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뷰포인트] 하이닉스반도체(000660) 비메모리 사업 매각 협상
[뷰포인트] 하이닉스반도체(000660) 비메모리 사업 매각 협상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12.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동성 숨통? 기업가치 하락? 하이닉스반도체가 비메모리 부문인 시스템IC 사업을 매각하는 협상에 들어갔다.
11월26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 씨티그룹 자회사인 씨티벤처캐피털은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6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와 타당성 검토를 마친 씨티벤처쪽이 비메모리 사업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최종적으로 밝혔다”고 확인했다.
채권단은 이미 본 계약 체결을 전제로 씨티벤처가 제시한 조건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빠르면 12월 첫째 주에 채권단 운영위원회와 전체협의회를 열어 매각조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쪽은 별도의 양해각서 없이 연말까지 본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따라서 12월 중순께면 가격을 포함한 구체적인 매각 계획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메모리 사업 매각은 하이닉스 구조조정의 마지막 수순이다.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한 이래, 2000년에는 모니터 사업부가 현대이미지퀘스트로 분사했다.
2001년 5월에는 휴대전화 사업부가 현대큐리텔로, 같은해 7월과 9월에는 통신시스템사업부와 TFT-LCD사업부가 분사와 매각 절차를 통해 떨어져 나갔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매각한 금액만도 1조4천억원에 이른다.
이제 남은 사업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뿐이다.
이 가운데 비메모리 사업부문이 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다.
씨티그룹은 이미 지난 9월 초 하이닉스 비메모리 부문을 인수할 의사를 보인 데 이어, 투신사 등을 통해 4300억원 규모의 하이닉스 채권을 사들인 바 있다.
지난 11월26일에는 매각주간사인 도이치방크와 인수자인 씨티벤처가 채권단을 대상으로 서울에서 비메모리 부문 매각 관련 설명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씨티벤처쪽은 채권 금융기관들에게 2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빌려 줄 것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둘러싼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비메모리 부문이 매각되면 하이닉스로선 내년 자금 유동성에 일단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쪽도 비메모리 부문을 매각한 자금을 부채상환과 내년도 D램사업 설비투자에 쓸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메모리 부문 매각 작업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부문 매각 협상소식을 들은 시장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유동성 개선에 대한 기대로 매각을 환영하는 쪽과,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이라는 쪽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일단은 매각 협상에 대해 환영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하나증권은 11월27일 “매각이 성사될 경우 설비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닉스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나증권 이선태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2003년 7500억원, 2004년 1조2천억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실적부진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매각이 이뤄질 경우 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0.11um(미크론) 공정 전환과 300mm 라인 투자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선발 업체와 기술적인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투증권의 서도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템IC 부문의 수익성이 현저히 개선되고 있어 흑자전환을 앞둔 시점이므로, 매각보다는 D램과 함께 경쟁력을 높여 D램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도원 연구원은 “시스템IC 부문을 하이닉스 자회사로 분리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매각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는 시스템IC 부문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하이닉스가 회생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나온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