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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TV홈쇼핑 사전예고제 바람
[비즈니스] TV홈쇼핑 사전예고제 바람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4.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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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정보 미리 공개, 재구매 유도…고객 만족도 높이고 대응편성도 사라져 평소 TV홈쇼핑을 통해 생활용품을 자주 구입해 오던 김아무개(40)씨는 요즘 인터넷을 통해 먼저 사야 할 목록을 뽑아 본 뒤 구매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이렇게 하면 방송에 나오는 쇼호스트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려 버리는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애용하던 홈쇼핑회사가 얼마 전부터 3일치 방송 프로그램을 미리 공지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처럼 달라진 홈쇼핑 구매풍경은, 지난해 12월8일 CJ홈쇼핑이 ‘프로그램 사전예고제’를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사전예고제란 방송이 예정된 프로그램(판매상품)을 당일분을 포함해 3일치까지 인터넷몰에서 미리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TV방송에서도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다음에 방송될 프로그램을 2개까지 안내해 준다.
CJ홈쇼핑이 깃발을 들자 경쟁사인 LG홈쇼핑과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등도 한 달을 넘기지 않은 시점에서 나란히 이 제도를 도입했다.
식품쪽을 특화해 판매하는 농수산홈쇼핑만 빠졌을 뿐 모두 시행하고 있는 상태라 업계가 대체로 사전예고제 도입에 공감대를 이룬 셈이다.
업계에선 프로그램 사전예고제를 획기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홈쇼핑 업계의 과당경쟁의 산물이었던 대응편성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LG홈쇼핑의 이혜영 과장은 “날씨와 재고물량, 경쟁사 편성상황 등에 의해 수시로 편성이 변경돼 왔다”고 말한다.
예컨대 대형가전 중에서 00브랜드의 냉장고가 잘 팔린다고 할 때, 한 회사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잡으면 다른 회사들에서도 동일한 시간대에 유사상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편성정보는 사전에 협력업체 등을 통해 빼 오는 것이 보통이다.
어느 한쪽의 매출이 죽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감한 편성정보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업계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경쟁에 돌입한 것과 연관이 깊다.
케이블TV 가시청 가구의 증가가 정체되면서 성장위주보다는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노려 수익성을 꾀하는 쪽으로 전략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간혹 프로그램 편성이 일부 업체에 불리하게 짜여져 매출에 타격을 입을 여지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업계에선 사전예고제에 따른 후광 효과를 더 기대하는 분위기다.
CJ홈쇼핑 장영석 부장은 “사전에 계획된 쇼핑은 구매만족도를 높여 반품이나 취소비율도 개선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대응편성이 줄어들면 소비자의 선택권도 그만큼 넓어지고, 홈쇼핑 업체들도 긴박하게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일이 줄어들어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갈 길이 먼 후발업체의 행보는 좀 더 파격적이다.
현대홈쇼핑은 방송 프로그램을 미리 알리면서 아예 가격정보까지 일러 주어 사전구매도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홈쇼핑 역시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전체 품목에 대해 가격정보를 사전에 공개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 나온 상품도 TV방송 전에 구입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가격의 사전고지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가격을 못박아 놓으면 매출에 따라 그때그때 탄력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거나 사은품을 끼워 넣는 등의 대응전략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홈쇼핑의 한 관계자는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권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바야흐로 홈쇼핑 업계의 경쟁도 한층 고도화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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