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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돋보기] 휴대전화,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
[북한경제돋보기] 휴대전화,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
  • 이용인/ 한겨레 기자
  • 승인 2003.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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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 휴대전화 보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등에 따르면 올해 초 3천여명에 지나지 않았던 북한의 ‘손전화’ 가입자수는 11월 말 현재 2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1년도 채 안 돼 무려 6.7배나 급증한 셈이다.
실제로 북한에서 나오는 최근 간행물 등을 보면 평양 시내에서 손전화기로 통화하는 시민들의 사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물론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면 여전히 상당한 여윳돈이 필요하다.
일단 가입료가 750유로(북한화 12만원, 한화 108만원 가량)이며, 단말기 값도 300~360유로(북한화 4만8천~5만7600원)에 이른다.
모두 합하면 대략 북한화로 16만8천~17만7600원 정도(한화 151만7천~160만4천원)가 들어간다.
북한 노동자 한달 평균 임금을 3천원 정도로 잡으면 무려 56~59개월을 꼬박 저축해야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통화요금도 발신할 때 1분에 15원이며, 수신할 때도 일정한 요금을 물린다.
시내전화 통화료가 3분에 35전인 것에 비하면 사용을 유지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는 기업이나 노동당, 군부 등 기관의 주요 인사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료가 비싼 것에 대해 북한의 통신시설을 관리하는 조선체신회사 황철풍 사장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른 나라들도 첫 시작 당시에는 가입료나 사용료가 일반전화에 비할 바 없이 비싸지 않았냐”는 것이다.
게다가 황 사장은 “투자가 많이 들어갔고 앞으로 이동통신망을 더 확장해야 하므로” 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지국 증설 등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북한 체신성은 태국의 록슬리사와 합작으로 동북아전화통신회사를 설립·운영하면서 통신 현대화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평양시와 라선시에 휴대전화가 처음 보급된 뒤 올 9월부터는 서비스 지역이 크게 늘었다.
각 도 소재지와 남포시, 개성시는 물론 평양-원산, 평양-개성, 평양-향산, 평양-남포, 원산-함흥 등 주요 고속도로로 넓어졌다.
황해북도의 경우에도 16개 시·군 가운데 9개 시·군에 휴대전화가 개통됐고 백두산을 끼고 있는 양강도의 보천군, 삼지연군, 대홍단군에서도 이동통신 통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북한은 2007년까지, 모든 군단위까지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자금조달이나, 투자계획, 일정 따위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조그만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은 체신부문의 경우 일정 정도 독립채산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정도를 들 수 있다.
이것은 ‘현대화’를 위해 수입의 일부를 국가에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이렇게 해서 내부적으로 축적된 자금은 모두 설비투자에 들어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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