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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무인 택배 사서함 국내 첫선
[비즈니스] 무인 택배 사서함 국내 첫선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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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텍서비스, ‘이지라커’ 사업 개시…가격 저항 줄이고 설치 확대하는 게 관건 독신생활 5년째인 김아무개 대리는 아침마다 세탁원을 기다리느라 출근시간에 쫓기기 일쑤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이런 불편함이 없어졌다.
출근길에 세탁소에 맡길 와이셔츠를 아파트 경비실 앞 라커에 넣어 두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라커에 와이셔츠를 넣고 잠근 뒤 LCD화면을 조작하면 자동으로 세탁소로 연락돼 옷을 수거해 간다.
퇴근길에는 세탁이 끝난 와이셔츠와 함께 미리 주문해 둔 신작 비디오테이프를 라커에서 꺼낸다.
결제는 라커에 달린 투입구에 신용카드를 넣었다 빼면 즉석에서 이뤄진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비디오가게에 반납하러 갈 필요 없이 라커에 넣어 두면 된다.
내일은 시골집에서 택배로 부친 김장김치가 도착할 예정이다.
그런데 급하게 일주일 간 해외 출장을 가게 됐다.
김 대리는 부랴부랴 사서함 관리업체에 전화를 걸어, 김치를 일주일 간 위탁 보관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와 같은 생활의 편의를 누릴 수 있게 될 듯하다.
집 안에 사람이 없어도 우편물이나 소포, 각종 생활물품을 원하는 곳에서 받거나 보낼 수 있는 ‘무인 사서함’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시작됐기 때문이다.
우체국이 아닌 민간사업자가 이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우편물·세탁물 등 보내고 받고, 결제까지 삼성그룹 에스원의 자회사인 에스텍서비스는 11월25일, 첨단 보안기능을 내장한 무인 사서함 ‘이지라커’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지라커는 언뜻 보면 지하철역이나 대형 할인점에 설치된 사물함과 비슷해 보이지만 몇 가지 유용한 기능이 들어 있다.
우선, 문을 여닫는 방식이 단순히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열쇠로 여닫는 기존 사물함과는 다르다.
초고속망으로 중앙 관제센터에 연결돼 있어, 실시간으로 관제센터에서 제어한다.
라커에 부착된 카메라로 24시간 관제센터에서 감시가 가능하므로, 파손이나 도난의 위험도 대폭 줄였다.
기존 사물함처럼 한번 쓰고 마는 것도 아니다.
우편물이나 택배, 세탁물이나 비디오테이프 등 자주 주고받는 생활물품을 가까운 라커에서 받아보거나 보낼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등기우편처럼 직접 전달해야 하는 물건도 라커에 넣어 두면 퇴근길에 주인이 찾아가면 된다.
결제는 신용카드를 넣고 즉석에서 하면 된다.
영수증도 그 자리에서 발급된다.
미성년자나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에겐 별도의 ID카드를 발급한다.
라커에 달린 LCD 화면을 통해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물건을 받을 사람이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배달 물건을 위탁 관리해 주는 서비스도 실시한다.
에스텍서비스 박철원 사장은 “내년에는 냉장·냉동이 가능한 라커와 특수 보안기능이 탑재된 라커도 내놓을 예정”이라며 “집을 자주 비우는 맞벌이부부나 낯선 사람에게 사생활 공개를 꺼리는 독신자 등에게 유용한 서비스”라고 밝혔다.
이지라커 설치 및 임대, 관제센터 운영 등은 모두 에스텍서비스가 맡는다.
에스텍서비스는 이지라커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우체국 직원이 직접 사인을 받기 위해 집을 서너 번씩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택배나 홈쇼핑 등도 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스텍서비스는 라커에 물건을 넣어도 이용자가 직접 수령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와 협의 중이다.
삼성화재는 라커에 넣어 둔 물건이 손상됐을 때 보상해 주는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배달업자를 가장한 범죄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일본 최대의 택배 라커 시스템 사업자 풀타임시스템(FTS) 등 7개 업체가 지하철역이나 아파트단지 등 인구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전자식 라커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만세대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텍서비스도 에스원에서 분사한 에스텍시스템이 이지라커 서비스를 위해 일본 FTS와 합작 설립한 업체다.
하지만 이지라커가 정말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려면, 우선 전국적으로 보급이 확산돼야 한다.
에스텍서비스는 우선 내년까지 이지라커 200만대 설치를 목표로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신 신규 아파트단지와 지하철역, 편의점과 공장단지 등을 중심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스텍서비스는 CJ·한진택배 등 국내 4대 택배사업자 및 보광훼미리마트 등 편의점 사업자와 이미 협상에 들어갔다.
우선 2005년 하반기까지 50만가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선 활성화, 국내서도 성공할까? 하지만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이지라커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월 2500원 안팎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설치비도 별도로 들어간다.
이지라커 기본형 한대를 설치하는 비용은 2천여만원이다.
200가구의 아파트 1동을 예로 들면, 한 가구당 초기 설치비가 10만원씩 들어가는 셈이다.
이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에스텍서비스쪽은 성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스텍서비스 이범달 전무는 “아파트 신규 분양가가 적어도 수천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1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은 부담없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월 이용료도 일본이 4천원선인 점을 고려하면 훨씬 싼 편이다.
특히 아파트단지는 이용료를 관리비에 포함해 납부하는 방식으로 가격저항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서비스를 빨리 확대시키기 위해 우정사업자와 택배업자 등에겐 별도의 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관제센터를 통한 운영수익과 라커 임대수익 등으로 이익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범달 전무는 “수익이 점차 안정되면, 라커를 무료로 설치해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텍서비스는 일본에서 무인 라커 서비스가 성공한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비슷한 주거환경인 국내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국내 최초 사업자라는 점도 유리한 조건이다.
무엇보다 이용자인 서민들에게는 생활편의를, 서비스 사업자에겐 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를 안겨 준다는 점을 내세워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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