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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터뷰-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
2.인터뷰-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
  • 이코노미21
  • 승인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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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패러다임을 버려라” 곳곳에서 유한킴벌리 배우기가 한창이다.
1993년 이래 4조교대제를 도입해 일자리를 늘리고 생산성도 높인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도 유한킴벌리를 모델로 삼아 교대근무제를 확산시키는 등의 정책을 펴기로 하면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얼마 전에는 김진표 부총리, 이희범 산자부장관 등 관료들이 대거 공장견학에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요즘 유한킴벌리 문국현(55) 사장의 일과도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간다.
각종 토론회에 불려 다니는가 하면,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체 사장들에게 직접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과 인건비경쟁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해요. 더 이상 저임경쟁에서 이기려고 해선 안 된다는 거죠.” 따라서 문사장은 고기술, 고성과를 내는 차별화경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래식 패러다임을 고집할 경우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물론이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까지 감안해야 해요. 요즘은 일자리가 없으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잖아요.” 그래서 문사장이 제안하는 일자리 창출의 해법은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4시간만 지키도록 해도 210만개의 추가 일자리가 생깁니다.
나머지 시간을 교육훈련에 투자한다면 생산성도 훨씬 높일 수가 있는 거죠.” 유한킴벌리의 경우를 보자. 원리는 간단하다.
2명 혹은 3명이 교대로 하던 일을 4명이 맡게 되는 것이다.
일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교육을 받는다.
예컨대 4조2교대의 경우 16일을 근무주기로 잡고 4일 간 12시간 야간근무->3일 휴무->1일 교육->4일 12시간 주간근무->4일 휴무로 돌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33%의 고용을 늘렸고, 공장가동률을 극대화해 추가로 발생한 인건비 부담을 줄여 나갔다.
하지만 일각에선 탐탁치 않게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사장은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근이나 과로로 인한 산재비용을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산재로 인해 연간 2600명이 사망하고 8만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10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중반 유한킴벌리가 처음 작업장 혁신에 나섰을 때만 해도 주변 기업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사돈으로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한킴벌리의 사례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면서 지금은 50여개 기업이 4조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엊그제도 CJ, 금호전기, 한국합섬, 신호제지 등 교대근무제를 도입하려는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어요. 관심을 표명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앞으로도 정부가 뉴패러다임센터를 만들면 적극적으로 경험담을 공유할 생각이란다.
“인건비는 어차피 전체 기업예산의 15% 안팎이에요. 이 부분을 건드리기보단 나머지 부분을 잘 관리하는 게 필요해요. 직원들 사기가 떨어지면 더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거든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의 임금부터 동결하고 보자는 경총의 정책제안에 대한 문 사장의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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