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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방카슈랑스 은행선 쇼핑만, AS는 보험사로!
[씽크머니] 방카슈랑스 은행선 쇼핑만, AS는 보험사로!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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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싸고 편하지만 은행만 믿다간 낭패…보장성·차 보험은 내년부터 판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방카슈랑스가 예상 밖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전담 창구를 마련해 놓고 본격적으로 보험 판매에 들어간 곳은 7개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 증권사, 상호저축은행 등 모두 90여곳에 이른다.
그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린 곳은 역시 두터운 고객층과 넒은 점포망을 확보하고 있는 은행이다.
아직 방카슈랑스를 준비 중인 제일은행을 제외한 7개 시중은행은 9월3일부터 24일까지 보험 판매로 모두 2701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거둬들였다.
대형보험사의 영업실적에 맞먹는 규모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큰 인기를 얻은 히트상품도 탄생했다.
11개 은행과 4개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AIG생명의 스타연금보험은 9월30일 하루 동안 무려 406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변동금리 상품이 주류이던 연금보험 시장에서 확정금리로 승부를 건 게 성공한 것이다.
스타연금보험은 원화로 거래할 경우 연 4.5%, 달러로 거래할 경우 연 4.0%의 확정금리를 보장한다.
AIG생명은 다른 보험사보다 보름이나 늦게 방카슈랑스 영업을 시작했지만, 스타연금보험의 인기에 힘입어 대형보험사를 모두 제치고 9월 판매실적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 방카슈랑스를 통해 보험에 드는 게 과연 좋은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9월 방카슈랑스 실적이 좋았던 것은 은행 직원이나 가족을 동원한 밀어내기식 판매와 대출을 조건으로 보험가입을 요구하는 ‘꺾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보험료도 당초 기대만큼 싼 편이 아니다”고 말한다.
반면 신행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정부가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혜택 기준을 현행 7년 이상 가입에서 10년 이상 가입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게 방카슈랑스 돌풍의 촉매제가 됐다”고 분석한다.
개정 세법이 내년부터 적용돼,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려면 올해 안에 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팀장은 “방카슈랑스는 보험설계사가 가져가는 수당이 없어 아무래도 보험료가 더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은행 판매 뜻밖 호조…“꺾기 덕” 지적도

방카슈랑스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에 있다.
이곳 저곳 다닐 필요 없이 한곳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찾아가 보험에 가입하는 만큼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설계사 채널을 통해선 구입할 수 없는 특화된 방카슈랑스 전용상품도 내놓고 있다.


일단 은행 방카슈랑스를 통해 보험에 들기로 했다면, 자신의 거래 은행에서 어떤 상품을 파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각 은행이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각각 3∼5개 업체와 제휴관계를 맺고 이들 업체의 상품만 판매한다.
또 제휴 보험사 상품이라고 해서 모두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생명보험에선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 5개 상품, 손해보험에선 주택화재보험 등 5개 상품만 1단계로 방카슈랑스 판매가 허용됐다.
보장성 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등 나머지 상품은 2004년 이후 단계적으로 판매된다.



보험·은행 상품간 차이점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방카슈랑스 상품에 가입할 때 판매 은행만 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은행은 어디까지나 보험사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대리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보험금 지급 등 사후 관리는 판매 은행이 아니라 판매를 맡긴 보험사가 담당한다.
대형은행에서 가입했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험 상품과 은행 상품의 차이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은행 예금은 중도에 해지하면 이자는 조금 손해보지만 원금만큼은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은 중간에 해약하면 원금을 찾지 못할 수 있다.
보험유지에 들어가는 사업비를 미리 떼어놓기 때문이다.
은행에 갔다 즉흥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한상언 팀장은 “장기 금융상품인 보험은 자신의 자산운용 계획이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며 “상품 종류가 워낙 많아 헷갈리긴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상품간 비교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만약 은행서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면 단호하게 거부하는 게 좋다.
대출 등을 조건으로 보험가입을 권유 또는 강요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이다.
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받았을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이나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면 된다.
이 밖에도 방카슈랑스 영업엔 여러 가지 규제가 많이 붙어 있다.
대부분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은행이 이를 무기로 보험을 판매하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방카슈랑스 전담 인력은 점포별로 2명 이상 둘 수 없도록 돼 있다.
점포 안에서도 지정된 창구에서만 판매해야 한다.
전화나 우편을 통해 가입을 권유하거나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보험을 파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방카슈랑스 상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신용보험이다.
신용보험은 은행에서 대출받은 고객이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려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남은 채무를 보험사가 대신 갚아주는 상품이다.
생명보험사의 신용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의 신용손해보험 두 가지가 있다.
신용보험은 은행서 대출을 받으면서 가입하는 상품이지만, 대출을 받을 때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필요에 따라 가입하면 되고, 가입 후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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