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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돋보기]“보호무역은 교활한 정책”
[북한경제돋보기]“보호무역은 교활한 정책”
  •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연구소
  • 승인 2003.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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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 경제’를 줄곧 주장해 온 북한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월2일치 논설 ‘제국주의의 보호무역주의는 지배와 략탈의 교활한 수법’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을 비판하며 “이를 파탄시키기 위한 국제적 운동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신문 논설은 특히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진 미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로골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꼬집은 뒤, 이는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거래에서 상대방의 리해관계에는 상관없이 자기의 리익만을 추구하는 일방적이고 교활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논설은 구체적 사례로 “미국이 ‘국내시장 보호’의 미명하에 수입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 또는 비관세장벽을 적용”하는 것과 “국내 기업들에 이러저러한 형태의 보조금과 특전을 주는 행태”를 지적했다.
논설은 결론에서 “국제경제관계를 혼란시키는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을 반대하는 국제적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논설의 내용은 폐쇄경제로 불릴 정도로 ‘자립경제’를 강조해 온 북한이 대외 무역에서도 발빠른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보호무역’의 반대는 ‘자립경제’가 아니라 ‘자유무역의 확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소련이 무역을 통해 저개발국을 착취하려 한다”며 1949년 창설된 공산권 경제상호원조회의(코메콘)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커다란 인식변화다.
북한은 실제로 지난해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수입량이 크게 늘며 무역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올 상반기 무역적자는 지난해보다 88%나 늘어났다.
이 기간 북한의 무역규모는 10억9천만달러로, 이 중 수출은 2억9천만달러, 수입이 8억달러였다.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의 3억2천만달러에 비해 9.4% 감소한 반면, 수입은 지난해 상반기 5억9천만달러에 비해 무려 35.6%나 늘어난 수치다.
따라서 무역적자는 5억1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억7천만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커졌다.
이렇게 수입액이 늘어난 것은 곡물(50% 증가), 육류(77%), 어패류(75%), 채소(129%), 육어류 조제품(350%), 동물성 유지(823%) 등 먹거리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런 먹거리 수입 증가는 7·1조처 뒤 장마당 물가폭등을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수입량 증가 추세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외화 보유 상황에 비추어볼 때, 이런 무역수지 적자를 오래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수출에 더욱 큰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북한의 ‘미국 보호무역주의 비판’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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