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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큰손들 고가 예술품에 ‘눈독’
[세계경제] 큰손들 고가 예술품에 ‘눈독’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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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침체 여파 새 투자처로 떠올라…공급·매물 적어 재테크 주력상품으론 한계 최근 미술작품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영국 등지의 주요 경매시장에서는 회화나 조각 등의 각종 미술작품들이 당초 예상보다도 훨씬 높은 가격에 잇달아 팔려나가고 있다.
‘미술산업’이 이른바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충분히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는 세계 미술작품 경매시장을 거의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두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최근 경매실적에서 쉽게 드러난다.
지난 11월 11일 뉴욕에서 크리스티 주최로 열린 현대 미술작품 경매행사에서는 모두 11명에 이르는 출품 작가들의 작품이 역대 최고가격에 거래됐다.
한 작가의 조각품 낙찰가는 580만달러, 또 다른 회화작품의 낙찰가는 190만달러를 육박했다.
이날 경매에 오른 작품들이 모두 현대작가들의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수치라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이날 거래된 작품들의 평균가격은 예상가의 5배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보다 한 주 앞서 열린 소더비의 경매행사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만을 선보인 이 행사에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1914년 작 ‘The villa at attersee’는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웃도는 가격인 무려 2900만달러에 새 주인의 손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미술품 투자 컨설팅 비즈니스도 생겨 이처럼 최근 들어 미술작품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는 현상을 두고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 중의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주식시장이 오랜 기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던 순간에도, 미술품 시장은 미약하나마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게 사실이다.
즉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에 편중된 재테크 열풍의 뒤편에서 나름대로 대안적인 틈새시장을 형성해 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미술품 투자 열풍이 얼마 전까지 지속됐던 주식시장 침체 여파의 후폭풍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금의 이 움직임이 지난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 동안, 주로 옛 거장들의 대작들이 극소수 소장가들 사이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던 모습과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대형연금펀드나 생명보험사 등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큰손인 기관투자자들이 미술작품 시장에 서서히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이 시장의 뜨거운 양상도 이들 기관투자자들이 미술작품을 유력한 투자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분명히 인식하기 시작한 움직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대형 투자자들이 이 시장으로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는 말과 같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탄탄한 재력을 갖춘 개인투자자들마저 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보이면서 전문적인 투자자문 역할을 해주는 컨설팅 비즈니스들도 덩달아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80년대 이후 한동안 일본인들이 ‘묻지마 투자’ 방식을 선보이며 세계 미술작품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가 큰 낭패를 봤던 것을 들어 우려하고 있으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더비·크리스티, 고객 모시기 경쟁 치열 물론 최근의 이상열풍에도 불구하고, 미술작품 시장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주력상품이 되기엔 너무나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문제로는 이른바 공급물량의 비유동성을 꼽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매물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진짜 ‘값나갈 만한’ 물건들, 즉 대형 가치주들의 물량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치를 제대로 매기기 어려운 옛 작품들 대부분은 민간영역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없는 비매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미술작품들을 기호품이나 사치재의 성격을 완전히 벗겨내고 재테크 수단이라는 새 옷을 입히기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간과할 수 없다.
이쯤 되다보니 이 분야의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업체 사이의 경쟁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크리스티와 소더비 두 업체는 고객들의 눈길을 붙들어 두기 위해 미술작품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을 일부 보장해주는 전략을 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들이 미술작품 시장의 불을 일시적으로 당기는 효과는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이들 업체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역효과도 불러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섣불리 시장을 인위적으로 키우려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11월 13일 소더비는 올해 3/4분기 동안 모두 2740만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최근 들어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가 뚜렷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관련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힘을 얻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표/역대 미술작품 경매실적(단위: 달러) 작가/연도/낙찰가/경매사 고흐/1990/8250만/크리스티 르느와르/1990/7810만/소더비 루벤스/2002/7670만/소더비 고흐/1998/7150만/크리스티 세잔느/1999/6050만/소더비 피카소/2000/5550만/크리스티 고흐/1987/5390만/소더비 피카소/1999/4950만/소더비 피카소/1997/4840만/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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