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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읽기] 설비투자 부진과 경기회복
[경제읽기] 설비투자 부진과 경기회복
  • 신후식 대우증권
  • 승인 2003.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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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률을 보면 3분기 중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6%로 2분기(1.9%)에 비해 소폭적이나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분기 중 11.9%가 늘었던 수출물량이 3분기에는 16.8%로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다.
2분기 중 2.2% 감소로 극히 부진했던 민간소비도 3분기에는 1.9% 감소로 감소폭이 다소 줄었다.
민간소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 경제가 2분기에 바닥을 찍고 3분기 들어 외견상 바닥에서 벗어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3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 1천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4년 중 수출이 올해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출회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의 두 자리수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 회의적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회의감이 적지 않은 이유는 투자가 부진해졌고 투자가 조기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2분기 중 0.8%가 감소했던 설비투자가 3분기에는 4.7% 감소하여, 설비투자 감소폭이 더욱 확대되었다.
업종별로 설비투자 동향을 보면 정보통신업종의 설비투자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분기 중 14.4%가 감소한 정보통신분야의 설비투자가 3분기에도 10.7%나 감소한 반면에 2분기 중 4%가 증가했던 비정보통신업종의 설비투자는 3분기 중 2.1%가 감소했다.
수출이 장기간 두 자리수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정밀기기 등에 대한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수출이 투자로 연결되는 통로가 막힌 것이다.
설비투자란 원래 경기의 선행적인 성격이 강한 지표였다.
그러나 IMF 이후 우리나라 설비투자는 경기에 선행하기보다는 경기에 동행 내지 후행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IMF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신규설비를 늘리기보다는 유지보수 등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보였다.
기업들이 경기에 앞서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가 상당기간이 회복된 뒤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전히 과잉설비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3분기 설비투자 부진은 기업들의 이런 경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4분기 이후에도 내수경기는 바닥권에서 빠르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카드채 유동성 문제와 주가 조정기미로 자금조달 환경도 거의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회복 지연과 자금사정 개선지연으로 인해 투자가 빠르게 느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에는 대기업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정치자금 제공 여부로 수사를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주도해 왔다는 점이다.
상위 5대 대기업의 설비투자 비중이 금년 상반기중 전체 설비투자의 62%(산업자원부, 200대 대기업에서 5대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2003년 7월14일 조사)를 차지했다.
지나친 경제력 집중의 한 단면이다.
정치자금 수사의 강도가 세지면 세질수록 대기업들의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설비투자가 경기에 동행 내지 후행하는 성격이 강해진 데다가 경제 외적 환경마저 악화되어 설비투자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설비투자 회복지연은 경기회복 지연의 주요한 요인이 된다.
금번의 경기회복 속도와 경기회복 양상은 결국 설비투자 회복 속도와 투자 양상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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