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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피망닷컴, 게임포털 고지 점령
[비즈니스] 피망닷컴, 게임포털 고지 점령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11.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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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두 달 만에 넷마블·한게임 눌러…대대적 마케팅, 완성도 높은 서비스로 선풍 아마도 자신이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평균’쯤이라고 생각한다면, 네오위즈에 가보면 조금 당혹스러울지 모른다.
평균보다 조금 뒤처진다면 약간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을 다루는 회사는 일반 회사보다 조금 자유분방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네오위즈는 이런 상상을 조금 더 뛰어넘는다.
사장이나 임원들이 모여 외부인에게 설명회를 할 때에도, 그들만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애써 감추지 않는다.
코스닥 1세대 인터넷 대표주로서 언론에 늘 오르내리지만, 돈이나 실적·재무상황 등 근엄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회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주식시장엔 네오위즈를 향한 불안한 눈길들이 아직도 꽤 남아 있다.
아바타라는 기상 천외한 제품으로 월 2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는 사실을 못미더워하기 때문이다.
그런 네오위즈가 아바타에 이어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에는 ‘게임’이다.
아마도 자신들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소재를 잡았는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네오위즈는 지난 8월1일 게임포털 피망닷컴 www.pimang.com을 내놓은 지 두 달 만에 시장을 석권했다.
9월 말 주간 방문자 수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동시접속자 수에서도 1위를 거머쥐었다.
11월7일자 랭키닷컴 게임포털 순위에서는 12주 합산 누적집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2, 3위와의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사고를 쳐도 제대로 친 셈이다.
이용료 안 받아 PC방 중심 빠르게 확산 피망닷컴의 부상은 웹보드게임 시장의 새로운 재편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게임포털에서 NHN의 한게임 www.hangame.com의 아성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유료 정액제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한게임은 30대 이상 이용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게임포털 1위를 꼭 움켜쥐었다.
그러나 넷마블 www.netmarble.net이 10대들을 끌어모으며 반격에 나서면서 시장구도에 금이 갔다.
마침내 지난 여름, 고스톱과 포커게임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던 10, 20대들이 대거 넷마블로 이동하면서 넷마블은 1위 고지를 탈환했다.
10대들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게임을 선보인 것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딱 1년이 지난 올해 8월, 넷마블과 한게임이 양분하고 있던 게임포털 시장에 피망닷컴이 도전장을 던졌다.
준비기간은 있었다.
네오위즈는 2002년 1월부터 대표 서비스인 세이클럽 www.sayclub.com에서 세이게임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선보였다.
하지만 게임포털이라고 보기엔 미진한 구석이 많았다.
세이클럽에 들른 이용자들에게 놀거리를 안겨준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성적은 뛰어났다.
스핀런이라는 간단한 윷놀이 게임을 선보인 지 1주일 만에 동시접속자가 3만명이나 모여든 것이다.
세이게임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네오위즈는 게임을 세이클럽에서 독립해 나가기로 결정한다.
네오위즈는 종합 포털보다는 카테고리 전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것은 최근 인터넷 서비스의 한 흐름이기도 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다음쇼핑몰을 디앤샵으로 독립시킨 데 이어 다음게임과 다음취업을 독립시킨 것, NHN이 블로그 사이트로 엔토이를 만든 것 등이 그런 예들이다.
한 지붕에 모여 있기보다는 독립적인 사이트로 나아가는 게 서비스 전문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게임은 그 자체로 퍼블리싱, 유통,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사업기회를 가질 수 있어 독립 형태가 더 좋다고 판단했다”는 게 네오위즈 게임사업부 오승택 실장의 설명이다.
피망으로 태어나기 약 두 달 전부터 세이게임은 변신 준비를 해 나갔다.
1주일에 하나꼴로 새로운 서비스를 덧붙였다.
완성도로 볼 때 현재의 피망닷컴이 100이라는 완성도라면 세이게임은 70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D데이인 8월1일에 돌입하자 ‘피망’이라는 낯선 이름과 함께 대대적인 마케팅 폭격이 시작됐다.
초기 피망 마케팅은 일명 ‘판도라 마케팅’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광고하는 기업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리지 않은 채 단지 ‘피망’이라고 새겨진 빨간 폭탄만 선보이는 ‘티저광고’의 형태였던 것이다.
서울시내 아파트, 고층빌딩 옥상 등에 빨간 폭탄 모양의 대형 애드벌룬이 매달렸다.
피망 로고가 새겨진 빨간 트럭이 서울 도심을 돌기도 했다.
옥외광고, 극장광고, 버스광고 등 오프라인 곳곳에 빨간 피망 폭탄이 떠올랐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계산은 적중했다.
여기에 최근 가장 인기있는 연예인으로 떠오른 김제동 마케팅도 한몫했다.
10, 20대 사이에 인기 높은 김제동의 사진으로 눈길을 잡아끌고 김제동 특유의 입담을 게임에 삽입해 주목도도 높이고 즐거움도 배가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 것이다.
‘피망PC방’이라는 제휴전략을 써서 PC방에 게임을 대대적으로 보급한 것도 큰 효과를 보았다.
보통 PC방에서 게임포털을 가지고 영업을 할 때, 점주들은 평균 10만원 정도의 이용료를 게임업체에 내야 한다.
그런데 피망에선 이 요금을 받지 않아 빠른 속도로 PC방 이용률을 높인 것이다.
“한게임 이용자 흡수는 시간문제” 자신 하지만 일단 들어온 게이머들의 손끝을 잡아끌기 위해선 마케팅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
과연 피망에는 다른 게임포털에는 없는 그 무엇이 있었던 걸까? 이에 대해 네오위즈에선 뜻밖의 해답을 내놓는다.
“게임을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것이라고 봐야 해요. 단순히 게임으로 돈을 버느냐가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고 있느냐로 접근하는 것은 차이를 낳을 수밖에 없어요.” 오승택 실장은 일견 비슷비슷해 보이는 게임포털들 사이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게임 그 자체는 비슷하지만 사이트 안에서 게임들을 어떻게 운영하고 이용자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는가가 게임포털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네오위즈는 세이클럽을 하면서 쌓아 온 질 높은 서비스 운영 능력으로 게이머들을 붙잡았다.
예를 들어 피망에선 점 200원짜리 맞고를 치다 일정한 승률에 도달하면 점 500원짜리 맞고를 칠 수 있도록 레벨이 올라간다.
마치 롤플레잉게임에서처럼 게임에 계속 몰입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셈이다.
이용자들은 일종의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어 사이트를 계속 찾게 된다.
게임포털이지만 게임 이외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해 다른 게임포털들과 차별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 작은 재미들을 덧붙여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이룬다.
12월 말이면 피망의 1단계 모습은 완성된다.
1단계에선 우선 넷마블 이용자들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한게임 이용자는 넷마블 이용자보다 나이도 많은 데다 월정액을 내는 층이 많아 로열티가 조금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게임 이용자들을 끌어오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자신한다.
점점 더 벌어지는 2, 3위와의 격차가 그것을 보여준단다.
아마도 아바타의 성공을 못 미더워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느낄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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