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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삼성카드도 ‘합병 칼바람’
[비즈니스] 삼성카드도 ‘합병 칼바람’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4.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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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지점 군살빼기 불가피할 듯…계열사간 전직·규모 등 놓고 설만 분분 삼성카드는 신용카드업, 할부금융업, 시설대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경영의 효율성 및 영업시너지가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합병 당사자인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의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까지 실제로 진행된 구조조정의 강도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높지 않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삼성카드가 진행하고 있는 인원조정 작업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중이다.
이미 삼성카드는 지난해에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1년 동안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략 1천여명을 줄였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이 나간 자리를 정규인력이 채움으로써 일단 업무는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삼성캐피탈과의 합병으로 인해 당장 정규인력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규인력의 절반은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전망은 끊이지 않고 흘러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 바람 앞의 촛불 신세 현재 삼성카드과 삼성캐피탈의 정규직 인원은 모두 합해 대략 4300명 수준이다.
삼성카드가 2900명, 삼성캐피탈이 1400명이다.
산술적으로만 놓고 본다면 4300명 가운데 대략 1천명 이상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카드 관계자는 “1천명은 말도 안 된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겹치는 영역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구조조정 대상 인원은 많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미 ‘피바람’의 징조는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우선 지난해 카드업계는 전반적으로 ‘한국호 위기론’을 불러올 정도로 어려움을 겪은 터라 이번 기회에 아주 체질개선을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삼성카드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듯하다.
일단 삼성카드는 올해 1월 입사 4년차 미만 사원들을 대상으로 그룹계열사로의 전직신청을 받았는데, 전직신청 기간인 1주일 동안 모두 300여명의 직원이 전직을 신청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희망자들이 선택한 회사를 말해 줄 수 없지만 업종과 근무처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고 귀띔한다.
이미 전직신청을 한 300여명 가운데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 직원의 비율은 대충 절반 가량인데, 삼성카드 인원보다 삼성캐피탈 인원이 2배 가량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삼성캐피탈 직원들의 동요가 더욱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한편 삼성그룹 내에서도 삼성카드 직원들의 전직을 바라보는 입장은 엇갈린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일단 현장투입이 바로 가능한 4년차 미만의 직원들이 대상이기 때문에 관계사들은 오히려 반기는 편”이라고 주장한다.
한화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그래도 내치는 것보다는 옮기는 것이 직원들 입장에서는 다행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막상 계열사 관계자들은 구조조정에 대해 언급 자체를 회피하는 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아무것도 구체적인 것은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논의를 해 봐야겠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힌다.
아무래도 삼성계열사들도 삼성카드가 떠넘기는 인력에 대해 그리 탐탁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직원 전직을 통해 신입사원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카드 관계자 역시 “아무래도 신입사원을 받기는 힘들지 않겠냐”며 말끝을 흐린다.
한편 삼성카드의 구조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단 삼성카드는 영업거점을 절반 이상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카드는 조만간 카드 24개, 캐피탈 61개를 포함해 현재 85개에 이르는 영업지점을 37개로 줄이고, 50개에 이르던 채권지점(카드 24개, 캐피탈 26개)도 절반 수준인 25개로 줄일 참이다.
대대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비정규직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와 다를 바 없다.
일단 삼성카드 관계자는 “비정규인력을 줄이고 정규인력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밝힌다.
예컨대 고객상담이나 텔레마케팅 업무는 그동안 비정규직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정규직원을 재배치함으로써 비정규직이 하는 일을 대신 맡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계열사로의 전직신청을 받은 정규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비정규직에 대한 2차 구조조정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동양종금증권 류재철 연구원은 “가시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인원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업무 노하우가 없는 정규직원이 채권회수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환·LG 등 업계, 구조조정 칼바람 이렇듯 삼성카드의 구조조정 과정은 여타 카드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외환은행과의 합병이 승인된 외환카드는 노조의 구조조정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카드를 합병한 국민은행은 강력한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당장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LG카드의 구조조정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삼성카드는 삼성캐피탈과의 합병을 통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높게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실 삼성카드의 고객들 가운데는 삼성캐피탈에서 단기대출을 받은 사람이 적잖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결국 삼성카드도 대손충당금 비율을 높여야 하고 결국 재무건전성 문제까지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로 통하는 것이 당연하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 사용하는 인원조정의 칼날이 가장 날카롭게 서 있는 탓이다.
그 시작은 300명을 전직시키는 정도지만, 구조조정 과정은 자연스레 더욱 혹독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털의 합병으로 인해 시작된 인원조정의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이제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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