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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현대상사 ‘입고 마시고’ 파격
[비즈니스] 현대상사 ‘입고 마시고’ 파격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3.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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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위주에서 내수기업 전환 시동…의류 수입·판매, 초밥집 이어 맥주집도 열 계획 “그룹사가 떨어져 나가는 상황에서 더이상 무역 수수료만으로는 사업을 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삼성물산과 더불어 매출 1, 2위를 다투던 현대종합상사가 내수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대상사는 2002년 9월 국내사업부를 만들어 내수 위주의 사업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시작했다.
현대상사가 갑자기 내수기업으로 탈바꿈한 데는 그룹해체와 무역 수수료만을 매출액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기업회계기준이 큰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기업회계기준에 따르다 보니 27조원에 이르던 매출이 3조원까지 대폭 줄었다.
게다가 자본잠식 수준까지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현대상사 국내사업부 김재형 상무는 “일단 의식주에서 시작해 보자”며 내수사업을 제안했다.
우선 현대상사는 2003년 초에 독일 패션 브랜드 ‘욥’을 들여오고 뒤이어 프랑스 고급셔츠인 ‘알랭 파가레’를 수입해 갤러리아 등 백화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뒤이어 105평 규모의 초대형 고급 초밥집 ‘미요젠’을 압구정동에 열었다.
자가제조맥주집(하우스 브루어리)인 ‘미요센’을 2003년 11월에 개점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인테리어와 아파트 리모델링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대충 ‘의식주’가 모두 갖춰진 셈이다.
아직 사업초기 단계라 현대상사의 신규사업에 대한 평가를 내릴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미요젠의 경우 마진폭을 줄이고 양질의 활어를 제공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게다가 초밥을 저칼로리 건강식품의 이미지로 끌고간다는 전략도 한몫했다.
개점 3일 전에 국내 최대의 피트니스 센터인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센터에 무료로 초밥을 3일 동안 제공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개점 후 보름이 지난 시점에 하루 500명 이상의 고객이 미요젠을 방문하고 하루 매출액만 1천만원에 이르게 됐다.
김 상무는 “미요젠 1호점은 사업확장을 위한 시험적인 점포”라며 “미요젠 점포를 60개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국에는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미요젠을 외국으로 수출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경영합리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상사가 기대하고 있는 또다른 내수사업으로 하우스 브루어리 ‘미요센’을 들 수 있다.
점포 내에 맥주 제조시설을 갖춰놓고 직접 숙성시킨 맥주를 파는 사업이다.
아직 개점 준비 중이지만 안주 중심의 호프가 아닌 식사 중심의 호프집인 미요센에 현대상사가 거는 기대는 ‘미요젠’ 못지않다.
현대상사는 미요젠과 미요센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해마다 식자재 구매비만해도 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식자재 유통회사를 따로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인테리어 사업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면 미요센과 미요젠의 인테리어를 인테리어 사업부문에 맡겨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현대상사가 내수부문에 뛰어들자 일부 애널리스트는 “대기업이 무작정 뛰어들어 될 일이 아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상사는 “그룹 분리로 더이상 계열사들에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길은 내수부문 강화밖에 없다”고 밝힌다.
현대상사의 모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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