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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KCC, 현대 접수 손익계산서
[비즈니스] KCC, 현대 접수 손익계산서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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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18위로 껑충, 대북사업 따른 +α vs 도덕적 비난에 신용도 하락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이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금감원은 KCC그룹 정상영 명예회장이 사들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일부에 대해 ‘5%룰’ 위반으로 의결권 제한대상이 된다고 11월21일 확인했다.
이로써 반전을 거듭해온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일단 현 회장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듯 보인다.
그러나 KCC그룹이 현 회장측을 상대로 낸 유상증자 금지 및 이사진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또다시 역전될 수도 있는 ‘안개형국’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한판 승부는 내년 주총때로 결정된다.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외국인들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사들이기와 함께 이미 예고됐다.
고 정몽헌 회장은 4%대의 현대상선 지분 외에는 아무런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
상속자들이 경영권을 넘겨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경영권이 어디로 갈지 불확실해지면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집중 매입하며 호시탐탐 경영권 장악의 기회를 엿보게 됐다.
아울러 정 명예회장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야금야금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확대해 나가고 있었다.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안개 속에 11월13일 정 회장은 현대그룹 접수를 선언했다.
‘숙부의 난’의 배경에 대해 세간의 의구심은 커져만 갔다.
재계는 KCC그룹의 후계구도 강화 차원이라고 해석한다.
세 아들 가운데 첫째 금강고려화학 정몽진 회장은 KCC그룹을, 섯째 금강종합건설 정몽렬 회장은 건설부문을 각각 맡을 것으로 추측된다.
둘째 금강고려화학 정몽익 부사장은 상선의 경영권을 넘겨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부사장은 한진해운 조수호 회장의 동서로 그동안 해운업에 대해 조언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의 상선 장악이 후계구도 전략에 가장 핵심이라 것이 중론이다.
후계구도 핵심, 정 부사장의 상선 장악 하지만 왜? 우선은 정씨 집안이 아닌 현씨 집안에 경영권을 넘길 수 없다는 정서 때문이다.
실제 범현대가는 현 회장의 회장 취임을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KCC가 경영권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배경에는 나름의 손익계산서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KCC의 희망대로 경영권 분쟁이 현 회장측의 ‘백기 투항’으로 끝날 경우 KCC는 어떤 이득을 얻게 될까. 반대로 ‘역전패’로 끝나면 얼마나 손실을 입게 될까. 가능한 시나리오에 따라 KCC의 손익계산서가 어떻게 될지 꼼꼼히 따져보자. 우선 현대그룹을 무난하게 장악할 때를 가정해보자. 가장 큰 이익은 재계 내 KCC그룹의 위상 변화다.
현대그룹의 계열 편입에 따라 KCC그룹의 재계 서열이 자산규모 2조6720억원 37위에서 자산 10조1600억원 18위로 급상승하게 된다.
계열사 수도 7개에서 19개로 늘어난다.
또한 현대아산의 장기프로젝트인 대북사업을 진행함으로써 미래의 ‘알파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범현대가 차원에서 정씨 가문이 경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재계에서 정 명예회장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이미 가외 수입도 듬뿍 챙길 수 있었다.
최근 정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71만9330주(12.82%)를 사들였다.
평균 매입가격은 최저 2만5863원에서 최고 3만4742원으로 총 211억5200만원을 투입했다.
11월21일 종가는 4만2800원으로 모두 346억원어치다.
13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본 것이다.
계열사인 금강종합건설 등이 보유한 44만970주도 마찬가지로 이익을 봤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범현대가가 보유중인 65만4130주의 평가액까지 합치면 모두 평가차익은 8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재계, 현정은 회장 승리에 무게 그러나 이익만 있는 건 아니다.
특히 무형의 손실이 만만치 않다.
상중에 진행된 숙부의 경영권 찬탈은 “삼촌이 조카 기업을 통째로 삼켰다”는 도덕적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 국내 대기업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첫 사례로 기록되며, KCC그룹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기업인수합병 컨설팅회사의 한 관계자는 “KCC는 얼굴 한번 드러내지 않은 채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게 진행한 것”이라면서 “노련한 여우에게 순진한 토끼가 당했다”고 표현했다.
걱정거리는 또 있다.
KCC그룹 전체가 시장에서 신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KCC 주가는 최근 20% 가량 빠졌다.
계열사 역시 경영권 분쟁이 심화된 11월7일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특히 외국계의 반응은 더 부정적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11월18일 KCC의 장기 신용등급인 ‘BBB’를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편입시켰다.
S&P 김은진 애널리스트는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확대는 순수한 투자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향후 신용도가 부정적인 리스크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경영권 장악에 실패했을 경우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
현 회장의 백기투항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현 회장측이 워낙 강하게 반격하고 있어 정 회장이 도덕성 시비와 소송에 휘말리면 오히려 밀릴 수도 있다.
정 회장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현 회장측이 정 명예회장의 사모펀드 매입분(12.82%)을 문제삼아 소송을 걸어 ‘재반격’할 여지도 남아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이미 중반전을 넘어섰다.
재계는 현 회장측의 승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분쟁이 장기전으로 전개되면 현 회장측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화증권 이광훈 연구원은 “정 명예회장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회사 전체가 왔다갔다 하는 전형적인 ‘오너의 전횡’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 vs KCC 분쟁 일지 - 8월4일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 사망 - 8월18일 KCC 등 범현대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6.2% 매입 - 8월19일 KCC, 현대상선 지분 2.98% 매입 - 8월21일 KCC 정상영 명예회장 ‘현대그룹 섭정’ 발언 - 10월21일 고 정몽헌 회장 미망인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취임 - 10월28일 KCC, 뮤추얼펀드 설립 (이때까지 현대엘리베이터 7.82%, 현대상선 3.28% 매입) - 11월4일 BNP파리바투신운용, 현대엘리베이터 12.82% 매입 발표 - 11월7일 KCC, 현대엘리베이터 7.5% 매입 발표 - 11월14일 KCC, 현대그룹 인수 선언(정 명예회장 주식 보유현황 발표) - 11월17일 현정은 회장, 현대그룹 국민기업화 선언(국민주 1천만주 유상증자 발표) - 11월19일 KCC, 현대엘리베이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 11월21일 KCC의 뮤추얼펀드 지분 의결권 제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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