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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모기지론으로 둥지 틀까 말까
[씽크머니] 모기지론으로 둥지 틀까 말까
  • 김재영/ <머니투데이> 기자
  • 승인 2004.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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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30% 목돈·고정소득 있어야…전문가들 “집값·금리 리스크 감안을”

집값의 30%만 있어도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낭보가 요즘 자주 들린다.
내집 마련이 꿈인 서민 입장에서는 그런 기쁜 소식도 없을 터이다.
낭보는 모기지론이라는 다소 생경한 제도에서 날아왔다.
그러나 아직 베일에 가려진 탓에 모든 사람에게 희소식이 될지는 좀 더 따져 봐야 할 것 같다.
덜컥 받아들여서는 곤란한 측면도 있고, 수취불가로 판명될 수도 있다.


일단 모기지론의 정체부터 파악해 보자. 정부는 올해 3월 서민의 내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계획에 따라 한국주택금융공사를 출범시킨다.
정부가 전액 출자한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빠르면 3월 안에 장기주택저당대출, 즉 모기지론을 본격 시행한다.
모기지론은 주택 자금 수요자가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면 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을 발행, 이를 중개기관에 팔아 대출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모기지론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있을까. 최소한 집값의 30%에 해당하는 목돈은 가지고 있어야 하고, ‘백수’가 아니어야 한다.
서울 인근 등 수도권의 웬만한 20평형대 아파트가 1억5천만원에서 2억원 안팎이니 대략 4500만원에서 6000만원의 목돈은 있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방의 경우에는 수중의 목돈이 다소 적어도 될 것이다.


게다가 모기지론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상환능력을 중요하게 따진다.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빌려 주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적으로 직장이 없는 사람은 아예 모기지론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직장이 있어도 빚이 많은 사람은 소득과 빚을 고려한 금액 내에서 대출이 되므로 빚이 많으면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소득이 많지 않으면 배우자의 소득까지 합산해 대출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배우자의 빚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빚이 많으면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출 상환능력과 함께 대출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려는 주택의 담보가치이다.
아파트의 경우 일반 주택에 비해서 담보가치를 더 인정받아 대출 금액도 다소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절차를 거친 후 결정되는 대출 규모는 최대 2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사는 데는 모기지론을 이용할 수 없다.
주택의 평수에는 제한이 없다.
평수가 아무리 커도 6억원만 넘지 않으면 모기지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출받는 시점 따라 고정금리 달라져

대출 규모와 함께 따져 봐야 할 점이 대출 조건이다.
모기지론은 당장은 고정금리가 적용될 전망이다.
최근의 금리를 감안했을 때 대출금리는 대략 6.7% 안팎에서 만기상환 때까지 적용되는 고정금리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금리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대출 희망자가 대출을 받는 시점에 적용받는 시중금리에 따라 모기지론의 ‘고정금리’ 역시 달라진다.


원리금은 원리금 균등 분할 방식으로 만기 때까지 매달 같은 금액을 갚아 나가게 된다.
만약 고정금리 6.7%에 20년 간 1억5천만원을 빌린다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98만원(소득공제 감안)이다.
세제상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택자금 대출 기간이 15년 이상인 근로소득자에게는 연 1천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주택금융공사는 모기지론 시행 초기에는 20년짜리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제도상 대출가능 기간은 10년 이상이지만 소득공제는 대출 기간이 15년 이상이어야 되는 데다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감안했을 때 20년짜리가 당장 시행하기에 좋다는 이유다.
그러다가 경제 상황을 봐 가며 미국처럼 30년짜리 상품도 내놓겠다고 주택금융공사측은 밝힌다.
따라서 당장 모기지론을 이용할 사람이라면 20년 상환을 염두에 두고 대출 계획을 세워 놓는 게 현실적이다.


자, 그럼 이제 내집 마련 꿈은 이뤄지는가. 대출자격만 갖췄다면 모기지론은 훌륭한 수단임에는 분명하다.
전문가들도 모기지론은 가능하면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 집이 주는 심리적 안정에다 주택 소유에 대한 독특한 정서, 그동안 오르기만 한 집값을 고려할 때 내집 마련에 모기지론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종전의 담보대출 규모가 줄어든 마당에 집값의 70%를 대출해 주는 모기지론의 위력은 커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단서는 달린다.
과연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꿈이 모두 다 달콤한 현실이 될 것이냐는 얘기다.
어차피 모기지론을 활용한다는 것은 그 기간만큼 빚을 지고 집을 산다는 얘기다.
대출금을 다 갚기 전까지는 집문서 상 ‘이름’만 내집일 뿐, 내집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기지론을 통해 대출을 받을 때 미리 상환능력 심사를 하겠다고 하지만, 그건 그쪽 사정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향후 2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꾸준히 빚을 갚아 나갈 소득 창출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건 본인도 잘 모를 일이다.
특히 최근처럼 사오정이네, 오륙도네 하는 마당에는 더욱 그렇다.
생각이 이쯤 이르니 장기간 돈을 빌려 집을 사는 데에 겁부터 덜컥 난다.
그런데 위로가 되는 견해가 있다.



“대출금액 크고 상환기간 길수록 유리” 주장도

미국의 개인 재정 컨설턴트인 릭 에들먼은 모기지론과 관련해 “현금이 없을수록, 수입이 일정하지 않을수록, 대출금액이 크고 상환 기간이 긴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을 편다.
빚은 가능한 지지 말고, 만약 있다면 최대한 빨리 갚으라는 일반적인 주장과는 배치된다.
에들먼은 대출을 받았는데 실직을 하게 되는 두 사람의 경우를 들었다.
한 사람은 대출 규모를 크게 하는 대신 상환 기간을 길게 잡았고, 다른 한 사람은 대출 규모도 작게 하고 상환 기간도 짧게 줄였다.
이 두 사람이 실직을 하게 된다면 타격은 누가 더 입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빨리 빚을 갚고 싶어했던 사람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대출 기간을 길게 잡아 매달 갚는 금액을 적게 하는 대신 여윳돈을 저축해 나가면 혹시 실직하더라도 얼마 동안은 생활비는 물론 집값도 계속 낼 수 있다.
반면 빨리 대출금을 갚는데 급급해 저축해 놓은 돈이 없는 사람은, 실직할 경우 생활비는 물론 대출금도 갚아 나가지 못하게 된다.
은행도 당연히 직장이 없으므로 추가 대출을 해 주지 않는다.


릭 에들먼은 더 나아가 대출 이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득증가에 따라, 매달 똑같은 월 납입금이 상대적으로 싸지는 효과가 있는 데다, 소득공제 효과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출금액을 상대적으로 크게 하는 대신 남는 돈을 재투자하는 데 쓰는 게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국내 은행권 PB의 생각은 어떨까. 릭 에들먼의 생각에 대개 부정적이다.
모 은행 재테크 팀장은 “대체로 맞는 말”이라면서도 “한국적 현실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데다 집값이 단기 급등한 측면이 있어 무작정 장기로 가져가기엔 부담스럽다는 것. 그러나 아직 젊어 직장생활을 할 기간이 많은 사람이거나 고소득자의 경우에는 소득공제 효과를 고려해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대출액을 늘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한다.


또 다른 재테크 팀장은 “20년 이상 장기 대출을 받으면서 그 기간 동안 집값이 어떻게 될지, 금리가 어떻게 될지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집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모기지론으로든 다른 대출상품으로든, 필요할 때 집을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집값을 열심히 갚아 나갈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나머지 문제들은 사실 별것 아닐 수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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