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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역차별이냐? 상생발전이냐?
[초점] 역차별이냐? 상생발전이냐?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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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균형발전특별법안 반발…표결 가더라도 국회 통과는 무난할 듯

국회가 이번엔 3대 특별법 처리라는 곤혹스런 과제를 받아들었다.
대통령 재신임 문제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10월15일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 등 지역발전과 관련된 3대 특별법 최종안을 확정하고 조만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이들 법안은 참여정부 출범 뒤 지난 8개월 동안 다듬어온 핵심 개혁법안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연내 처리를 요청해왔다.


대통령의 국회 지지 기반이 약한데다 재신임 문제까지 남았지만 대체로 법안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수도권 과잉 집중으로 지역 격차가 매년 벌어지는 상황에서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건 국무총리도 15일, 3대 특별법안의 국무회의 통과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중앙 집중 현상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특별법이 제정되면 지방 자치 역량이 강화되고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의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4월 총선거도 걸려 있고, 이들 법안의 처리를 미뤘다가 자칫 반개혁 세력이란 역공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경기도 대체법안 마련에 들어가

그러나 걸림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경기도가 ‘수도권 역차별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과 비교하면 다른 지방과 크게 나을 게 없는 경기도를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기준으로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다.
이 법은 ‘지방’을 ‘수도권 이외의 지역’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수도권 대학은 지방대학 육성 정책의 대상에서 빠진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경기도로 옮기는 건 제외다.


경기 지역의 이런 반발이 돌출적인 건 아니다.
지난 김대중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던 지역균형발전특별법도 2년 동안 끌다 결국 경기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폐기됐다.
문제는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엔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 지사는 3대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에 배석하려 했으나 아무 설명 없이 거부당했다”며 “법으로 국가경쟁력의 중심인 수도권 지역을 억제하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열린 도내 시장군수 정책회의에선 “노무현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하였다.


경기도는 이미 지역균형발전특별법 대체입법을 위해 법안 마련에 들어갔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안을 수정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수도권 소재 기업이나 대학의 지방 이전시 이를 지원할 수 있게 한 규정에서 ‘수도권 낙후지역 제외’란 단서를 새로 넣었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는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낙후지역엔 다른 곳으로 옮겨갈 대학도 없고, 기업도 몇개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특별법에 깔려 있는 기본적인 시각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단순히 지역균형발전특별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에 바로잡지 않으면, 이것이 전례가 돼 다른 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을 거칠게 나누고 있는데, 지방도 잘 들여다보면 사정이 모두 다르다.
동남권과 충청권은 제조업이 어느 정도 있지만, 강원권·서남권·제주권은 제조업이 거의 없다.
그걸 다 무시하고 단순하게 둘로 딱 나누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마다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경기도 연천이나 가평을 대전, 대구와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런 무리한 정책 추진엔 정치적 의도가 개입해 있다”며 “정치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면 비효율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5조원 규모로 조성될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도 논란거리다.
또 다른 경기도 관계자는 “특별회계에 들어가는 게 대부분 지방으로 다 오던 돈”이라며 “주머니만 바꾸어서 포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 자금 이외에 새로 조성되는 신규 재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의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그만큼 세금이 더 걷히면 지방의 대폭적인 지원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대체입법은 경기도 지역 여야 국회의원의 공동 발의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경기도지부 관계자는 “41명의 지역 국회의원 대부분이 참여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통합신당 소속 의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실무 준비는 도에서 하고 있다”며 “국가균형발전특별법상의 지방 개념에 수도권을 포함시켜, 서울 이외의 지역을 지방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골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체입법안 공청회가 10월27일 수원에서 예정돼 있다.
11월 초엔 여의도나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범도민 궐기대회도 열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런 움직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위원회는 손학규 지사의 잇따른 반발에 대해 “법안 내용을 왜곡해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별법의 목적은 수도권의 배제나 규제가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에 있다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골격을 이루는 지역혁신발전계획 수립, 지역전략산업 육성, 지역혁신체계 구축은 경기도 역시 다른 지역과 똑같이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경기 북부의 접경지역이나 도서 지역도 특별법상 낙후지역에 포함되도록 했다”고 말한다.



균형발전위, 4단계 수도권 발전 전략 제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성경륭 위원장은 4단계의 수도권 발전 전략을 제시한다.
그는 “지금은 지방과 수도권이 대립, 갈등 관계에 있다”며 “우선 수도권 인구를 안정화·적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신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단계는 수도권 발전을 억제하는 규제체계 전반의 개혁이다.
과학적인 도시계획과 체계적인 관리가 그 다음 단계다.
마지막은 수도권의 경쟁력 증진. 이를 위해 위원회 안에 수도권관리팀을 신설했다.


경기 지역의 반대 움직임이 특별법 통과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표결로 간다면 결과는 비교적 분명하다.
경기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져도 역부족이다.
한나라당 경기도지부 관계자는 “숫자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법안은 어차피 통과된다고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도권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나 균형발전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힘을 얻을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최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수도권 집중을 규제하면서 인위적으로 지방 육성을 시도하려는 것은 관치평등화 전략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수도권을 억제하는 것이 국제 경쟁 측면에서도 유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전국의 하향 평준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도 비슷한 내용의 사설을 싣고 있다.
물론 이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비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는 무기로 특별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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