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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들여다보기] 엽기적 페미니즘, 여성들 유혹
[광고 들여다보기] 엽기적 페미니즘, 여성들 유혹
  • 양웅/ 금강기획 크리에이티브
  • 승인 2003.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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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들에게 패션은 더 이상 의식주의 기본적인 필수품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적극적인 도구로 완전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패션 광고는 옷의 소재나 패턴보다는 자신들의 옷이 담고 있는 정신적인 가치를 말하곤 한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컨셉트를 통해 서로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패션브랜드인 쿠카이. 20대 초반과 중반의 도시적이고 세련된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은 페미니즘이다.
엄밀하게 말해 남녀평등보다는 남성비하나 여성우월주의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사실 페미니즘의 도구는 화장품, 향수, 술, 담배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들의 컨셉트로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막강한 소비력을 지닌 이상 그녀들의 정서를 잘 맞춰야 물건도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쿠카이가 보여 주는 페미니즘의 수위는 가히 엽기적이다.
쿠카이 광고에서 남자들은 비참하게 무너진다.
손톱을 다듬는 여자의 손이 보인다.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남자는 손톱을 다듬는 줄 끝에 안간힘을 쓰며 매달려 있다.
그런데 그녀의 손톱을 보면 지금 다듬고 있는 가운데 손가락만 깨끗하고 다른 손톱에는 때가 끼어 있다.
결국 이 남자는 가운데 손톱에서 방금 꺼낸 때라는 거다.
손톱 사이에 낀 때만도 못한 것이 바로 남자인 것이다.
‘어디 요녀석, 불쌍한데 구해 줄까’ 동정어린 그녀의 속마음.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손가락 끝에 매달린 남자의 애처로운 마음이 일순간 교차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광고는 비하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우월주의로 이어진다.
쿠카이라는 브랜드 밑에 붙은 카피는 다름 아닌 ‘남자들을 구해 주자’이다.
단순히 남자들을 비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자들이 구해 주지 않으면 저 우매하고 불쌍한 남자들을 누가 구해 주겠느냐는 자만심이 노골적으로 표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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