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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국제 금값, 사재기 열풍에 ‘금값’
[세계경제] 국제 금값, 사재기 열풍에 ‘금값’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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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줄고 달러 약세 탓 연일 최고치…주요국 현물 보유량 많아 ‘단기적’ 전망도 황금시대가 다시 도래하는가? 세계 현물시장에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투자수단으로서의 금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금값은 지난 9월25일 런던시장에서 7년 만에 최고 수준인 온스당 389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0월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약세를 면치 못하는 달러화와는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 사재기 열풍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건 주요 헤지펀드들이다.
올 여름 이래 주요 헤지펀드들은 뉴욕옵션시장에서 모두 1110만온스어치의 물량을 사들였다.
이는 한 해 세계 금생산량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이제 일반투자자들도 일제히 금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올해 들어 금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투자수단이라는 믿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강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막대한 자금이 금 시장으로 몰리는 탓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바로 미국 달러화의 가치하락이다.
올해 예상되는 미국 재정적자가 4550억달러에 이를 뿐 아니라 내년에도 그 규모가 4750억달러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가까운 장래에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미국 경제를 엄습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실물 투자수단인 금이 자연스레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주요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생산량을 줄인 것도 금값을 상승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달러화 대신 자국 통화로 결제하는 이들 나라로서는 지금 단계에서 생산량을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당분간 황금시대 계속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선 금값은 물론, 금 생산업체들의 주가도 덩달아 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 해 이후 이미 40% 가량 뛰어오른 금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골드먼삭스는 세계 금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비이성적 투기 요소가 끼어들었다며 당분간 황금시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금값이 단기적으로 온스당 680달러까지 뛰어오른 1980년 상황이 되풀이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현재의 금 사재기 열풍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이미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이 상당량의 금을 현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값이 마냥 오를 수만은 없을 것이란 논리다.
실제로 세계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은 3만t을 훨씬 넘어선다.
예컨대 독일 연방은행 금보유고만 해도 세계 한 해 금 생산량보다 많은 3443t이나 된다.
문제는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느라 안간힘을 쏟는 각국 정부로서는 보유 중인 금을 내다팔아야 한다는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999년부터 2001년 사이 영국 재무장관인 고든 브라운은 재정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400t가량을 시장에 내다팔기도 했다.
오름세를 보이던 금값이 하락세로 재빨리 돌아선 건 물론이다.
유럽연합이 정한 재정적자 수준을 맞추지 못해 끙끙대는 독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연방은행 창고에 묻혀 있는 금을 내다팔아 280억유로 정도의 자금을 시급히 마련한다는 안을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금 내다팔기에 나설 경우, 세계 금 시장은 한순간에 차갑게 식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지난 1999년 15개국 중앙은행은 세계 금 시장의 급속한 붕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 해 내다팔 수 있는 금의 양이 400t을 넘을 수 없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각국 정부가 이 약속을 철저하게 지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결국 앞으로 세계 금 시장의 향배는 세계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주요 국가들의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좌우될 게 분명해 보인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금값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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