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비즈니스] 김치시장 곰삭아 간다
[비즈니스] 김치시장 곰삭아 간다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11.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 늘면서 매년 10% 이상 성장세…저가 중국산 몰려와, 품질 경쟁 불가피 올해는 집에서 직접 김장을 하게 되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김장철만 되면 사먹는 게 싸냐, 담가먹는 게 싸냐는 식의 논쟁이 종종 벌어지기 마련이다.
업체별로 혹은 제품별로 차이가 크지만 올해는 대체로 김치업체쪽의 승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종가집 김치’를 생산하는 두산식품BG는 올해 4인가족 기준(35kg) 김장비용은 지난해 9만2241원보다 훨씬 늘어난 18만2284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다 제조하는 데 드는 노동비용(3만원)을 합하면 총 21만2284원이 들기 때문에 판매하는 상품김치(35kg, 14만7천원)를 이용하는 게 더 경제적인 셈이다.
태풍 ‘매미’를 비롯한 잦은 비로 채소값이 급등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김치업체들이 본격적인 김장철 마케팅에 시동을 걸고 있다.
두산식품BG는 11월14일부터 12월20일까지 김장용 김치 5kg을 사면 무 섞박지 500g을 덤으로 주는 행사를 벌인다.
풀무원도 11월10일부터 12월 말까지 김장세트를 4% 할인해 주고 4만5천원 이상 구매 시에는 나박김치 또는 백김치 1kg을 더 준다.
풀무원 류인택 차장은 “지난해 김장철에 올렸던 10억원 매출의 2배인 20억원을 올해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로 김장철에는 김치가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요즘은 김치를 사먹는 사람들도 김장철에 대량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치업계의 마케팅도 이 무렵이면 좀 더 적극적이 된다.
올해 채소값 급등…매출 두 배로 뛸 듯 좀 더 이색적인 행사도 있다.
동원F&B의 양반김치는 11월29일과 12월6일 양일간 참가비 9만원을 내면 충북 진천의 김치공장에서 본인이 직접 김치를 담가서 가져가는 ‘김장투어’를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는 남편이 참여하는 ‘가족사랑 김장투어’를 실시해 부부 동반으로 참가하면 양반 동치미 5kg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여전히 김장철에는 김치를 담가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굳이 김장철에 국한시켜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최근 김치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는 500여개의 업체가 김치를 생산하고 있으며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1인당 김치 소비량은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도 김치를 사먹는 층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보자.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품김치 시장은 5872억원에 달한다.
특히 포장김치시장은 지난 2000년 800억원대에 머물러 있던 것이 2002년 1240억원까지 뛰어올라 2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다.
두산식품BG 신광수 마케팅팀장은 “전체 김치수요 중에서 24%만이 상품김치로 소비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아직 김치시장이 성장 초기 단계라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업체별로 보면 종가집 김치를 만드는 두산식품BG가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94년까지는 중소기업 보호품목이라는 이유로 대기업은 김치산업에 뛰어들 수가 없었다.
다만 두산식품의 전신인 두산농산만이 지난 87년부터 진공포장 방식의 상품김치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제한적으로 대기업의 참여가 허용된 것이다.
이런 선발업체의 이점을 살린 두산은 지난해 단일 브랜드로 10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뒤이어 동원F&B와 농협, 풀무원, CJ, 한울농산 등이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95년부터 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한 동원F&B는 쌀과 물, 김치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일품나라의 전국 영업망을 판로로 활용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80년대 후반부터 김치 연구에 몰두해 온 풀무원은 2001년 저농약 배추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유기농 김치를 출시해 승부수를 던졌다.
이밖에도 CJ가 2000년부터 땅속 김장독과 같은 온도와 밀폐된 공간에서 7일간 발효시킨 햇김치를 선보이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업계에선 지난 2000년 이후 김치시장이 급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두인 두산만 해도 그 이전까지는 연간매출이 고작 300억원 선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와 핵가족이 늘면서 김치를 정기적으로 구입해서 먹는 가정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김치의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김치를 먹으면 비만 방지에 항암 효과가 있고, 동맥경화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강제품으로까지 인식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두산 R&D센터에서 김치를 연구하고 있는 이진혁 팀장은 “90년대 후반 들어 일본이 먼저 김치에 대한 효능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연구개발에 좀 더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김치판매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번거롭게 여겨지던 김치 담그기 대신 클릭 한 번으로 안방에서 김치를 받아 먹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온라인 예약판매를 실시하고 있는데, 미리 주문을 받아 소비자가 원하는 날짜에 배송을 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국산 김치가 국내 시장에 파고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수입된 김치는 1만2349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물량이 274배가 늘어났다.
문제는 중국산 김치의 경우 국내산에 비해 3분의 1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능성 김치 출시 잇따라 국내 김치업계는 당장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동원F&B 서정동 과장은 “대부분 단체급식용으로 납품되고 있어 이에 관여해 온 영세업체들이 타격을 좀 입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도 이전과 달리 국내 품종을 중국으로 가져가서 심는 경우가 많아 품질면에서 뒤지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위협적인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고품질 브랜드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 김치연구단 이명기 박사는 “저가 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산에 대비해 국산 김치제품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업계에서도 이런 노력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기능성 김치에 대한 관심이 활발해진 것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두산은 올해 현대홈쇼핑과 손잡고 기능성 제품인 ‘가바(GABA)김치’를 선보였다.
배추김치에 가바라는 아미노산을 첨가해 혈압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기능을 부여한 것이다.
상품 종류도 부쩍 다양해지고 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궁중김치를 재현한 궁중젓국지, 동태살을 김치와 함께 발효시킨 함흥동태배추김치, 여러 가지 고명류가 들어간 개성보쌈김치 등은 독특한 개성을 살린 김치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한 김치를 아예 썰어서 락앤락용기에 담아 파는 한입김치나 여행 시 가져가면 좋은 김치캔 등 편의성을 살린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밖에도 친환경 원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거나, 유산균을 컨트롤하는 기능을 연구해 김치 맛을 좋게 하는 균은 지키고 신맛을 내는 균은 억제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