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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건범/ 아리수미디어 사장
[사람들] 이건범/ 아리수미디어 사장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3.1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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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교육 한계, 스스로 학습이 해결

“감옥생활을 마치고 바깥 세상으로 나와 보니 정치운동이나 사회운동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386운동권 출신으로 아동용 교육 콘텐츠업체인 아리수미디어를 10년 가까이 이끌어 온 이건범(38) 사장의 말이다.


1993년 집시법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년이 넘는 수감생활을 하고 출감하니 그에게 남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사장은 “아동용 교육 콘텐츠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돈이 없었다”고 말하는 이 사장에게 감옥생활에 대해 묻자 “하도 고생을 해서 그 시절은 생각하기도 싫다”며 손을 내젓는다.
돈은 없지만 무작정 회사를 차리고 일단 ‘등짐장수’부터 시작했다.
프로그램 개발을 해야 했지만 자신이 없어 유통부터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93년 대전 엑스포 전시장에서 광대역 통신망 시범 서비스를 보면서 온라인 콘텐츠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 사장은 95년부터 서서히 온라인사업을 준비하다 2000년에 본격적으로 온라인 한글교육 사이트 아리수한글 개발에 돌입했다.
그동안 시디롬 유통사업으로 번 돈을 아리수한글에 쏟아 붓는 지루한 개발이 2년 동안 진행됐다.
아리수한글은 국내 교육 콘텐츠시장의 중심을 CD롬에서 온라인으로 옮기게 하는 계기가 됐다.
아리수한글은 올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주관 디지털콘텐츠대상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아리수한글 www.arisu.co.kr은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인터넷으로 한글을 깨우치게 하는 교육 콘텐츠이다.
기존 한글교육 시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방문교육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 사장은 방문교육 방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려 한다.
방문교육은 교사방문을 통해 강제력을 부여하는 강점이 있어 부모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아리수한글은 게임 방식을 도입해 아이들이 조작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아이들이 자신이 배운 것을 가르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예컨대 온라인상에서 아이들이 열무를 키우는데 아이들 스스로 배운 것을 열무에게 가르치면 열무가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학생이 오히려 교사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을 ‘생성’이라고 표현한다.
결국 온라인 교육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들 스스로가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이를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자 네트워크의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아리수미디어의 2003년 매출액은 아직 20억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하지만 2004년은 그 3배인 6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이는 이 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 사장은 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고, 이미 상당한 진척이 이뤄진 상태다.
우선은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교포들을 겨냥한 서비스를 제공할 참이다.
미국의 경우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SAT에 한국어 과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재미교포들의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다.
또한 수학 역시 국제적인 기준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물론 이들 모두 빠른 현지화 작업이 관건이다.
미국 통신시장 구조가 복잡해 온라인 교육사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의 명문교에 시범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자발적인 학습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 이 사장의 교육 철학이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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