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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조업 중단, 꺼지지 않은 불씨
[비즈니스] 조업 중단, 꺼지지 않은 불씨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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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내수용 업체 꼬리표…경기 불황 계속될 땐 쇠락의 길 갈 수밖에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영 상태가 심상치 않다? 르노삼성이 11월28일 오후부터 12월3일까지 닷새 반 동안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다행히 4일부터는 정상 조업을 재개하며, 그동안 내수부진으로 재고가 쌓여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르노삼성의 경영 상태가 상당한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르노삼성측에서는 “다른 회사도 재고가 누적돼 작업량 조절로 생산량을 줄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다른 완성차 업체는 파업 때문에 자동적으로 생산량이 조절되지만 르노삼성에서는 그런 일이 없어 조업 중단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회사측은 “이번 조업 중단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경영활동의 일환에 불과하다”며 “생산라인 점검이라는 의미도 있는 만큼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은 현재 조업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재고량이 적정선으로 내려올 때까지 생산량을 15% 감축할 예정임에 따라, 2월부터 생산라인에 투입했던 외부용역 업체 소속 생산인력 350명을 지난달 30일자로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140여개 1차 협력 업체 등 1천여 부품업체들도 조업 중단 또는 감량 생산에 들어가 파장은 하청 업체에까지 미치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처럼 생산라인을 완전히 멈추는 ‘극약처방’을 써야 할 만큼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재고량이 1만3천여대로 늘어 적정 재고량 7천대의 2배에 이른 것이다.
11월 완성차 판매실적(수출포함)은 총 667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1%나 감소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고, 특히 기대했던 준중형차 SM3의 부진은 르노삼성측을 더욱 맥빠지게 만들고 있다.
수출 부진은 태생적 한계 때문 이 같은 르노삼성의 부진은 현대차나 기아차, GM대우 등 경쟁 업체의 실적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현대차는 11월 내수가 17.6% 줄었으나 수출은 27.8%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기아차도 내수가 32.1%나 줄었지만 수출이 6.5% 늘어 7.0%의 감소에 그쳤다.
특히 GM대우는 오히려 11월 총판매가 6만3033대로 118.7% 늘어났다.
내수가 21.7% 줄어든 반면에 수출은 북미 지역 등의 수출 재개에 힘입어 195.9%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르노삼성은 판매부진에 허덕일까? 무엇보다 르노삼성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르노삼성이 현대차 등 경쟁 4사와는 다르게 위축된 내수시장에 대한 판매량 부진을 해외 시장에서 보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을 제외한 경쟁 4사는 11월 중 해외 시장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5%나 증가했다.
물론 르노삼성의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4%나 증가했지만, 137대에 불과해 증가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지경이다.
국내에서 완성차 메이커가 수출을 하지 않고 내수에만 의존할 경우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구나 완성차의 내수판매 가운데 70% 정도가 할부금융을 통해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신용불량 사태는 르노삼성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세종증권 용대인 연구원은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면 조업 중단이라는 사태는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의 수출이 부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자동차협회 관계자는 “르노삼성차의 모델은 SM5와 SM3 두 종류로 모두 일본 닛산자동차의 모델과 핵심부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닛산이 수출하는 지역에는 수출을 할 수 없다”면서 “닛산의 수출대상 지역이 전세계를 망라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르노삼성이 수출하는 곳은 이름도 생소한 몇몇 조그만 지역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 지역 상공회의소 관계자도 “르노삼성에 내수용 자동차업체라는 꼬리를 붙이는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측은 “최초 계획대로 2006년까지는 50만대로 생산량을 늘려, 25만대 정도는 수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005년 초반에는 대형차인 SM7이 나오고, 2007년 예정돼 있는 SUV차량의 투입 시기도 앞당길 예정”이라며 “SM7부터는 북미와 유럽 지역 등에 수출활로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인수, 연막작전일 수도” 이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르노그룹은 쌍용자동차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며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판매부진을 벗어날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다른 의도를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까지 품고 있다.
삼성증권은 르노삼성차의 쌍용차 인수추진에 대해 “2005년 국내에서 르노삼성의 해당 차종(SM7)이 쌍용차와의 경쟁에 놓일 예정이기 때문에 쌍용차 기업내부를 상세히 조사할 수 있는 정보획득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12월1일 내놓았다.
특히 이 보고서는 “르노삼성이 국내 시장에서 차별화하고자 하는 부문이 쌍용차가 절대적으로 우세를 보이는 고급차부문”이라며 쌍용의 고급차 경쟁력이 르노삼성으로서는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측은 “쌍용차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소문을 부인했다.
어찌됐든 르노그룹은 지난 99년 삼성차를 인수하면서 일본의 닛산자동차와 함께 아시아의 생산 및 수출거점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되새겨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국내 시장만 겨냥한 경영전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이미 포화된 한국 시장에서 최근 같은 내수부진이 심화될 경우 경영 상태의 악화로 이어져 결국에는 ‘쇠락의 길’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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