조금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요금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입자들이라면 LG텔레콤으로,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입자라면 SK텔레콤으로 빠져 나가는 일들이 속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자료들에도 이런 징후가 드러난다.
각사들이 조사한 자료들에 따르면 번호이동성제도를 실시했을 때 SK텔레콤 가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나고, 그다음으로는 LG텔레콤이 약간 늘어나며, KTF가 약간 줄어들게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즉 양쪽 쏠림현상의 가장 큰 피해자가 KTF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KTF는 최근 ‘굿타임경영’을 최전선에 배치하면서 회사 이미지를 새롭게 다지는 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굿타임경영은 전 부문에서 서비스를 명품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번호이동성 제도가 나타났을 때 LG텔레콤보다는 SK텔레콤으로의 이동이 좀 더 클 것으로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SK텔레콤이 가장 고급 아니냐는 막연한 심리적 저지선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고객에게 SK텔레콤을 넘어서는 명품서비스라는 느낌을 주는 게 우리의 목표다.
” KTF 관계자는 굿타임경영이 현재 온 회사를 뒤흔드는 화두라고 이야기한다.
“굿타임경영에 얼마나 이바지했는가가 인사평가의 한 항목이 된 것만 봐도 중요성을 느낄 것”이라며 변화 정도가 매우 크다고 말한다.
예전에 없어졌던 무제한 커플요금제 부활 등 눈에 보이는 변화들도 많다.
LGT, 경쟁사 가입자 정보 모으기 나서 번호이동성제도를 가장 큰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LG텔레콤의 준비도 만만치 않다.
이미 합리적 요금제, 멤버십제도 통합 등 ‘고객사랑’을 외쳐온 LG텔레콤의 비장의 카드는 단말기다.
아무래도 가입자를 옮겨오는 데 가장 큰 유인책이 되는 것은 저렴한 단말기이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은 이를 위해 저가형 전략 단말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나 LG전자를 통해선 저가단말기를 공급받기 힘들어 자체개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즉,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들여와 국내 중소형 단말기 제조사들이 만드는 단말기를 대량으로 저가에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번 카시오와 제휴해 내놓은 캔유폰도 그런 제품이었는데 호응이 좋았다.
동급 카메라폰이 보통 60만원대인데 비해 캔유폰은 현재 30만원대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10만명 가량되는 그룹사 직원을 이용해 다른 이통사 가입자 조사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LG그룹 직원이라면 011을 쓰는 가입자들의 전화번호와 인적사항을 약 40명 이상씩 모아 제출해야 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016 가입자도 수집할 계획이다.
LG그룹의 한 직원은 “할당량을 채우는지 여부가 인사고과에 반영될 예정이라 그룹사 직원이라면 무시하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대해 LG텔레콤 측은 “이동 의향이 있는 가입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기초 자료수집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힌다.
체면 같은 것은 다 던지고 가입자를 기필코 빼앗아 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SK텔레콤의 반응이다.
무슨 조치가 있어도 늘 시장지배력에 자신이 있다던 SK텔레콤이 이번에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불안한 모습을 나타낸다.
1년 동안 가입자를 뺏을 수는 없고 뺏길 수만 있는 상황이니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애써 키운 011브랜드를 짓밟는 이번 제도가 못마땅하다는 심기를 드러내기 위해 엄살을 떠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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