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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의 함정
[씽크머니]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의 함정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0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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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D·ELS와 달리 원금보장 안 돼…운용사와 운용전략 평가 없인 쪽박 차기 십상

‘절대수익’. 멋진 단어다.
주식 개별종목 투자로, 또 펀드 투자로 원금까지 날려 본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해질 만하다.


펀드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이 1월 초순 내놓은 ‘미래에셋ARF(절대수익 펀드) 혼합투자신탁은 판매 보름 만에 공모와 사모를 합해 1800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 12월 초 나온 마이다스에셋 절대수익 안정형 펀드의 수탁고도 1월28일 기준 1270억원에 이른다.
반면 전체 펀드 수탁고는 1월2일 137조원에서 1월27일 134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운용사들이 제시한 목표 수익률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낮게는 6%에서 높게는 14%에까지 이른다.
실제로 이 유형의 펀드 중 가장 오래된 삼성앱솔루트리턴 펀드의 연 환산 수익률은 12%를 넘는다.
수수료를 뺀 수익이 이렇다.
예금 금리 4% 시대에 원금 손실 불안 없이 이만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은 흔치 않다.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를 둘러싼 열기는 지난 한해를 풍미한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예금(ELD)의 인기몰이를 연상하게 한다.


때마침 지난해 초 판매된 주가연계상품들은 수확기에 돌입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조흥은행이 지난해 1월 569억원어치를 판매한 ELD ‘Mr.불 정기예금 1회차’의 수익률은 연 24.6%로 확정됐다.
지난해 7월 1400억원어치가 팔린 미래에셋의 6개월 만기 ELS ‘K6-1호’는 7.6%, 연 환산 수익률 15.4%로 확정됐다.


ELS, ELD 상품의 성과를 아무리 부러워한들 종합주가지수가 850대를 넘어선 마당에 지난해 초 600을 밑돌던 주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터. 투자자들의 눈길이 절대수익 추구형펀드로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절대수익’을 준다는데 더 물을 말이 있을까?


“절대수익이란 말 자체에 현혹되지 말라”

그러나 펀드 투자 평가 전문가들은 방심한 투자자의 뒷덜미에 결정적 한마디를 날린다.
“절대수익 ‘보장’과 ‘추구’는 다르다.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의 운용전략은 기본적으로 헤지펀드와 같다.
헤지펀드라 하면 사람들은 대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나 롱텀 캐피탈의 일부 투기적 거래를 떠올린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말 그대로 시장 변동 위험이 헤지된(Hedged) 펀드다.
본디 거액자산가들이 자신의 자산을 믿을 만한 제너럴 파트너, 즉 펀드매니저한테 일정 보수를 주고 맡긴 데에서 유래했다.


착각하면 안 된다.
예금의 확정금리는 은행이 부도 나지 않는 한 지급된다.
증권의 약정 사항 역시 증권사 등 발행사가 부도 나지 않는 한 지켜진다.
어떤 ELS, ELD 상품이 “시장이 몇 % 올라가면 몇 % 금리를 지급하고 몇 % 하락하면 원금손실을 차단하는 대신 금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면 그 약속은 발행사가 망하지 않는 한 이행된다.


하지만 헤지펀드 구조의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가 제시한 목표 수익률은 어디까지나 목표 수익률이다.
한 운용사 과장은 “원래 이런 펀드들은 절대적인 목표수익률을 추구하지만 꼭 그렇게 나올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운용사별로 제시한 목표 수익률보다는 해당 운용사가 그러한 실적을 실제로 낼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가 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단어는 ‘절대수익’이 아니라 ‘추구’다.
과연 어떤 운용사, 펀드매니저가 절대수익을 잘 ‘추구’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펀드 투자설명서나 운용 제안서에 들어 있는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채 투자하는 것은 그야말로 ‘묻지마 투자’다.


일단 현재 판매 중인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들의 투자설명서를 들여다보자. 펀드마다 차이는 있으나 많은 펀드들이 주식 현선물 롱숏, 이벤트 드리븐, 무위험 차익거래, 혹은 알파 같은 전략을 쓴다(용어설명 참조).

주식 현선물 롱숏을 잘하려면 자산별 가치 평가를 잘해야 하고, 이벤트 드리븐을 잘하려면 기업 정보에 밝아야 하고, 차익거래를 잘하려면 자산 간 가격괴리가 발생하는 순간을 누구보다 빨리 포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알파전략에선 파생상품 투자전략은 물론 심리 게임에까지 훤한 매니저가 있어야 이길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해당 펀드가 어떤 전략을 쓰고 그 전략을 잘 수행할 운용진을 갖추고 있는지 봐야 한다.
이것은 다른 일반 펀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하지만 어떤 헤지펀드가 좋을지 판단하는 것은 일반 펀드보다 어렵다.
헤지펀드는 태생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


게다가 새로 제정된 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기 시작하면 헤지펀드보다 더 복잡한 구조의 펀드 오브 헤지펀즈들이 나올 전망이다.
역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즈는 외화 수익증권 등 다른 헤지펀드에도 투자한다.
그러므로 다른 펀드에 내는 수수료, 기준시가 집계의 투명성 등 따져 볼 것이 더 많다.



큰손들을 위한 헤지펀드, 수익률 70% 넘기도

2월 초 기준으로 판매되는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의 운용사는 대략 10여개다.
미래에셋투신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우리투신운용, 한국투신운용, KTB자산운용, 태광투신운용, 삼성투신운용, LG투신운용…. 어느 운용진, 어느 펀드의 전략과 성과가 가장 뛰어날까?

헤지펀드 평가는 제 아무리 날고 뛰는 평가사도 딱 잘라 말해 주기가 어렵다.
미국의 자산관리회사 ‘앤서즈 앤 컴퍼니’의 다니엘 스트래치맨 상무는 자신의 책 <헤지펀드>에서 “좋은 펀드를 가려낼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미국에선 ‘레이크 파트너’처럼 헤지펀드 투자자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팅회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헤지펀드 평가는 어렵다.


그래서 미국에서 헤지펀드의 가장 큰 투자자는 부유한 개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기관투자자다.
연기금, 보험, 은행, 다국적 기업들은 수백억, 수천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헤지펀드에 넣어 주식, 채권, 파생상품을 비롯해 다른 헤지펀드까지 광범위하게 투자한다.
이들은 적어도 헤지펀드 운용자의 직관력이나 투자능력, 위험통제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헤지펀드 투자는 프로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헤지펀드가 발달된 곳에선 자신이 잘 아는 펀드매니저가 아니면 헤지펀드 운용을 맡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시 헤지펀드의 정의로 돌아가 보자. 미국에선 헤지펀드매니저를 제너럴파트너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헤지펀드 투자자는 단순한 주식중개인이나 자산관리상담자가 아니라 ‘파트너’를 고른다.
한국의 투자자가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를 고를 때도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마치 동업자를 고르듯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이번엔 헤지펀드의 구조도 되짚어 보자. 헤지펀드와 비슷한 구조를 갖는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는 과자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즉 다양한 자산이 다양한 전략으로 융통성 높게 운용되는 것이다.
종합선물세트는 아이가 적은 집에 잘못 골라 들고 갔다간 썰렁한 눈길만 받는다.


헤지펀드는 고액자산가에겐 상당히 매력이 높으나 자산이 적은 샐러리맨에겐 그다지 매력이 높지 않은 투자자산일 수도 있다.
참고로 1월28일 기준으로 주식고편입 펀드의 1년 수익률은 미래인디펜던스 주식형1호가 71.6%, 그랜드슬램에이스가 64.4%, LG뉴인덱스플러스주식1호가 54.2%다.





용어설명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


주식 현선물 롱숏은 주식 매수(Long)-선물 매도(Short)로 포지션을 헤지함으로써 시장이 침체될 때 손실을 줄이고 시장이 활황일 땐 시장 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이벤트 드리븐(Driven)은 어떤 기업에 합병, 구조조정 같은 사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될 때 관련 증권들의 가격 변동을 예측해 투자하는 기법이다.
차익거래는 주식 현물과 선물, 선물과 옵션, 주식 현물과 옵션 사이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가격 괴리를 이용해 수익을 낸다.


알파 전략은 다양한 추가 수익을 내는 옵션 투자기법으로, 흔히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 없이 변동성이 높아지냐 줄어드느냐에 베팅하는 델타 중립 기법이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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