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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습윤 드레싱제 세계서 러브콜
[비즈니스] 습윤 드레싱제 세계서 러브콜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3.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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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폴이 개발한 상처 치료제 ‘메디폼’, FDA 승인 이어 중국·유럽 등 수출 계약 잇따라 “사람들은 흔히 딱지가 생기는 것을 상처가 아물고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독을 하거나 연고 등을 사용해야 빨리 나을 수 있으며, 상처에는 물이 묻으면 안 된다고 믿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모두 잘못된 것입니다.
” 의료용 드레싱재 개발업체 바이오폴의 박명환 사장은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에 대한 상식을 깨버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상처는 특별히 감염되었다고 판단됐을 때 이외에는 소독해선 안 된다.
소독은 상처의 치유를 더디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또 상처에 거즈를 대는 것도 상처 부위의 치유를 더디게 하는 행위이다.
딱지가 생겨도 안 된다.
딱지가 형성되면 상처가 건조해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피부의 작용이 저하되므로 치유기간이 오래 걸리고, 흉터도 크게 남을 수 있다.
박명환 사장이 상처 치유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강조하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자신이 개발한 의료용 드레싱재인 ‘메디폼’의 진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려면 상처 치유의 원리를 바르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창상 치료와 관련해 학회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학설은 “습윤 상태에서 상처의 치유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메디폼은 그동안 애용돼 왔던 건조 드레싱 방법과는 달리 상처 부위를 적당한 습기 상태로 유지시켜 딱지 없이 치료하는 ‘폐쇄성 습윤 드레싱재’이다.
딱지·흉터없고 치유 속도도 빨라 박명환 사장은 “상처 치유의 관건은 상처의 재생세포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얼마나 잘 만들어 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메디폼은 재생세포의 생성에 가장 좋은 습윤환경을 조성해 주되, 세균 차단기능을 갖고, 오래된 진물은 빨리 흡수하고 새로운 진물이 공급되도록 하는 기능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진물은 피부를 재생하는 데 필요한 성장인자를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피부 형성에 도움이 된다.
메디폼은 직접 그 효과를 보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상처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은 후 메디폼을 붙이고 2∼3일 있다가 그냥 떼어내면, 딱지도 없이 상처가 나아 있다.
서울대 성형외과에서 외국 제품과 비교 임상실험을 할 당시, 병원측이 “다른 제품은 2일 정도 후에는 진물이 멈추고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지만 메디폼은 계속 진물이 난다”며 “더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4일째 되는 날부터 상처의 회복 속도가 다른 제품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면서 임상실험을 재실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박 사장은 전한다.
뿐만 아니라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나 경북대병원 등 국내 유수 종합병원에서 다양한 상처 치료에 사용한 결과, 수입품에 비해 월등히 빠른 치유 속도를 나타내 그 효과를 입증받았다고 한다.
메디폼은 3층 구조로, 상처 치유 시 요구되는 환경조건에 맞게 소재가 디자인되어 있다.
보호층은 반투과성의 폴리우레탄 필름으로, 외부로부터 세균의 침입을 차단하며 진물을 수분의 형태로 외부에 적절히 방출한다.
흡수층은 폴리우레탄 발포체로, 자기 무게의 10배 이상의 진물을 흡수해 머금고 있다가 상처면을 적절한 습윤 환경으로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접촉층은 진물을 원활히 흡수하고 상처면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박 사장은 “화상 환자들의 경우 건조 드레싱은 상처가 들러붙는 아픔이 있는데, 메디폼을 이용하면 이 고통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메디폼이 특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 폴리우레탄 폼 드레싱재로서는 세계 최초로 2㎜ 두께의 약국 판매용 제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바이오폴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는 두께가 5㎜ 정도의 두꺼운 드레싱재만 개발되어 있어서 화상이나 욕창, 채피창 등 심한 피부 손상에만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국용 드레싱재의 개발 덕분에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가벼운 상처는 이제 가정에서도 습윤 드레싱 치료가 가능해졌다.
현재 국내 폐쇄성 습윤 드레싱재 시장 규모는 약 300억원 정도지만, 이 2㎜ 약국용 메디폼이 개발되면서 습윤 드레싱재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텍스타일 소재의 신제품도 곧 출시 메디폼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력, 상품성 등을 인정받아 2002년에는 기술혁신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올해 5월에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냈다.
바이오폴은 중국의 젠데사와 1천만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해 지난 8월부터 메디폼을 중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싱가포르와도 75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중동 지역의 경우, 병원 의료용품 입찰기간 동안에 납품 물량으로 확정되었고, 동남아의 경우에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에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 10월30일에는 드레싱재의 본고장인 유럽에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또다른 전기를 마련했다.
바이오폴은 네덜란드 메데코 및 독일 트라코메디컬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 업체들을 통해 유럽 21개 국가에 메디폼을 수출하게 된다.
첫 선적은 오는 11월 중순이며, 총 수출 예상금액은 500만달러 정도다.
박 사장은 “아직 규모는 많지 않지만, 유럽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수출을 확대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의 한 업체와도 전략적 제휴가 체결된 상태이며, 로열티를 받는 문제를 협의중이다.
세계적인 의료재시장인 미국에서도 현재 메이저 업체와 협상을 하고 있다.
박명환 사장은 원래 고분자공학을 전공하고 폴리우레탄 소재를 연구하던 공학도였다.
메디폼과 관련한 연구는 1996년부터 시작하게 됐다.
그는 “기술의 트렌드를 좇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바탕 기술을 새로운 분야에 응용하면서 메디폼을 개발하게 됐다”며 “메인 파트의 기술을 가지고, 다른 파트에서 아이템화할 때만이 사업성이 있다”고 성공 이유를 밝혔다.
현재 바이오폴의 연구개발 인력은 박 사장을 주축으로 13명이고, 공장라인을 포함해 총투자비는 70억∼80억원이 들었다.
11월에는 4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12월에는 매출이 두 배로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사장은 “텍스타일 소재로 똑같은 기능을 갖는 드레싱재의 개발을 이미 끝냈다”며 “올해 말에 시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텍스타일 드레싱재는 양산성에 있어 기존의 폼 드레싱재와는 달리 엄청난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며, 드레싱재시장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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