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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마일리지 전쟁, 끝내 정면충돌
[비즈니스] 마일리지 전쟁, 끝내 정면충돌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4.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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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검찰 고발·과징금 부과 방침…대한항공, 3월부터 새 약관 강행 움직임 항공 마일리지 축소를 놓고 갈등을 빚어 오던 공정위와 대한항공이 ‘정면충돌’로 치달을 양상이다.
2월3일 공정위는 대한항공을 불공정약관에 대한 시정명령 불이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이를 무시하고 3월부터 새로운 약관에 따라 마일리지 축소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통한 강력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는 데다 시민단체들도 항공사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먼저 칼날을 세운 건 공정위다.
조학구 공정위 부위원장은 2월3일 과천청사 정례브리핑에서 “대한항공이 시정명령을 받은 불공정약관을 제대로 고치겠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아, 오는 11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검찰 고발을 결정할 방침이며 이에 앞서 대한항공에 (제재를 위한) 심사보고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부위원장은 또 “공정거래법 위반의 경우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차원의 별도조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이 시정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기각결정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한항공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항공측은 곤혹스럽긴 하지만 예정대로 오는 3월부터 마일리지 혜택 축소를 위한 새 약관의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당초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여 6개월이었던 유예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논리다.
아울러 전세계 항공사 간의 제휴로 인해 마일리지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외국 항공사는 마일리지제도를 고객에게 불리하게 바꿀 경우에도 통상적으로 유예기간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국내외 항공사 간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마일리지 전쟁은 왜 시작된 것일까. 앞서도 나왔듯 무엇보다 국내외 항공사들의 마일리지제도가 커다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출발점은 항공사들의 경영 부담이다.
외국 항공사들의 경우엔 마일리지를 적립한 뒤 2~4년 안에 쓰도록 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항공사들은 평생 동안 사용을 보장해 준다.
소액 마일리지는 문제가 안 되지만, 만일 고객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항공사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누적 마일리지는 약 1500억마일로, 경제적 가치가 3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공정위는 추산하고 있다.
공정위의 무원칙과 협상력 부재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7월엔 시정명령에 앞서 언론플레이를 펼치듯 사전에 자료를 배포한 데다, 시정명령 후 60일 동안 충분한 협의를 주도하지 못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측이 “지난해엔 일정조건만 갖춰지면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는 또 “공정위가 최근에 와서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검찰 고발 카드를 선택한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로 현행법으로는 대한항공이 새 약관 시행을 강행하더라도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다.
약관법 위반에 따른 검찰 고발은 이번이 처음이고, 약관법 위반의 경우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형에 처하는 게 관행이라 실효성 또한 떨어진다.
공정위가 매출액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거래법상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으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나선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검찰 고발은 물론, 향후 시정명령이 내려진다 해도 법정공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제도개선은 지지부진한 채 항공사측의 의도대로 마일리지 축소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든 공정위와 대한항공의 정면충돌에 따른 파장은 혼선만 불러일으킨 채 열심히 마일리지를 쌓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
경영 부담이 커진다고 당초 제공하기로 했던 혜택을 손바닥 뒤집듯 축소하려는 항공사들의 안하무인식 태도와, 이를 처리하는 책임부서의 ‘무원칙적인 행정편의’는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면충돌의 종착역이 어딜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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