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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실 교육이 청년실업의 토양
2, 부실 교육이 청년실업의 토양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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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 강화·대학체제 개편해야…학기제·교과과정 재조정도 한 방법 중국 칭화대에 가면 칭화대기업그룹이란 회사가 있다.
일명 ‘학교기업’이다.
칭화대기업그룹은 100여개가 넘는 계열사들을 올초 28개사로 통폐합했다.
이 중에서 6개사는 상하이 증권시장에 상장이 돼 있다.
기술이전을 통해 주식을 보유한 기업도 70곳에 이른다.
그룹 전체의 매출은 1조7200억원에 달한다.
칭화대 학생들은 재학시절부터 칭화대기업그룹의 계열사에서 현장경험을 쌓는다.
졸업생들에겐 일하고 싶은 기업 중의 하나로 자리잡는다.
중국내에서 칭화대기업은 국내로 치면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에 견줄 만한 신뢰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교기업은 유용한 산학협력의 사례로 꼽힌다.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는 학교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국내에서도 내년 3월부터 학교기업 제도가 도입된다.
특정학과와 연계해 물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기업이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경북과학대의 감식초공장처럼 이미 운영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대졸 신입사원 수준 100점 만점에 26점 고민의 단초는 역시 청년실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전경련이 기업 인사담당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평가하는 대졸 신입사원의 지식·기술수준은 100점 만점에 26점에 그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신규 채용을 늘리라고만 할 수는 없는 실정인 것이다.
삼성전자 인사팀 김인수 전무는 “소비자가 공급자를 리드하는 시대”라며 “창조적인 끼를 가진 인재가 필요한데 기존 학교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지난 9월22일 공개한 청년실업대책에서 학교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산학협력 강화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체제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략산업이나 신성장산업 등 신규인력이 필요한 분야에 정원을 늘리고 현장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현장실습 학점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전공 분야별 취업률 공표제도 역시 내년부터 시행할 것을 검토중에 있다.
이밖에 기업주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있는 사내대학에 대한 세제지원도 내년부터 추진된다.
굳이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대학과 기업이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논의는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9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참여정부의 신산학협력 비전 및 추진전략’에 관한 보고서를 냈다.
교육인적자원부, 산업자원부 등 6개 부처와 공동으로 산학협력추진단을 꾸리기도 했다.
대학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성장 폭도 클 것이며, 그런 결과로 대학의 발전도 앞당길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그동안에도 산학협력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교육전문가들은 실효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오기웅 사무관은 “지금까지는 기업과 교수들간에 1대 1 관계를 통한 기술협력이 주를 이뤘다”고 꼬집는다.
앞으로는 개인적 관계를 뛰어넘어 재학생들도 대거 참여할 수 있는 대학과 기업간의 관계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대학교육의 유연화를 강조하는 시각도 나온다.
연세대 교육학과 장원섭 교수(청년실업대책협의회 위원)는 “대학교육의 어떤 전공은 노동시장의 어떤 산업부문과 연결돼야 한다는 식의 1대 1 매칭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사람에게 다기능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이런 전략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전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중전공이나 삼중전공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다.
예컨대 컴퓨터공학도가 마케팅을 복수전공하는 식이다.
대학생의 현장근로 체험을 확대하기 위해 현행 2학기제를 3∼4학기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대상으로 꼽힌다.
현 대학교육, 기업의 인재상과 괴리 학기제가 이렇게 조정되면 기업의 수시채용에 대응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연간 4차례나 졸업이 가능해지면 그때그때 생기는 기업의 인력수요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경력을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경력지능’(career intelligence)을 갖도록 하는 진로교육의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한다.
한편 기업쪽에서도 적극적으로 대학교육의 개선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기업이 원하는 교과과정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11월말께 대학쪽에 제시할 계획이다.
전경련 한선옥 선임조사역은 “1차조사 결과를 보면 기획·문서작성, PC활용, 영어, 창의적 사고력, 커뮤니케이션 등이 기업이 희망하는 교육내용”이라고 전한다.
여기에다 전경련은 실제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도 조사해 대학이 수용가능한 교과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6개월간의 인턴십을 수료하면 8∼15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대학생 장기 인턴십 모델도 제시된 상태다.
이런 내용은 이미 기업임원간담회나 대학총장간담회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학생들을 고객으로 인식하는 것과 동시에 대학이 생산하는 가장 소중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 한 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이 어느 때보다 의미심장하게 귓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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