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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04년 디카 트렌드
[특집] 2004년 디카 트렌드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4.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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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SLR 출시 봇물·퓨전형 제품 등장…

지난 2003년은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활짝 꽃핀 해였다.
2002년 43만여대 규모였던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지난해 84만대로 2배 가까이 덩치가 커졌다.
올해엔 100만대를 훌쩍 넘어 1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메라폰과 같은 ‘배다른 형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제 주변에서 디지털 카메라나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는 풍경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그럼에도 디지털 카메라 업체들은 마냥 신바람이 나지만은 않은 표정들이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공급자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300만~400만화소급 시장이 주력으로 떠오르면서 고화질시장으로 옮겨 가는 추세다.
다른 한편으로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부품값이 내려가면서 제품 가격도 계속 떨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초만 해도 60만원대를 유지하던 300만화소급 제품들이 지금은 30만~40만원대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요 업체들은 채산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제품 가격을 10~30% 내리면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쯤 되면 각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이에 더해 올해엔 몇 가지 변화의 조짐도 엿보인다.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할 움직임들로, 올 한해 시장의 관심을 모을 이슈들을 뒤쫓아 보았다.



캐논·니콘 등 100만원대 SLR 내놓아

국내 디지털 카메라 업체들이 첫 번째로 꼽는 올해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SLR카메라’다.
SLR이란 일안반사식(Single Lens Reflex)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렌즈를 교체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가리킨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촬영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렌즈를 갈아끼울 수 있는 제품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SLR은 ‘프로급’ 사용자들만을 위한 제품이었다.
본체(바디)값만 해도 500만원이 넘는 데다, 렌즈와 삼각대 등 관련 장비까지 포함하면 일반인으로선 좀처럼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는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마니아나 사진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다.
일반 필름카메라 시장을 주도해 온 캐논과 니콘이 값비싼 디지털 SLR카메라 부문에서도 절대 우위를 지켜 왔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10월 올림푸스가 200만원대 초반의 보급형 SLR카메라 ‘E-1’을 내놓으며 캐논-니콘의 경쟁구도에 뛰어든 데다, 선발업체인 캐논과 니콘 또한 100만원대의 ‘싼 가격’을 앞세운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은 것이다.
펜탁스도 ‘이스트D’란 보급형 모델을 올 상반기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400만~500만화소의 고화질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능에 불만을 가졌던 아마추어와 동호회 회원 등이 눈독을 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시장을 주도한 캐논과 니콘이 100만원대 보급형 제품을 내놓았다는 점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SLR시장은 그 특성상, 제품을 구매할 때 본체 가격보다 렌즈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다시 말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렌즈와 호환되는 제품을 고를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렌즈를 보급한 캐논과 니콘이 값싼 모델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탄력을 받는 건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디지털 카메라 전문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www.dcinside.com를 운영하는 김유식 사장은 “디지털 SLR카메라는 올해 업계의 가장 큰 화두”라며 “처음엔 동호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SLR로 이동하겠지만, 올해 말께면 렌즈를 보유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논 제품의 국내 판매업체인 LG상사쪽도 “가격이 얼마나 적정 수준에서 형성되느냐가 경쟁의 관건”이라며 “SLR이 아닌 600만~800만화소대 제품과 얼마만큼 경쟁할지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SLR 제품 생산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시장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국내 업체인 삼성테크윈의 경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아직은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그나마 시장 진입이 만만찮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그쪽 시장은 니콘과 캐논이 꽉 잡고 있는 데다 판매처도 다양하지 않다”며 “일단은 고급형 컴팩트 카메라에 주력하고,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를 좀 더 높인 다음 본격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1~2위를 다투는 소니코리아 또한 “아직은 SLR 출시 계획이 없다”며 “800만화소의 동급 기종인 F828 등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세대 디카, 성공 여부는 미지수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은 ‘2세대 디카’의 출현 여부다.
이른바 디지털 카메라에 MP3플레이어, PDA, 게임기능 등이 결합된 컨버전스형 제품의 등장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휴대전화가 ‘플립형→폴더형→컬러화면→데이터통신→게임·인터넷’으로 진화한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 카메라 또한 비슷한 발전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얘기다.


올림푸스한국 마케팅팀의 이승원 차장은 “조만간 디지털 카메라에 각종 콘텐츠를 내장한 제품들이 등장할 것”이라며 “업체마다 쉬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저장장치 용량과 LCD화면이 커지면서 게임과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카메라에서 구현하는 일이 가능해진 데다,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돋우기 위해선 차별화된 기능이 포함되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도 “컨버전스 열풍에 발맞춰 디카에 PDA나 휴대전화 기능을 결합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며 “젊은층에 맞고, 컨버전스 열풍에 맞는 제품으로 경쟁력을 키워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빠르면 올 하반기에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께면 게임이나 PDA, 휴대전화 기능 등이 내장된 컨버전스형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운영체제(OS)와 웹브라우저, 무선랜 모듈 등을 내장한 네트워크형 디지털 카메라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사장은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그 자리에서 무선랜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는 방식은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며 “일본의 산요전기가 올해 웹브라우저가 내장된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올해 말께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또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컨버전스형 제품의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이 그러하다.
김유식 사장은 “국내 디지털 기기 소비자들은 컨버전스 제품을 사느니, 차라리 성능 좋은 제품을 따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LG상사와 아남옵틱스, 올림푸스한국 등도 기존 300만~400만화소 제품의 마케팅을 확대하고 SLR 등 고급기종의 보급을 병행하는 등 아직은 디지털 카메라 고유의 영역에 더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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