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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톡톡 튀는 PC들 불황 뚫어
[특집] 톡톡 튀는 PC들 불황 뚫어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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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고 예쁘게, 더 싸게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사진부터 감상해 보실까. 풍뎅이, 축음기, 공중전화, 책, 피라미드…. 지금 독자들이 보시는 사진 속에는 장난감 같기도 하고 잡동사니 같기도 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 각양각색의 물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데스크톱PC라는 사실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깜찍한 디자인이 결합된 이 놀랄 만한 물건들은 다름 아닌 인텔코리아 www.intel.com/kr가 국내 PC 관련 업체와 함께 실시한 컨셉PC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이다.
네모 반듯한 모양의 PC에 싫증이 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한 물건이다.
좀 더 깜찍하고 ‘튀는’ 제품을 갖고 싶은 욕심에 PC 사용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이처럼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데스크톱PC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니, PC 제조업체들이 더 이상 직육면체 모양의 천편일률적인 ‘타워형’ PC를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내놓는 데스크톱PC의 컨셉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PC시장의 상황에서 기인한다.
전세계 PC시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PC시장은 72만9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떨어졌으며, 지난 2분기에 비해선 10.8% 하락했다.
그 중에서도 데스크톱PC의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3분기 데스크톱PC 시장은 57만3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9.8%나 하락했다.
노트북PC 시장 또한 지난 2분기보다는 6.6% 감소했지만, 그나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성장했다는 점에 위안을 삼았을 따름이다.


경기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 대신 중고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한 그동안 상대적으로 성능이 뒤쳐진 것으로 인식돼 온 노트북PC가 데스크톱PC 못지않은 성능을 내며 인기를 끌자 데스크톱PC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사정이 이쯤되자, 각 PC 제조업체들은 저마다 데스크톱PC를 살리기 위한 묘책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격을 대폭 낮춰 보기도 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하면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런 노력들이 반영된 제품들이 부쩍 눈에 띈다.
가장 큰 변화는 ‘PC와 가전의 결합’이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맞게 PC의 고유한 기능에 가전제품의 편리성을 더한 제품들이 부쩍 늘고 있다.
기존의 틀을 깬 과감한 디자인과 색상, 작은 크기에 비해 강력하고 편리한 기능, 각종 아이디어를 가미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작은 차이’로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전략인 셈이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한 PC 제조업체들의 노력이 담뿍 배인 제품들을 살펴보았다.



PC 같지 않은 PC, 시선 집중

이걸 보고 과연 PC라 할 수 있을까. 언뜻 보면 4단 서랍장처럼 생긴 이 ‘물건’이 TG삼보컴퓨터 www.trigem.co.kr에서 내놓은 신개념 데스크톱PC ‘루온’(LLUON)이다.
이 제품은 올 한해 나온 데스크톱PC 중 가장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온은 삼보가 ‘PC를 뛰어넘는 미래 지향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기기’란 구호 아래 만든 신개념의 PC 브랜드다.
루온의 특징은 본체를 4단 서랍장처럼 각각 나눠 ‘모듈화’한 데 있다.
따라서 중앙연산장치(CPU)와 하드디스크, CD-ROM 같은 광드라이브와 확장팩 등의 주요 부품들을 손쉽게 끼웠다 뺄 수 있다.
빼낸 각 부품은 USB포트를 이용해 노트북PC 등 다른 기기에 연결할 수 있다.
예컨대 루온의 DVD-ROM을 빼내 USB로 노트북PC에 연결하면, 노트북PC에서 DVD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원을 켜지 않고도 리모컨으로 음악이나 동영상,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어 사용이 쉽고 편리하다.


삼보쪽은 “온 가족이 쉽게 쓸 수 있는 디지털 기기라는 점을 강조해, 중·고등학생을 둔 가정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소비자의 눈길을 단번에 끌 수 있는 디자인으로 각광받는 것이 ‘튜닝PC’다.
해커쇼핑몰 www.hacker.co.kr은 최근 자체 브랜드 튜닝PC ‘힘(HIMM) 튜닝’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본체 일부를 투명 아크릴판으로 제작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해커쇼핑몰 최미향 대리는 “고객의 취향에 맞게 네온 라이트와 쿨러 등 튜닝부품을 옵션으로 장착해, 인테리어 효과를 높이고 개성을 강조한 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능 제품이면서도 80만원대 초반 가격에 제공되는 점도 매력적이다.



노트북처럼 본체·모니터 일체화

지금까지 데스크톱PC의 가장 큰 약점은 크고 투박하다는 데 있었다.
따라서 성능이 뛰어남에도,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연결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미관을 해치곤 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한 것이 이른바 ‘일체형PC’다.
TG삼보컴퓨터가 지난 9월 내놓은 ‘올인원 멀티미디어PC’는 LCD와 본체를 일체형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17인치 LCD화면으로 데스크톱PC의 대화면을 구현했으며,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채택해 불필요한 선을 없앴다.
한국후지쯔 www.fujitsu.co.kr도 지난 10월, LCD 일체형 본체에 키보드를 접고 펼 수 있는 일체형PC ‘라이프북 L2010’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무선랜을 장착해 집 안 어디서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으며, 키보드를 접으면 모니터 상단에 CD·DVD플레이어 조작 화면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노트북PC처럼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일체형으로 묶은 제품도 있다.
삼보정보통신 www.tgicc.com은 겉모습은 노트북PC, CPU와 하드디스크 등의 부품은 데스크톱PC 제품을 쓴 ‘데스크북’을 내놓았다.
데스크톱의 고성능에 노트북PC의 휴대성을 결합한 것이다.
TG삼보컴퓨터도 12월 초 ‘드림시스BG’란 노트북 스타일의 데스크톱PC를 내놓았다.
무게가 6.6kg으로 데스크톱PC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우면서, 다양한 포트를 탑재해 확장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반제품 PC, 왕초보도 조립 뚝딱

지난해 초부터 데스크톱PC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의 PC가 있으니, 이른바 ‘베어본PC’(Barebone PC)다.
베어본PC는 말 그대로 뼈대만 갖춘 ‘반제품PC’다.
케이스와 메인보드, 전원공급 장치 등 최소한의 장치만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CPU와 메모리, 하드디스크와 CD-ROM 등은 개인이 직접 사서 조립해야 한다.
물론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조립할 수 있다.


베어본PC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반제품인 탓에 값이 싸다는 데 있다.
앞부분에 LCD창이 달려 있어 작동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으며, 자가진단 기능이 내장돼 있어 어린이나 초보자도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크기도 일반 데스크톱PC의 절반 수준으로 작은 데다, 슬림형과 박스형으로 제작돼 인테리어 효과도 있다.
싸게는 10만원대에서 최고 90만원대까지 다양하며, 보통 20만~30만원대 제품이 많이 팔린다.
국내에선 MSD, 에이오픈, 빅빔, 유니텍 등이 제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베어본PC 전문 쇼핑몰인 베어본몰 www.barebone.co.kr 관계자는 “베어본PC는 값이 싸면서 기능과 디자인이 우수하고 사용이 편리해 초보자나 고급 사용자들 모두에게 유용하다”며 “PC 불황기에도 베어본PC는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베어본PC에도 간단한 아이디어를 도입해 차별화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빅빔 www.bigbeam.co.kr에서 내놓은 ‘디지다이스’는 내부에 장착된 쿨링 시스템을 통해 장미 향기를 발산하는 ‘향기 나는 베어본PC’다.



PC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

실내 공간과의 조화는 이제 데스크톱PC의 기본 조건이다.
집 안 구석에 처박혀 있던 PC가 점점 눈에 잘 띄는 곳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LGIBM www.lgibm.co.kr 조중권 부장은 “PC가 MP3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 등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과 함께 DVD나 TV 등 멀티미디어 기기로 바뀌었다”며 “그에 따라 책상 밑에 있던 PC가 책상 위 또는 안방으로 나오게 되고, 자연스레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각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내놓는 ‘슬림PC’다.
10cm 안팎으로 날씬한 몸매에 본체와 주요 연결포트, 지시부 램프 등을 세련되게 배치해 인테리어 효과를 높인 제품이다.
현주컴퓨터 www.hyunju.com의 ‘아이프렌드 S1’시리즈는 두께가 11cm로 공간 효율성을 높였으며, 푸른색 계열을 채택해 디자인을 중시하는 신세대를 겨냥했다.
LGIBM이 내놓은 ‘멀티넷X’의 경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자인 상인 독일의 ‘레드도트 2003’ 디자인상 수상작으로, 9.7cm의 초슬림 두께에 푸른색 지시램프를 상단에 배치해 세련됨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소음도를 27dB로 낮춰 집 안에서 쓰더라도 전혀 시끄럽지 않다.


데스크톱PC의 고정관념을 깨는 과감한 색깔로 눈길을 끄는 제품도 있다.
노트북PC에 주로 채택해 온 검은색이 최근의 ‘블랙 열풍’에 힘입어 데스크톱PC로 확장된 것이다.
LGIBM의 기업용 데스크톱PC ‘싱크센터 M50’은 모니터와 본체, 키보드와 마우스가 온통 검은색이다.
LGIBM 조중권 부장은 “신뢰성을 중시하는 기업용 제품과 검은색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져 채택하게 됐다”며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는 등 기업용 시장에 맞게 제작했다”고 밝혔다.
해커쇼핑몰도 ‘전문가가 추천하는 이달의 PC’시리즈의 하나로, 17인치 LCD모니터에 검정색 본체와 키보드, 스피커를 포함한 검은색 조립PC 판매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예 인테리어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제품도 눈에 띈다.
인테리어PC 전문업체 소프트믹스 www.softmix.co.kr의 ‘미니미’와 ‘블랙박스’가 대표적이다.
‘TV 옆에 설치하는 PC’란 컨셉의 미니미는 21×21.5×14.5cm의 작은 크기에 소음도 16dB로 매우 적다.
빨강·검정·회색의 3가지 색상을 채택해 고객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블랙박스는 백과사전 크기의 초소형 컨셉PC로, 거실에 있는 오디오나 TV를 연결해 동영상을 감상하기에 편리하게 설계됐다.



리모컨으로 즐기는 멀티미디어 가전

최근 데스크톱PC의 경향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가전제품처럼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PC’다.
이런 경향에 맞춰 최근 떠오르는 것이 ‘미디어센터PC’다.
‘미디어센터PC’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운영체제로 채택하고, 가전제품처럼 리모컨을 조작해 DVD 영화와 MP3 음악 감상은 물론 FM라디오나 TV 시청을 손쉽게 할 수 있는 PC로, ‘엔터테인먼트PC’라고도 한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으로는 한국hp www.hp.co.kr의 ‘미디어센터PC M’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다.
무엇보다 PC를 켜지 않고도 리모컨으로 각종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터넷으로 TV 방송편성표를 내려받으면, PC 모니터로 TV를 시청하거나 예약 녹화를 할 수 있다.
PDA나 노트북PC, 디지털 카메라와 비디오, 캠코더 등을 손쉽게 연결할 수 있으며 메모리스틱이나 멀티미디어카드, 컴팩트플래시 등 널리 쓰이는 메모리카드를 곧바로 꽂아 쓸 수 있는 메모리카드 슬롯이 장착돼 있다.


현재 삼성전자, TG삼보컴퓨터, 한국hp, 현주컴퓨터 등이 미디어센터PC를 내놓거나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가격도 150만~200만원대로 일반 데스크톱PC와 비슷해,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출시되는 데스크톱PC 제품들을 디자인이나 성능, 색상이나 크기에 따라 정확하게 분류해 내기는 쉽지 않다.
최근의 제품들은, 강력한 성능은 기본이고 미려한 디자인과 휴대성을 함께 강조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모컨을 채택하거나 전원을 켜지 않고도 음악과 FM라디오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등 가전제품의 편리함을 갖춘 것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PC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내놓으면서 ‘차별화’를 내세우는 데 주력하는 이유는, ‘작은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불황기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려는 노력의 하나로 이해하면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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