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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뒤틀린 경제보도’ 토론회 지상중계
[지상중계]‘뒤틀린 경제보도’ 토론회 지상중계
  • 정리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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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왜곡·편파에 독자 짜증

△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 사실은 높다

국내 언론들에 의해 자고 일어나면 지겹도록 들어 온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다는 얘기다.
특히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조선일보는 집요하게 이런 문제제기를 해 왔다.


“한국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등으로 인해 경쟁국 중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도미닉 바튼 아시아·태평양 지역사장은 …(중략)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 등을 집중 거론했다.
(한국경제 10/22 1면)

이런 신문들은 자신들의 입으로 다시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은연중에 고백하기도 한다.
정부가 고령자 고용촉진을 위해 현재 60살로 돼 있는 정년을 65살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를 비판하면서 노동시장의 현실을 ‘구조조정으로 인한 감원이 일상화돼 있다’고 묘사한 것이다.
그것도 사오정이니 삼팔선이니 하는 말들을 써 가면서 말이다.


문제는 노령화 대책내용이 지극히 비현실적이라는 점에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데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감원이 일상화돼 ‘사오정’, ‘오륙도’에 이어 최근엔 ‘38선’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고용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고령자에 대한 취업차별 금지를 법제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한국경제 11/11 사설)


△ SK그룹 전격 압수수색과 경제 불안에 대한 과장

서울지검이 지난 2월17일 SK증권과 JP모건 간의 SK증권 주식 이면거래와 관련해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재계는 본격적인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당황해 했다.
특히 SK에 대한 수사가 참여연대의 고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시 고발 상태에 있던 LG, 한화, 두산 등의 그룹들은 악화된 여론을 바탕으로 검찰의 수사확대가 나타날까 전전긍긍했다.


이때 주요 경제지들은 연일 사설과 외부필진을 동원해 검찰수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강조하며 사실상 수사 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조치는 시점에 있어서나 수사의 전개방식에 있어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혐의가 있으면 누구나 수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검찰의 의도와는 달리 기업들의 사업 의욕을 크게 위축시킴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매일경제 2/18)

결국 노무현 정부는 재벌개혁에 대해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외적 경기 불안을 이유로 드는 재벌의 사보타지는 ‘재벌개혁’이라는 용어 대신에 ‘시장개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하는가 하면, SK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속도 조절 주문, 내각의 경제팀 구성에 있어 기존 관료들의 대거 기용 등과 같은 성과를 거뒀다.



△ 생명보험사의 이해에 치우친 상장 보도

지난 10월17일 15년째 끌어오던 생보사 상장이 무산됐다.
상장 차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것을 생보사들이 수용하기를 거부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생보사들은 이것이 주주 자본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왔다.


생명보험사 상장에 대한 결론을 또 유보한 것은 한마디로 금융정책당국의 직무유기다.
… 지금 이 시점에서 두 회사의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도 나눠 주라고 강요하는 것은 비논리다.
그렇게 하기 위해 특별법이라도 만들자는 주장이 없지 않은 모양이지만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한국경제 10/20 사설)

생보사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삼성과 교보생명에게만 상장차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분하라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조처라는 게 이 사설의 핵심이다.
정부가 계약자의 이해와 이를 옹호하는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그러지 못했다는 비판인 것이다.
이런 맥락의 기사는 연달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상장 차익에 대한 계약자의 요구는 제대로 반영돼 있지 못했다.
주주 자본주의의 전제는 주주의 돈이 기업을 운영하는 자본을 이루고 이 돈이 수익창출의 원천이 된다는 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생보사는 어떤가. 생보사에서 수익창출의 원천이 되는 자본은 계약자의 보험금으로 이뤄진다.
계약자가 주주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생보사는 상호회사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이며 상장 차익의 일부가 계약자에게 배분돼야 한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조업체나 다른 금융업종 회사들의 상장과 똑같이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변하는 것이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 언론의 삼성 감싸기

'중앙일보' 11월19일치 31면을 보면 '뉴스위크' 아시아판에 실린 이건희 회장에 관한 커버스토리에 대한 소개 기사가 실려 있다.
“삼성이 한국 경제 이끌어”란 주제목과 ‘이건희 회장, 뉴스위크 표지인물로’라는 부제목으로 나온 기사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아시아판 24일자에 삼성 이건희 회장을 커버스토리로 특집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수도자적 경영인’이란 제목으로 이 회장을 표지인물로 내세워 “그가 이끄는 삼성이 한국 경제를 부활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앙일보 11/19, 31면)

하지만 실제 '뉴스위크' 11월24일치는 ‘은둔의 제왕’(The Hermit King)이란 표지제목으로 이건희 회장의 이야기를 다뤘다.
또한 ‘마지막 거물 실업가’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본문은 “삼성그룹의 불가사의한(enigmatic) 회장이 자신의 그룹 이상의 것을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시작한다.
말하자면 중앙일보의 보도는 뉴스위크의 제목과 기사내용을 입맛에 맞게 바꾸거나 혹은 입맛에 맞는 대목만을 발췌해 소개한 것이다.



△ 종합토론

최소한 정치권은 주기적으로 선거를 통해 검증을 받고 균형을 유지하지만 국내 재벌기업에 대한 견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특히 은근슬쩍 기업들을 옹호하는 경제 기사는 관련된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그대로 흡수되기 일쑤다.
무엇보다 정부가 개혁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무차별적인 언론보도를 통해 변질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발제자 하준)

소버린이 SK의 최대주주가 된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언론들은 난데없이 애국의 논리를 펴면서 출자총액 제한을 역차별로 몰아갔다.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선 왜 책임을 묻지 않는지 모르겠다.
언론사의 수익구조에서 광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한겨레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언론사 외곽에서 경제 보도를 감시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경제보도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한편, 내년 총선에서 언론피해구제법을 쟁점으로 부각시켜 나가자.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용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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