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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LG카드발 금융위기 오나
[포커스] LG카드발 금융위기 오나
  • 김태경/ <파이낸셜 뉴스>
  • 승인 200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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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이면 현금 바닥날 듯…국내외 금융기관에 매각해야 악재 해소돼 LG카드의 유동성 악화로 금융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월24일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가 악화된 LG카드에 2조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해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의 본질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LG카드사의 경영정상화 여부에 따라 금융위기의 문제가 또다시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들이 공동으로 LG카드에 투입한 2조원으로는 LG카드가 정상화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연말에 만기도래하는 카드채 규모가 1조8905억원에 달하는 데다 매달 운영자금만 5천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소 1조원은 더 들어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카드사들이 요주의 여신에 대비해 쌓아 두고 있는 충당금 규모도 국민은행과 같은 49%선을 유지해야만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카드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LG카드는 현재 29% 정도의 충당금을 쌓아 두고 있지만, 자기자본 잠식분 1조2천억원을 감안할 경우, 그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금서비스 등 매달 운전자금으로 5천억원 이상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년 3월이면 지원자금 2조원이 바닥이 날 것으로 시중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카드채 만기상환 봇물 이룰 듯 따라서 이번 자금지원은 경영정상화 여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LG카드를 정상화시키는 방법 중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국내외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방안을 조언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한 LG그룹의 브랜드로는 경영을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LG카드를 공동 경영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따라서 국내외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것이 시장불안 요인인 LG카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는 상태다.
이미 LG카드를 인수하려는 금융기관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LG카드를 인수할 유력한 금융기관으로는 하나은행이 거론되고 있지만, 하나은행은 11월27일 증권거래소 조회공시를 통해 LG카드를 인수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하나은행이 결국 26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LG카드를 인수해 전체 은행 자산 규모를 꾀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중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도 채 안 돼 LG카드를 인수할 만한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중소은행 중 신용카드 사업 비중이 낮은 몇 개 은행들도 이번 기회에 규모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LG카드를 인수하려 한다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까지 LG카드채의 총 만기규모는 6조2천억원 수준에 달한다.
담보로 발행했던 자산유동화증권(ABS)도 5조4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LG카드채의 거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거기에 한때 6%까지 하락했던 유통금리도 최근 유동성 악화로 인해 9%선까지 수직상승했다.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이 없어 거래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LG카드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향후 LG카드의 정상화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LG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LG카드의 매각 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자산을 모아서 LG카드채에 투자하고 있는 투신권의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연말에 만기가 오는 규모는 3천억원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내년 3월부터 돌아오는 만기 규모가 3조2천억원에 달하고 있어 LG카드가 부도가 나거나 영업정지 등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질 경우 대량 환매 사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업계는 LG카드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매각이 불가피하지만 현재 투입된 자금보다는 훨씬 많은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신용평가사들이 LG카드에 대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경우 ‘트리거(방아쇠)조항’으로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처리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트리거조항은 해당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담보로 제공했던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즉 안정적 자산으로 평가받던 ABS의 상환이 힘들어져 이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LG그룹은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 정상화 플랜으로 LG카드의 인력 감소와 지점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강도 높은 자구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내년 3월까지 유상증자와 구본무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 매각 등 총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1조원의 자금으로는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LG카드를 정상화시키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투입된 자금도 일주일 만에 9천억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3월이면 현금이 바닥나는 상황에서 LG카드의 자구노력이 실현된다 해도 연체율의 증가와 매달 5천억원씩 소요되는 운전자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LG카드가 매각될 경우 금융권의 악재가 해소되는 만큼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투증권 리서치센터 박진환 차장은 “LG카드를 매각하는 것은 현재 나오고 있는 방안 중 가장 현실적인 방안인 동시에 카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한투운용 정원석 채권운용본부장은 “LG카드의 문제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방식이 문제”라며 “특히 LG카드는 장기물보다는 단기물 채권을 많이 발행했기 때문에 지난 상반기 카드채 문제가 터졌을 때 이를 상환하는 데에 여념이 없어 유동성 비율이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자구안 실현돼도 운전자금 감당여력 없어 전문가들은 내년 3월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그 이후에 필요한 자금을 LG카드가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 만기 연장권을 가지고 있는 제2금융권이 연장을 망설이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11월27일 오후에 발생했던 교보생명의 채권 원리금 상환 요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만기연장에 합의해 준 보험권 중 일부 금융기관들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나서면서 LG카드의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여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보험권뿐만 아니라 투신권도 마찬가지다.
이미 보험사를 비롯해 투신사들도 가급적 LG카드측이 요구한 만기연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금융기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과거처럼 정부 주도 하에 카드채의 만기연장을 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교보생명처럼 돌발변수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결국 내년 상반기부터 폭발적으로 돌아오는 카드채 만기상환과 LG카드의 자구노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 및 국내외 금융기관에 매각 속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의 여부에 따라 LG카드 문제가 해결될지 아니면 또다시 금융대란이 재연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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