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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신의주 vs 평양, 화장품 전쟁
[북한경제] 신의주 vs 평양, 화장품 전쟁
  •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연구소
  • 승인 2003.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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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표적 화장품공장인 ‘평양화장품공장’과 ‘신의주화장품공장’이 ‘화장품 질’을 놓고 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9월23일 ‘변혁의 현장에서: 평양-신의주 화장품 질 경쟁’ 기사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며 이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신의주’는 ‘봄향기’라는 상표로 화장품을 만들고 있고, ‘평양’은 ‘은하수’라는 이름의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의주’는 원래 수출품 생산을, ‘평양’은 평양 일원의 내수 판매를 주로 해왔다.
따라서 두 상표가 직접 같은 전시장에서 부닥칠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싸움의 조짐은 2000년 나타났다.
당시 북한 정부에서 “수출품 생산에 주력하였던 신의주화장품공장을 포함하여 모든 공장들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국내 수요에 돌리”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의주’는 전국에 ‘봄향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 평양에서는 기존 ‘은하수’ 옆에 ‘봄향기’가 놓이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전쟁’ 상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판매량과 임금’이 큰 연관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의주’와 ‘평양’은 생산목표량을 생산해서 판매소에 내보내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지난해 7·1경제관리개선조처로 ‘번 수입에 의한 평가’를 하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에 따라 임금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됐고, 더욱이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화장품 원료 확보도 ‘번 수입’과 연결됐기 때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평양’의 노력이다.
‘평양’은 질적으로 ‘신의주’보다 한수위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런데도 ‘평양’은 질 높이기의 하나로 소비자 의견을 적극 듣고 있다고 한다.
‘평양’ 공장 기획위원인 박철(44)씨는 “구매자들의 반향을 수집하기 위하여 생산직장 책임일군들이 매달 상점들을 다닌다”고 밝힌다.
그리고 “향이 좀 부족하다, 피부에 잘 맞지 않았다 등 인민들 속에서 나온 여러가지 의견을 참고”한다.
‘평양’은 이런 의견들을 모아 “림상실험을 거듭하면서 보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이런 지적이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에서도 점차 ‘소비자는 왕’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흔히 자본주의 경제를 ‘소비자 주권의 경제’라고 하고, 사회주의 경제를 ‘생산자 주권의 경제’라고 한다.
자본주의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선택한 상품만 살아남는다.
이에 따라 생산자들은 이런 소비자의 수요와 기호 등을 철저히 분석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경제에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계획당국이다.
소비자가 개입할 여지는 지극히 적었다.
그런데 지난해 7·1조치 이후 북한도 ‘소비자 주권’에 눈뜨고 있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9월15일 신의주화장품공장이 “연간 수백만개의 다양한 화장품 용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물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신의주’의 ‘봄향기’가 ‘평양’의 ‘은하수’에 어떤 반격을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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