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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펀드 배팅, 장타를 날려라
[씽크머니] 펀드 배팅, 장타를 날려라
  • 장태민/ 제로인 리서치팀 과
  • 승인 2003.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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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성과 연연한다면 단타매매 적합…자산배분 전략·가입시점은 ‘제 손으로’ 팬들의 함성을 비웃듯 그는 헛방망이질을 해댔다.
그의 방망이는 마치 시즌 내내 파울 타구만 뿜어 낼 것처럼 보였다.
성마른 평론가들은 왜소한 동양인 타자의 약점을 들먹이며 그동안 ‘영원한 3할 타자’에게 보냈던 찬사를 거둬들였다.
시절은 2003년 4월이었고, 그는 한 달 내내 겨우 2할4푼3리를 쳐냈다.
이어 본격 시즌인 5월이 찾아왔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5월과 6월 두 달 동안 3할8푼을 넘어섰다.
평론가들은 그의 진가를 다시 인정했다.
하지만 늦여름으로 치닫자 그는 더위를 먹은 것처럼 맥을 추지 못했다.
8월에 그는 2할4푼2리를 쳤고, 9월에도 겨우 2할7푼3리를 때리는 데 그쳤다.
그의 팀은 포스트 시즌 진출 일보 직전에서 무너졌고, 그는 3할1푼2리로 시즌을 마감했다.
야구에서 3할은 호타자를 가르는 바로미터다.
당신은 이 선수가 맘에 드는가, 아니면 너무 불안한가. 당신은 이 선수의 4월 성적을 중시하는가, 아니면 8월, 9월 성적을 중시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그의 시즌 평균타율에 눈길이 가는가. 필자는 독자가 마지막 물음에 한 표를 던졌다고 가정하고 얘기를 계속하겠다.
참고로 위 이야기는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의 올 시즌 타율에 관한 얘기였다.
펀드매니저만 믿다간 낭패보기 십상 펀드를 쉽게 얘기해 보자. 펀드는 주식 뭉치이다.
아니면 채권 바구니다.
이것도 아니면, 주식과 채권이 콩과 팥처럼 동시에 들어 있는 파우치다.
주식형 펀드엔 여러 개의 종목이 들어 있다.
많게는 100종목 가까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고, 적게는 10개도 안 되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기도 한다.
증권사나 은행에서 수익증권에 가입하면 당신은 그 상품의 ‘주인’이 된다.
이것을 펀드매니저라고 불리는 사람이 운용한다.
이들은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펀드의 특징이 드러난다.
그 펀드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지, 아니면 평균보다 한참 뒤떨어져 헤매고 있는지는 펀드평가회사 홈페이지나 언론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 시장이나 종목과 씨름한다.
따라서 펀드는 기본적으로 시즌 전체에 높은 타율을 올리기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4월이나 5월의 타율만 보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주식 단타매매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낫다.
펀드 가입을 하기 전에는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우선 자신의 자산배분 전략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자신의 자산 가운데 은행상품과 부동산, 채권, 주식, 펀드 등에 얼마를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을 자산 배분이라고 한다.
개인 입장에서 볼 때 수익극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 배분이다.
두 번째로는 가입시점을 잘 선택해야 한다.
투자자 스스로 시장 판단을 해야 한다.
펀드매니저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지수가 30%나 빠질 것으로 보면서, 플러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형 펀드를 찾아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또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면서 채권형 펀드에 자금을 맡기는 일도 어리석다.
자산배분을 먼저 해야 하고, 가입시점을 선택해야 한다.
주식형 펀드라면 지수가 낮을수록, 채권형이라면 금리가 높을수록 향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마이다스자산운용 오종문 상무는 “투자자 자신이 스스로의 위험감내 정도를 판단하는 게 첫 번째”라고 말했다.
펀드 전문가들은 위험자산에 배분하기로 한 돈의 위험노출도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야구단에서 이치로 같은 선수를 수혈하고 싶어도, 그 선수의 몸값을 견딜 수 없다면 눈독을 들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상품이나 운용사에 대한 이해도 기본 며칠 전 한 운용사에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한 고객이 운용사에 전화를 해서 “수익률이 왜 이러냐, 장도 좋은데 왜 이 펀드만 이 모양이냐”며 따지고 들었다.
회사 직원은 상품의 특성을 설명하며, 시장 상황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객은 막무가내였고, 직원은 통화가 끝난 후 얼굴을 붉히며 화장실로 뛰어갔다.
문제가 됐던 상품은 인덱스 펀드였다.
인덱스 펀드는 코스피200이나 코스닥50 등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수와 크게 차이 나면 오히려 이상한 펀드다.
그런데 불행히도 고객이 항의했던 펀드는 코스닥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었다.
연초 후부터 10월말까지 종합지수는 25.67%나 상승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4.55% 오르는 데 그쳤다.
따라서 코스닥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가입했다면, 상대적으로 이익을 적게 얻을 수밖에 없다.
7월에 가입했다면 오히려 손실을 봤을 것이다.
항의한 사람은 마치 이치로 같은 교타자를 영입해 놓고, 홈런을 못 친다고 나무라는 일을 하고만 것이다.
이 일화는 섣불리 펀드에 들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말해준다.
흔히 펀드는 운용의 전문가들이 돈을 굴려주니까 마음 놓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대 위험한 생각이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일 것 같아 주식투자를 하고 싶지만 직접 투자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보통 펀드에 가입하는데, 필자라면 이런 사람들에게 펀드에 가입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펀드도 결코 느긋하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며, 상품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위험과 수익성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낮은 금리의 은행상품에 속 편하게 맡겨두는 게 낫다.
즉 내가 산 펀드가 교타자인지 중장거리 타자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중장거리 타자는 홈런을 많이 때려낼 수 있지만, 삼진도 많이 먹는다.
펀드내 주식편입 비중이 높은 성장형 펀드들이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펀드의 유형이나 성격에 감을 잡았으면, 동일한 유형의 펀드나 펀드 운용사를 탐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 운용사들은 3개월 수익률 최고, 1개월 수익률 최고 등의 구호로 투자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운용사에서 내세우는 특정기간 누적수익률 순위는 운용사가 편의로 조작할 수 있다.
10월 한 달간 양호한 성과를 낸 펀드와 연초 후부터 높은 성과를 낸 펀드 가운데 어디에 더 신뢰가 가는지는 평균 타율과 한 달간의 타율 가운데 무엇을 중시할 것인지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단기간의 성과를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SEI에셋자산운용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9월 하락장에서는 전 운용사를 통틀어 가장 손실을 덜 냈다.
그런데 10월 상승장에서는 가장 낮은 수익을 올렸다.
이 회사의 대표 펀드들은 우선주와 배당주같이 몸놀림이 둔한 주식들을 편입하기 때문이다.
연초후 수익률은 주식성장형 운용사들의 평균보다 다소 높다.
남들이 30% 먹을 때 나는 20% 먹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고, 대신 남들이 30% 깨질 때 나는 20% 정도만 손실을 보겠다면 이런 운용사의 펀드가 입맛에 맞는다.
이와는 달리 미래에셋자산운용처럼 주식편입비 조절을 많이 하는 곳도 있고, 템플턴투신운용처럼 성장형 펀드에 주식을 늘 90% 정도 유지하면서도 가치주에 투자하는 곳도 있다.
마이다스자산운용처럼 주식 안정성장형펀드(주식편입한도가 40% 초과 70% 이하인 펀드)에다 옵션 전략을 섞어 놓은 곳도 있다.
예로 든 회사들은 주식형펀드에서 최근 1∼2년 동안 장기적으로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곳이다.
운용사들의 특징을 고려하면서 투자한다면 좀 더 폭넓은 투자안목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가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
하지만 직접투자를 위해 개별 종목을 분석하듯, 간접투자를 위해 운용사나 펀드를 탐험해 볼 마음이 있는지 궁금하다.
단순히 펀드의 타율(수익률)뿐 아니라, 출루율, 수비능력 등을 따져 보면 더욱 알찬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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