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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읽기] 자금의 부동화와 내수부진
[경제읽기] 자금의 부동화와 내수부진
  • 신후식 대우증권 수석 이코노
  • 승인 2004.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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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금년 1월 중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과 투신권의 머니마켓펀드(MMF)자금이 4조5천억원 늘었다.
주요 금융권의 총수신 중 6개월 미만의 단기수신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에는 30% 미만이었던 데 반해, 최근에는 50%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위험자산인 채권형 투신상품과 주식형 투신상품은 각각 2조원, 3500억원이나 감소했다.
또 위험자산인 주식과 채권투자 비중이 줄어든 대신에 안전자산인 은행의 저축성 예금은 크게 늘었다.
즉 투자자들의 안전선호 경향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LG카드 사태에 따른 신용위험 확대로 투신사의 채권형 수익증권이 줄자 회사채 발행이 위축되고 있다.
회사채 순 발행규모는 지난해 12월에 1천억원 줄었다가, 올해 1월에는 1조6천억원이나 줄었다.
신용위험 확대에 따라 BB등급 이하 비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보유수요가 감소하면서 비우량기업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처럼 카드사태 이후 중소기업 및 비우량기업의 회사채에 대한 신용위험이 상승하면서 중소기업 및 비우량기업의 경우 자금조달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올해 1월 중 대기업에 대한 은행대출은 지난해 1월보다 2.5배가 많은 2조6천억원이 공급되었다.
반면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35%가 줄어든 3조9천억원이 공급되는 데 그쳤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자금이 부동화되고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직접적인 이유 역시 결국엔 카드채 문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때문이다.
내수부진으로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진 것도 간접적인 이유로 꼽을 만하다.
게다가 수도 이전과 국토균형발전정책에 대한 기대로 일부 부동자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부동산시장이 다시 들썩거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부동자금이 생산자금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투기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초저금리 하에서 미래소득(고용 불안)이 불안해지자 한탕주의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말이다.
부동자금이 직접금융시장으로 유입되지 않게 되자,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내수기업들이 겪는 자금조달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부유보가 많은 일부 대기업들은 실물투자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여유자금을 금융상품에 묶어 두고 설비투자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설비투자 부진은 고용이 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고, 국제경쟁력도 약화시켜 국내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킨다.
자금의 부동화 현상으로 인해 내수부진의 장기화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나타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수부진→신용불량자 양산→카드채 문제→금융시장 불안→자금의 부동화→안전자산 선호도 강화→ 직접금융시장 위축→신용도 낮은 기업의 자금난 심화→기업의 차별화 심화→투자 및 고용개선 지연→내수부진 지속→자금의 부동화 장기화→내수부진 장기화의 악순환 현상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안전자산 선호도 증가로 인해 자금이 부동화되고 투기화되는 현상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입시켜 기업들의 투자와 생산활동을 원활히 해야 내수부진을 완화시킬 수 있다.
주식시장 중심의 자금체계를 구축하고, 선진적인 금융인프라를 조기에 공고히 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연기금 주식투자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연기금 투자풀 등을 통한 외부위탁 활성화 조치를 구체화하여, 조기에 실시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외에도 신용도가 낮거나 내수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을 활성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프라이머리 CBO의 경우, 자산유동화 과정에서 다수의 금융기관을 참여시키면 투명성을 높이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부동자금이 부동산투기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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