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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할인점 출점경쟁 제동 걸리나
[비즈니스] 할인점 출점경쟁 제동 걸리나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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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대형 할인점업계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월8일 산업자원부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대형 할인점업계에선 신규 출점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가중됐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산자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개정 법령은 내년 1월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개정법률에서 신설된 유통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과 최소 신청인원 및 비용분담문제 등을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역주민 50명 이상이 백화점, 할인점 등 대규모 점포의 출점에 반대하면 해당 지자체에 유통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조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분쟁조정 대상은 입지선정·매장규모 등 출점 관련 사항, 정기·비정기 할인판매, 고객유치를 위한 무료 버스운행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다 판촉을 위한 광고전단지의 부착, 인근지역의 교통혼잡·소음 등 생활환경에 관한 건도 포함됐다.
분쟁조정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은 지자체와 대규모 점포가 똑같은 비율로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내용으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조정신청이 남발될 소지가 있어 신규 출점이 가로막힐 것이라는 게 대형 유통업체들의 입장이다.
특히 점포수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할인점업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할인점업체들이 소속돼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달 28일 산자부에 제출한 건의문을 통해 “입지선정이나 매장규모의 결정은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이기 때문에 이를 분쟁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관련조항의 삭제를 요청했다.
이미 점포 출점시 건축법 및 환경, 교통, 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에 따른 심의를 받기 때문에 이중 규제가 된다는 것이다.
조정신청을 할 수 있는 최소 인원도 분쟁지역 내 소매사업자의 과반수 또는 지역주민의 10%로 확대해야 하며, 비용 역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조정신청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이런 불협화음은 그동안 지역상권을 중심으로 빚어졌던 지자체와 할인점업체 간의 갈등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지방도시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 주변 중소상인들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속초 상공회의소는 11월7일자로 노무현 대통령 등에 건의문을 보내 “중소도시에 대형 할인점이 진출해 중소 유통업체의 도산이 속출하며 지역에서 회전돼야 할 소비성 유동자금이 서울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대형 할인점의 지역법인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할인점쪽에선 “지역주민의 표를 의식한 일부 지자체가 무리한 요구로 할인점의 출점을 방해해 왔다”고 주장한다.
한국까르푸는 지난 2001년부터 광주광역시 방림동에 점포를 내기 위해 부지매입을 추진했지만 올해 5월에 계획을 백지화했다.
시와 남구청에서 육교와 공원 등을 지어 달라며 30~40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국까르푸 고승태 이사는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인근지역의 중소제조업체들의 경기도 살아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 3일 업계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이미 금지하고 있는 무료버스 운행건은 분쟁조정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며 “비용부담문제 등도 다시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할인점업계가 가장 문제삼고 있는 출점관련사항은 그대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상인들이 들고 일어나면 지자체가 어쩔수 없이 손을 들어 줬지만,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조정절차를 거치게 되면 오히려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결국 산자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할인점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재래시장 등 중소상인에 대한 정부차원의 별도 지원책이 아직 미흡한 상태에서 뿌리 깊은 갈등구도를 얼만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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