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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GM대우 첫돌 ‘절반의 성공’
[비즈니스] GM대우 첫돌 ‘절반의 성공’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10.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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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정상화·수출 증가 돋보여…대정부 협상력 부재·내수 부진 등 문제도 “GM대우가 첫돌을 맞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희는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더 좋은 회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 환한 미소를 띠며 어눌한 한국말로 메시지를 전하는 영국 신사가 있다.
그는 바로 우여곡절 끝에 인수 1주년을 맞은 GM대우의 닉 라일리 사장이다.
고객사은행사의 일환으로 시작하는 ‘GM대우 시승평가단’ 행사를 알리기 위해 직접 TV광고에 출연한 것이다.
요즘 닉 라일리 사장은 남다른 각오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10월17일로 GM대우가 출범한 지 1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취임한 지도 1년이 됐다.
그렇다면 출범 초기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쳤던 GM대우의 원년 성적표는 어땠을까. 우선 부도 이후 한국 경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대우자동차의 경영을 빠른 속도로 정상화시켜 냈다는 점에선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간 수출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는가 하면 부평공장의 2교대 가동, 노사협상 무분규 타결 등 정상궤도 진입을 위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우선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 9월까지 GM대우는 내수와 수출(완성차 기준)을 합쳐 24만513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만7814대보다 10.4% 늘어났다.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도 눈에 띈다.
중국시장 진출에 이어 하반기 북미시장 선적 재개 등으로 수출이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는 현지조립형 반제품(KD)을 포함해 지난해 22만3천대의 2배를 웃도는 47만대 수준의 수출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내년도 판매목표는 올해보다 47% 많은 88만대로 잡아 GM 본사에서도 자신감을 비치고 있다.
나아가 2005년에는 111만대를 생산·판매해 GM대우 출범 3년 만에 100만대를 돌파할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경기침체·라인업 부족 발목 GM본사와의 제휴 및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준중형차 라세티가 GM의 공식 플랫폼으로 선정돼 주가를 높였다.
현재 개발중인 대형차와 SUV도 플랫폼을 공유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GM대우는 시보레와 대우, 뷰익 등 GM 산하 4개 브랜드를 활용해 전 세계에 GM대우 차량을 수출하는 ‘브랜드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GM대우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2∼3년간 4개 브랜드에 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GM대우의 출범 1년이 그리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내수시장 점유율이 당초 기대했던 것에는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내수는 경기침체와 라인업 부족 등의 이유로 올해 9월까지 10만230대를 판매한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4%나 감소했고, 시장점유율도 10.2%에서 9.9%로 내려앉았다.
9월에는 내수시장에서 4904대를 파는 데 그쳐 5개 업체 중에 꼴찌로 추락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정부와 협력관계도 순탄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경유 승용차 도입과 경차 규격확대 등 주요 정책현안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한때는 마티즈 후속 경차인 M-200 개발 중단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GM대우는 이 과정에서 대정부 협상능력의 부재를 절감하면서 GM아시아 태평양 홍보담당 책임자인 롭 레거트 씨를 GM대우의 홍보 및 대외협력 부사장으로 긴급 ‘수혈’하며 홍보라인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내년 1조원 투자…공격 경영 시동 이런 가운데 GM대우는 한국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GM대우는 내년에만 1조원을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비용으로 책정했다.
이 가운데 2천억원은 디젤엔진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2005년부터 대형 럭셔리세단과 SUV 라인업을 구축해 시판하고, 동시에 유로4 기준에 맞춘 디젤승용차를 대거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 수출도 47만대 수준에서 65만대 선으로 수출비중을 80% 선으로 대폭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GM대우가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현재로서는 풀라인업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숙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올해 내수시장 부진의 가장 큰 이유도 이것이다.
현재의 제품군으로는 경쟁사와 싸우기 힘들다는 것이다.
GM대우는 2005년부터 대형차와 SUV가 출시되면 사정이 좀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루빨리 소형차와 대형차의 풀라인업을 갖추는 것만이 GM대우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에 못지않게 GM대우차에 대한 이미지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소비자들에게는 부도난 회사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곧바로 판매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닉 라일리 사장은 “풀라인업을 갖추지 못했고 확실한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못한 점이 약점이지만, 앞으로 대대적인 혁신과 개혁 작업을 통해 GM대우의 이름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GM대우가 2년차 성적표를 어떻게 그려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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