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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對 이라크 채권기업 뭉치자
[비즈니스] 對 이라크 채권기업 뭉치자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3.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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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워싱턴클럽’ 창설 추진…국제 공조 통해 국가간 문제로 부각 노림수 현대건설이 ‘워싱턴클럽’ 창설을 주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라크 미수금 회수에 나섰다.
지금까지 이라크 미수채권 가운데 국가간 부채는 ‘파리클럽’에서, 금융기관 부채는 ‘런던클럽’에서 다뤄왔다.
하지만 민간채권 회수를 위한 단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민간채권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탓에 상환 요구도 제대로 못해본 것이 사실이다.
최근 현대건설은 이라크 민간채권을 가진 기업들의 모임인 ‘워싱턴클럽’을 만들어 조직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워싱턴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일본, 유럽 등 7~8개국 20여개 업체에 이른다.
이들 기업들의 채권은 이라크 민간채권 100억달러 가운데 3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민간채권은 모두 17억2천만달러에 이른다.
한국기업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남광토건, 대우인터내셔날, LG상사 등 9개사가 포함돼 있다.
특히 현대건설 채권은 무려 11억400만달러에 이른다.
이 정도 금액이면 최근 감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건설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선 현대건설은 워싱턴클럽을 통해 이라크 민간채권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과 공조해 현대건설의 채권이 후세인 정권 시절 군사시설 건설자금이나 무기거래 대금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탕감 대상이 아님을 인식시키려고 한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10월13일 서울 계동 사옥에서 삼성물산, LG상사, 현대종합상사 등 7개사가 참석한 가운데 미국 법률고문회사 아킨검프의 변호사 2명과 ‘워싱턴클럽’ 창설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서 아킨컴프쪽은 워싱턴클럽의 결성배경 및 법적근거, 향후 운영방안 등을 설명했다.
또 이라크 미수금에 대한 세계 각국의 시각, 미국 정부의 자세 등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워싱턴클럽은 최근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이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왜냐하면 대부분 민간채권이 1990년 걸프전 이전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채권들은 주택, 도로, 항만 등 공공시설 공사를 통해 확보한 것이다.
또한 현대건설의 채권은 대부분 이라크 중앙은행이 보증한 약속어음 채권으로 1991년에 이라크 재무성이 공식적으로 채무확인서를 발급하고 한국 대사관 영사가 확인을 했다.
장기간 회수하더라고 100% 상환 힘들 듯 최근에는 민간채권 회수에 희망을 주는 사건이 있었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8천만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알무사이 발전소 공사와 관련해 뉴욕주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현대건설이 승소한 것이다.
이번 승소로 인해 현대건설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김상욱 상무는 “비록 100%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미국 법정에서 승소했다고 이라크 정부를 상대로 당장 채권회수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라크 자산을 2007년까지 보호하도록 유엔이 이미 조치를 취해 법원 명령을 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라크의 원유나 원유판매 대금을 압류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아직은 이라크 정부에 공식적으로 채무 상환을 요구할 처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전후 이라크 재건 비용이 천문학적 금액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재건 비용이 최소 500억달러에서 2천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라크 채권 회수에 대해 미국 정부 내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우선 국방성은 모든 채권에 대해 적지 않은 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재무성은 국제기구를 통해 전례에 따라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가가 보증을 선 공공채권과 관련된 것에 한정된다.
결국 민간채권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라크 관계자들도 민간채권 상환에 다소 회의적인 자세를 보인다.
이라크 통상장관 알리 알라위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건설 미수금의 구체적 상환금액은 협상을 통해 재조정해야 하며 상환시기도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수금 전액 상환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한 그는 “조만간 이라크 채권국들이 모여 채무 상환에 대해 논의하고 여기서 채무 탕감 비율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상황이라면 이라크로부터 채무를 상환받더라도 100%를 건지기는 힘든 셈이다.
워싱턴클럽은 우선 파리클럽의 동향을 지켜볼 참이다.
파리클럽은 2004년 초에 공공채권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은 관망하는 자세다.
외교통상부 경제협력과 김경수 과장은 “워싱턴클럽 지원에 대해 아직은 깊이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며 “지원은 하겠지만 일단 민간채권이라 함부로 나서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공식 활동 꺼린 채 미국과 은밀히 조율 현대건설의 입장은 단호하다.
일부 채권자들은 채권을 할인해 매각하기도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럴 의사조차 전혀 없는 듯하다.
현대건설 김상욱 상무는 “아직까지는 채권을 헐값에 매각할 생각은 없으며 대부분 상환받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더라도 공사수주와 채무상환을 연관지어서 계약할 의도 또한 없다고 한다.
김 상무는 “이라크는 국제 무대에 복귀하기 위해 민간채권을 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현대건설은 그러면서도 워싱턴클럽의 활동이 대외적으로 밝혀지는 것을 꺼려하는 눈치다.
아무래도 미국 정부가 이라크 재건 비용 때문에 각국으로부터 기부금을 걷는 상황에서 민간채권 상환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워싱턴클럽 문제는 미국과 은밀하게 조율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의 채권회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대우증권 박용완 연구원은 “이라크전 종결로 현대건설 미수채권 회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최근 채권단이 추가 대손 결정을 내린 것은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허문욱 연구원도 “시장에서 이라크 채권은 일단 고려대상이 아니다”며 “현대건설 채권단이 최근에 감자 비율을 높인 것도 이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현대건설의 이라크 채권이 회수되더라도 장기에 걸쳐서 상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돈이 급한 현대건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허 연구원은 “워싱턴클럽은 현대건설이 이라크 민간채권을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부각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고 밝혔다.
**파리클럽** 파리클럽은 1956년 5월 아르헨티나 부채 상환 지연 문제 논의를 위해 채권국들이 모임을 갖은 것에서 시작됐다.
파리클럽은 공식적인 기구라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채권국이 달라지며 정부가 공여하거나 지급 보증한 중장기 채권의 상환 일정 조정이 주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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