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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콩' 심은 데 '돈' 나온다
[비즈니스] '콩' 심은 데 '돈' 나온다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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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콩 우유에서 시작한 인기몰이…아이스크림·화장품·속옷까지 점차 확산 “믿을 수 없으시겠지만…. 아직도 건강에 좋은 건 무조건 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건강에만 좋다면 콩인들 못 입혀드리겠습니까.” 언뜻 보면 먹는 것을 광고하는 건지, 입는 것을 광고하는 건지 아리송하다.
속옷회사 좋은사람들이 만든 콩 내의, ‘콩의 기적’의 광고 문구다.
기름을 제거한 대두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실을 뽑아내서 만든다.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다.
콩에 들어 있는 천연 사포닌 성분이 산화반응을 막아줘서 계속 입게 되면 피부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업체쪽 설명이다.
천연섬유인 만큼 피부 트러블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콩의 기적’의 효능으로 꼽힌다.
지난 9월1일 출시된 콩의 기적은 지금 속옷업계에 일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좋은사람들 마케팅부 임정환 팀장은 “지금까지 콩의 기적만으로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한다.
전체 매출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보통 제품수명이 3개월 정도면 끝나버리는 데 비해, 콩의 기적은 출시되자마자 물량이 부족해 재생산에 들어갔을 정도다.
이처럼 최근 콩이 새로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용히 불어닥친 콩바람은 식품업계에서 출발해 패션, 내의, 화장품으로까지 각 분야로 번지고 있다.
콩을 소재로 한 제품들이 쏟아지듯 나오는가 하면 상당수 업체들은 또 다른 콩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침체된 우유시장에 신선한 충격 아무래도 먼저 불을 당긴 건 식품쪽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우유업계 후발주자인 롯데햄·롯데우유가 내놓은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는 올해 최대 히트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3개월 만인 지난 6월부터 선두업체인 서울우유를 비롯한 12개 업체가 모두 미투(Me Too) 제품을 내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검은콩 우유가 단일품목으로 연간 18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일반 흰우유(시유)가 1조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롯데햄·롯데우유 권경찬 마케팅팀장은 “이번처럼 업계가 일제히 한 가지 제품에 달려든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한다.
사실 롯데는 지난해 초부터 검은콩 우유를 내놓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우선 최근 3년간 고전을 면치 못한 우유시장을 들여다봤다.
우유의 영양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그 식상한 맛 때문에 억지로 먹는 분위기도 있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음료군이 워낙 다양해지면서 우유는 이미 선택에서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 콩의 효능이 속속 알려졌고 일본에서도 검은콩을 소재로 한 음료가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특히 국산 검은콩은 일반 콩에 비해 이소플라본 성분이 10배 정도 많이 함유된 약콩으로 알려졌다.
골다공증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검은콩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지난해 8월에는 떠먹는 요구르트 ‘흑두’를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현미우유’나 오곡을 넣은 ‘아침에 우유’ 등 기능성 우유가 빛을 발하지 못한 이유가 ‘맛’ 때문이라고 보고 최대한 고소한 맛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이런 몇 가지 전략은 기존 두유시장과의 차별선을 긋기에 충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유는 우유의 대체제품으로 완만한 성장을 해왔는데, 두유의 주 재료인 콩과 우유가 결합하면서 훨씬 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검은콩 우유가 인기를 끌자 콩으로 만든 먹을거리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우유는 최근 검은콩 치즈를 출시했다.
서구적인 치즈 고유의 맛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겨냥해 신토불이 식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빙과업계에선 너도나도 검은콩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빙그레의 ‘검은콩豆바’, 해태제과의 ‘검은콩바’, 롯데제과의 ‘검은콩이 들어 있는 마블’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도 유기농 검은콩으로 만든 간장이 나오는 등 장류에서도 검은콩 열풍이 그대로 이어졌다.
의류쪽에선 콩내의말고도 LG패션에서 콩으로 만든 스웨터를 출시했다.
지난 9월 콩 단백질로 만든 건강의류를 표방하고 나온 ‘소이빈 실크 스웨터’가 그것이다.
LG패션 관계자는 “패션업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소재의 한계였다”며 “기능성 섬유의 재료로 콩은 큰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먹고 입는 것 외에 바르는 콩 개념도 나왔다.
LG생활건강은 지난 7일 콩요리 레스토랑 ‘콩두’에서 미용강좌를 실시하면서 ‘오휘 액티브 빈’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콩을 주성분으로 한 기초화장품 빈은 노화방지 성분을 함유한 콩을 얼굴에 바르면 피부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효능 알려지면서 소비자들도 관심 그런데 왜 하필 콩일까. 콩으로 만든 제품을 출시한 업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체로 “시류에 편승한 것”이라고 답한다.
먼저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각 분야에서 기능성 제품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식품회사 CJ의 김태성 과장은 “인간의 손을 최대한 덜 거친 천연재료의 사용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콩은 최근 들어 새로운 효능이 속속 밝혀지면서 중요성이 부각된 소재로 꼽힌다.
단순히 ‘밭에서 나는 쇠고기’ 이상의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식품 중앙연구소 손헌수 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콩 바람은 우리보다 콩 소비가 적은 미국에서 불어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사망률이 높은 심장질환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벌이던 중, 콩 소비가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 심장질환이 적다는 점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콩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해, 급기야 2000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콩 단백질이 함유된 가공식품에 “콩 단백질을 하루 25g씩 섭취하면 심장질환을 줄일 수 있다”는 표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에 이른다.
이런 관심이 거꾸로 아시아 지역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실제 콩이 노화방지에다 항암효과까지 다양한 효능을 지녔다는 점에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이소플라본 성분으로 인해 중년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런 맥락에서 손 소장은 “일시적인 사회적 분위기보다는 구체적인 임상실험 결과를 근거로 삼고 있어 콩에 대한 관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콩으로 만든 제품들은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효과를 내고 있어 업체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콩제품들은 대체로 일반 제품에 비해 20% 이상 고가다.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검은콩 우유의 경우 1천ml를 기준으로 1700원선이다.
원가가 800원인 일반 우유가 1천원선에서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콩이 매력적인 소재거리로 다가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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