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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읽기] 설비투자 늘려야 내수회복
[경제읽기] 설비투자 늘려야 내수회복
  • 신후식 대우증권 수석이코노미
  • 승인 2003.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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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우리나라 설비투자 관련 지표의 움직임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데도 실질 설비투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에는 투자가 수출에 1 내지 2분기 선행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투자가 수출보다는 내수, 특히 민간소비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과, 수출은 달러 표시 명목금액이고 설비투자는 원화표시 실질기준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자본재의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위축 효과(부정적 효과)가 우리나라 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및 투자 증가 효과보다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은행 조사에서 설비투자와 수출의 상관계수는 0.3인데 반해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와의 상관계수는 0.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비부진이 투자를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비투자가 수출보다 경기 선행성이 약화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투자 행태가 지양된 대신에 수익성에 더욱 민감해져서 수익성 전망이 호전되기 전에는 설비투자를 기피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도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둘째는 우리나라 기계설비투자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수입설비가 크게 늘고 있는데도 전체 설비투자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수입설비투자는 경기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경기 변동성이 비교적 높은 제조업, 첨단산업분야에서의 자본재 수입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수입설비는 3.9%포인트 증가하는데 반해 국산설비투자는 1.7%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치고 있다.
결국 국산 설비투자의 부진이라는 마이너스 효과가 수입설비투자 확대라는 플러스 효과를 압도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는 미국과 일본 등은 투자가 크게 늘면서 경기회복세가 탄력을 받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만 투자부진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완만하다는 점이다.
3분기 중 일본의 실질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 가까이 늘었고, 미국은 8%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질 설비투자는 3분기에는 2분기보다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설비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업종의 품질 개선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 같은 품질 개선 속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설비투자 디플레이터를 추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선진국 간의 품질 개선 속도의 반영도 차이가 우리나라와 선진국 간의 실질설비투자 회복 속도 차이로 이어진 점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은 통계상 혹은 시차상의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현재의 설비능력과 기술수준으로도 충분히 판매가 가능한 대중화 경제권 수출에만 주력하면서 설비투자를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 지연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이익을 제고시키겠지만, 결국 내수 회복을 제약한다.
게다가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약화, 특히 중국과의 경쟁력 격차 축소로 수익 기반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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