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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항공료 할인 경쟁이 수상하다
[비즈니스] 항공료 할인 경쟁이 수상하다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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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대한항공, 앞다퉈 실시…제주도 지역항공사 설립 견제책으로 눈총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제주노선을 놓고 항공료 할인 경쟁에 나섰다.
그동안 양 항공사 항공료 인상에 가장 강하게 반발해왔던 제주도민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제주도민의 정서는 양 항공사의 할인 경쟁이 오히려 언짢은 듯한 분위기다.
최근 제주도가 지역항공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것에 대해 기존 항공사들이 견제책으로 내놓은 전략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할인 경쟁을 먼저 펼친 것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0월26일부터 제주도민에 한해 항공료 10%를 할인해주기 시작했다.
제주도를 기점으로 하는 국내선 전노선(김포, 인천, 김해, 대구, 광주, 청주, 포항)의 출발 또는 도착 항공편이 대상이다.
주민등록증을 제출해 제주도가 주소지임을 확인받은 탑승객이면 누구든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뒤질세라 대한항공도 12월1일부터 김포∼제주와 김해∼제주 노선에 대해 20%를 할인해주기로 결정했다.
할인운임이 적용되는 항공편은 오후 6시 이후 김포 또는 김해를 출발해 제주에 도착하는(금요일 제외) 노선이다.
또한 오전 10시 이전 제주를 출발해 김포 또는 김해에 도착하는(월요일 제외) 항공편에도 적용된다.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탄력 요금이 적용되는 노선을 발권하면 누구든 할인해준다.
지역항공사는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항공시스템으로 국내 항공노선을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항공사다.
주로 대형항공기보다는 100석 이하의 중소형 항공기로 600㎞ 내외의 단거리 노선을 운행한다.
이미 미국 160개, 유럽 140개, 일본 15개, 대만 4개사 등 대부분 국가에서 중소도시간 항공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제적 효율성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주도가 제주항공(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도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도의 재정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다.
제주지역 주민 90% 이상이 외부로 나가는 교통수단으로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선 가운데 제주노선이 가장 규모가 큰 알짜배기 노선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01년 제주지역 항공설립행정지원단을 신설해 이미 민·관 합작항공사 설립에 따른 법적·제도적 문제를 검토하고, 외국 지역항공사의 운송사업실태 등을 조사했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용역을 의뢰해 “지역항공사를 설립해 항공운송사업을 벌일 경우 3년 이내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행정지원단 고창덕 항공정책담당은 “일본은 2000년 항공법을 개정하면서 항공산업을 지역항공과 국제항공으로 나눠 지역항공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면서 “제주도의 지역항공사 설립은 뒤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 항공사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비치지는 않지만 달갑지 않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할인정책이 순수하게 제주도민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며 “지역항공사 설립과 관련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 역시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제주노선에 대해 할인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그 이상 그 이하의 해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원칙적으로 지역항공사 설립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교부 항공정책과 이동민 사무관은 “지난 7월 항공법을 개정해 부정기 항공면허에 항공기를 80인승 이하로 확대했기 때문에 지역항공사 설립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등록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제주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제주항공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늦어도 2005년에는 사업등록을 마치고, 중소형 항공기 10여대를 도입해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생소한 지역항공사가 과연 순탄하게 출범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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