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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PC 시대 열리나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PC 시대 열리나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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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4개 PC업체, 미디어센터PC 선보여…침체된 시장, 수요 창출 기대감 높아 수렁에 빠진 PC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가전을 닮은 PC, ‘미디어센터PC’다.
PC시장을 견인하는 대표 주자들이 손을 맞잡고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삼성전자·TG삼보컴퓨터·한국hp·현주컴퓨터 등은 11월5일, 간단한 조작으로 디지털 미디어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PC를 동시에 선보였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미디어센터PC 전용 운영체제(OS)인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같은 날 내놓았다.
대표적인 PC제조업체들이 MS와 손잡고 내놓은 미디어센터PC는 간단히 말해, 집 안에서 다양한 가전기기와 연동해 디지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홈 엔터테인먼트PC’다.
물론 요즘 나오는 일반 PC도 DVD 재생과 음악감상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들어 있다.
하지만 미디어센터PC는 “컴퓨터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가전제품을 다루듯 좀 더 쉽고 편리하게 PC로 영화와 TV를 보고 음악과 디지털 사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나온 ‘가전과 PC의 복합기’라 할 수 있다.
이들의 구상이 실현된다면 앞으로는 PC가 곧 TV이자 오디오인 동시에 홈 시어터와 노래방 기기가 되는 셈이다.
바야흐로 PC가 가전제품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나온 1세대보다 기능 추가·강화돼 사실 미디어센터PC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S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 hp와 손잡고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 1.0’을 내장한 ‘1세대’ 미디어센터PC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MT20’, ‘MT25’ 두 모델을 내놓았고, hp는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판매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미디어센터PC는 지난해 제품의 기능을 추가·강화한 데다 제조업체도 4곳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본격 엔터테인먼트PC 시대를 열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미디어센터PC는 MS의 ‘윈도우XP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쓴다.
일반 PC에서 쓰는 ‘윈도XP’를 기반으로 디지털 미디어 기능을 활용하기 편리하게 특화한 OS다.
또한 쉽고 간편한 조작을 위해 가전제품에서나 볼 수 있는 리모컨을 채택했다.
따라서 일반 PC가 제공하는 업무용 기능을 모두 포함하면서, 간단한 리모컨 조작으로 디지털 가전제품의 기능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미디어센터PC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은 다양하다.
가정의 TV처럼 리모컨으로 TV방송을 보는 건 기본이다.
개인용 비디오 레코더(PVR) 기능이 들어 있어, 생방송을 시청할 때도 동시녹화나 되돌려보기, 건너뛰어 보기 등이 가능하다.
리모컨으로 디지털 비디오나 DVD를 목록에서 골라 감상하거나 편집·저장할 수도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는 ‘온라인 포커스’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터넷으로 영화나 음악, 게임 등을 내려받아 미디어센터PC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전자 프로그램 가이드(EPG) 전문업체에서 제공하는 TV 프로그램 가이드를 내려받으면, 방송중인 프로그램 목록을 보면서 예약 녹화나 자동녹화, 키워드 녹화 등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선 EPG코리아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미디어센터PC의 또다른 특징은 다양한 디지털 가전제품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카드를 꽂을 필요 없이 선 하나로 TV,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와 휴대전화 등을 연결할 수 있다.
연결 포트는 모두 본체 앞부분에 장착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이번 미디어센터PC에는 지난해 1세대 제품에 없던 기능도 몇 가지 추가됐다.
FM라디오 수신·저장 기능이 들어갔으며, 16대 9 비율의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고 TV 화질도 개선했다.
컴팩트플래시, 스마트미디어와 CD 등에 저장된 사진을 리모컨으로 확대·회전·출력하거나 슬라이드쇼로 감상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리모컨 버튼 하나로 음악CD를 곧바로 복사하는 기능도 눈에 띈다.
한국MS는 미디어센터PC 구매 고객이 홈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핵심 콘텐츠 제공업체들과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우선 태진미디어, 씨네웰컴 등과 제휴를 맺고 노래방과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12월15일부터 ‘온라인 포커스’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PC제조업체 4사와 한국MS는 앞으로 미디어센터PC를 스마트 디스플레이, PDA 등과 연결해 집안 어디에서나 디지털 미디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PC를 가정의 모든 가전기기를 제어하고 연결하는 ‘디지털 미디어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골방에 갇혀 있던 PC를 일반 가전제품처럼 거실이나 안방으로 꺼내, 가정생활의 중심 기기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한다.
한국MS의 손영진 전무는 “미디어센터PC 출시로 PC가 앞으로 가정의 중심기기 역할을 하게 됐다”며 “특히 국내 4개 파트너사와 함께 출시했다는 점에서, 침체된 PC시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MS의 브래드포드 브룩스 윈도e홈담당 마케팅 이사도 “내년에는 세계적으로 150만∼200만대의 미디어센터PC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2년 안에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을 전체 OS 시장의 15∼20%까지 확대하겠다”고 미디어센터PC에 힘을 실어줬다.
150만원대 보급형 제품도 나올 듯 그렇다면 미디어센터PC가 PC업체들의 계산대로 PC시장을 되살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충실히 해줄 수 있을까. 일단 몇 가지 점에서 가능성이 엿보인다.
우선 지난해와 달리 국내 대표적 PC업체 4곳이 동시에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디어센터PC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250만원을 웃도는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올해엔 거의 같은 시기에 4개 업체가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이런 조짐이 벌써부터 보인다.
제품을 선보인 자리에서 네 업체는 각자 자사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MS의 원년 파트너로 네 업체 중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가전기기를 닮은 친숙한 디자인에 PC를 켜지 않고도 오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Q MT30’는 234만∼308만원에 판매된다.
삼성전자는 네 업체 중 유일하게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탑재한 ‘미디어센터 노트북PC’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12월께 제품을 정식 출시할 예정인 TG삼보컴퓨터와 한국hp는 값비싼 슬림형 제품 외에도 일반 PC본체 크기의 저가형 모델을 함께 내놓아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생각이다.
한발 더 나아가 현주컴퓨터는 가격경쟁력에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다.
배필수 현주컴퓨터 부사장은 “10·20대 젊은층을 겨냥해, 경쟁업체들보다 10만∼20만원 싼 값에 제품을 내놓겠다”며 주요 고객층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를 고수할 뜻을 비췄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미디어센터PC 가격이 최저 150만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래드포드 브룩스 MS 이사도 “세계 시장에선 미디어센터PC가 1천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라며 “한국 시장도 경쟁에 따라 가격이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TG삼보컴퓨터, 한국hp, 현주컴퓨터도 150만∼170만원 선에서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달리 MS가 PC 제조업체에 소프트웨어 개발 툴킷(SDK)을 제공한 점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SDK를 제공하면 제조업체는 이를 이용해 자사 제품에 맞는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선 시네마나우, 무비링크, 냅스터 등이 SDK를 이용해 콘텐츠를 개발·서비스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PC제조업체와 콘텐츠 제공업체, 협력사 등이 손잡고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면 업체간 경쟁이 더욱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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