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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발기부전 치료제 3파전 ‘팽팽’
[비즈니스] 발기부전 치료제 3파전 ‘팽팽’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4.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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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주도, 시알리스·레비트라 추격…각사 특장점 내세워 마케팅 ‘불꽃’ 1999년 비아그라가 탄생한 이래 5년 동안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로 군림해 왔다.
현재까지도 전세계적으로 비아그라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때 ‘일나그라’, ‘살리그라’ 등의 유사상표가 특허청에 무더기로 등록되고, ‘누에그라’ 등 비아그라의 마케팅 효과를 노린 건강보조식품 등이 유행처럼 번질 정도로 그 열풍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발기부전 시장은 이제 더 이상 비아그라만의 독주무대가 아니게 됐다.
지난해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와 레비트라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으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의 선점 아래, 시알리스와 레비트라가 전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헬스케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M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시일리스가 유럽 시장에 발매된 후 6개월이 지난 8월 현재 시알리스 점유율은 평균 25% 정도였다.
레비트라의 경우도 시알리스에 비해 한 달 늦게 출시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주요 국가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이미 3파전은 시작됐다.
공식적으로 단일의약품 매출현황이 공개되진 않지만, 업계에서는 화이자제약그룹의 비아그라가 지난해 대략 4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릴리사는 시알리스가 발매 3개월 만에 약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고, 바이엘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레비트라는 4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열린 첫 해에 비해 3배 이상 커진 것으로, 올해는 1천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시장규모 1천억원대 달할 듯 이들 3개 치료제는 그 작용 기전에 있어서는 동일한 원리를 가지고 있다.
남성의 성기에는 음경해면체라는 스폰지 모양의 2개의 통이 있는데, 이곳에 피가 몰리면 해면체가 팽창하면서 발기가 된다.
이때 cGMP라는 물질은 해면체 속의 피가 정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발기를 유지시키는데, 이 cGMP는 PDE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따라서 PDE 효소를 억제하면 cGMP를 유지시켜 발기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듯 3개 약은 모두 PDE 억제제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이 억제제를 구성하는 성분은 각각 다르다.
이 성분이 다름으로 인해 부작용 등이 약간씩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면 나타날 수 있는 증세들은 두통이나 안면 붉어짐, 메스꺼움, 가슴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그동안의 입증된 임상실험에 의하면 증상이 경미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3개 치료제는 모두 심장병약(질산염제제·니트로글리세린 등)과 함께 복용해선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발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약을 복용해도 성적 자극이 있을 때에만 발기가 되는 것이며, 발기부전 치료제이기 때문에 “발기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과를 봤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오히려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3개 치료제는 각기 자신이 가장 내세울 만한 특장점들을 부각시키면서 전세계에 홍보전을 펼치는 것은 물론, 각사가 독자적으로 조사한 임상자료 등을 발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아그라가 가장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5년 동안 마켓리더로 군림하면서 쌓아놓을 수 있었던 임상결과의 안정성이다.
한국화이자의 박천경 홍보과장은 “비아그라는 그동안 세계 2천만명이 넘는 남성들에게 1억3천만건 이상 처방됐고 이를 통해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받은 것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말한다.
“오래된 약이 효과를 인정받는 것처럼 안전성 면에서 자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시알리스나 레비트라의 경우는 다른 면을 부각시킨다.
시알리스가 비아그라의 뒤를 쫓으면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약효의 지속시간이다.
한국릴리의 김경숙 홍보차장은 “유럽에서 첫 시판된 지 2개월 만에 비아그라가 독주했던 시장을 35%나 점유했다”며,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36시간 지속되는 약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아그라나 레비트라의 경우 약효 지속시간이 4~5시간이어서, 성관계에 대한 강박증이 만족할 만한 성생활을 하는 데 불안요소로 작용해 왔다”며, “약 먹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라는 것이 우리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후발 주자인 레비트라는 복용하고 난 후 가장 빠른 시간인 15분에서 30분 만에 약효를 볼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다른 것보다 “약효의 질”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 글라소스미스클라인 홍보담당 정수연 대리는 지난해 터키에서 열렸던 유럽 성의학회의 결과를 인용하며, “성의학회의 한 사례를 보면 한번도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는데, 그 중에 레비트라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며 그 이유로는 ‘발기력’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3사가 저마다 유리한 장점을 들어 치열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은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3사는 모두 현재 전체 발기부전 환자의 10%도 못 되는 환자들만이 발기부전 치료를 받고 있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시장조사 분석과 임상실험은 각각의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지만, 상대방에게 객관성을 입증하기는 어려운 자료들이다.
위약(가짜약) 투여군의 상태 등도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하는, 객관적인 조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3사 모두 1분기 IMS데이터가 나와야 그나마 객관적인 수치로 인정할 수 있다는 태세다.
업계 “치료 못 받는 환자 아직 90%” 이런 가운데 학계에서는 발기부전 치료의 임상실험에 대해, 이제는 보다 질적으로 향상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한 번의 성교를 해도 환자의 만족도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에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과를 측정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기존중과 전반적인 친밀감 형성 등을 포함하는 자신감이나 배우자의 만족도, 행동적 정신적 자신감 등이 설문항목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능에 대한 연구가 질적으로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발기부전 환자라고 해서 모두가 새로운 약에 대한 호기심이나 인지도에 따라 약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발기부전 증상이 있는 사람들 중 3분의 1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성인병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요한다.
한 비뇨기과 의사는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그동안 부작용 관련 연구가 많기 때문에 나이가 많고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에 사용하며, 레비트라는 당뇨로 인한 발기부전에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또 다른 비뇨기와 의사는 “심인성 발기부전 환자에게는 치료시간이 긴 시알리스를 처방한다”며 환자의 상태와 발기부전의 주 원인을 고려해 처방한다고 밝혔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3파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치료의 안전도와 환자의 성 만족도도 보다 심도 있게 연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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