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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주택담보대출 ‘양날의 칼’
[부동산] 주택담보대출 ‘양날의 칼’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4.0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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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 올해 3월부터 집값의 70%까지 빌려주는 모기지론 제도가 시행된다.
3년 만기 대출에 대해서는 집값의 50%(투기지역은 40%)로 대출을 억제하면서도 장기 대출에 대해서는 담보비율을 크게 늘리는 셈이다.
이에 대해 주택 수요자들은 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부동산뱅크가 최근 자사 회원 13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5.9%가 모기지론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다.
대출이 내집 마련을 앞당기는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출은 지렛대 효과를 발휘해 주택구입자금이 부족한 경우에도 내집 마련을 가능하게 해준다.
주도면밀하게 대출 계획을 세워 유망한 지역에 집을 사두면 재산 형성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대출을 받아 미리 집을 장만한 사람들은 재산상의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보합세일 때 무리하게 대출에 의존하면 큰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대출로 집을 장만한 사람들이 대출금 부담 때문에 집을 급매물이나 경매로 내놓는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인천에 사는 김아무개(43)씨는 2001년 7월 단돈 300만원으로 빌라를 구입했다.
시가 5300만원짜리 빌라를 은행 대출 5천만원에 승계하는 조건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 사이 김씨는 직장을 잃게 되면서 더 이상 은행 이자를 갚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집을 팔려고 했지만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
5천만원이나 대출을 낀 다세대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대출금 부담 탓에 급매물 늘어나 그는 답답한 심정에 경매로 넘기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나 알아봤다고 한다.
김씨가 소유한 빌라는 최초 감정가격이 5천만~6천만원 정도이다.
여기에 낙찰가율 60%를 적용하면 3천만~3500만원에 불과하다.
경매로 넘기더라도 은행 대출금을 모두 갚을 수 없게 된다.
김지홍 부동산007 소장은 “최근 들어 대출을 낀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이 경매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부동산 경매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태인www.taein.co.kr 자료를 보면 2003년 총 9만1712건의 경매 물건 가운데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은 3만8849건에 달했다.
더구나 2003년 2월에 1657건에 불과하던 경매 물건이 12월에는 5593건으로 3배나 늘었다.
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수도권에선 2003년 5월의 75.44%를 정점으로 12월에는 57%대까지 떨어졌다.
김씨처럼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다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집값이 폭등할 때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도 이자 비용보다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할 때는 가능한 대출 비율을 줄이는 것이 좋다.
김지홍 소장은 “경매 물건이나 급매물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개인 사정이 있음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과도한 대출을 받으면 이자 비용도 부담스럽지만 나중에 팔 때 협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거래를 할 때는 사정이 급한 사람이 손해 보고 팔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다세대주택뿐 아니라 아파트를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매도자의 사정이 급하면 아파트도 급매물로 팔리기 마련이다.
특히 대출을 많이 받은 상태에서 가계소득이 줄어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래소득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서울 동소문동에 사는 신아무개(34)씨는 2002년 7월 32평형 아파트를 2억5천만원에 구입했다.
이 가운데 1억4천만원은 3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했다.
집을 살 때는 대출 조건이 좋고 수입도 안정적이어서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불경기로 남편 월급이 줄어들고 두 아들이 학교에 들어가 지출이 늘면서 문제가 생겼다.
원금은커녕 70만원 안팎인 이자를 감당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그는 집을 팔고 다시 전세로 옮겨야 할지 아니면 부담스러운 대출을 껴안고 계속 살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당장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신씨처럼 가계소득이 줄어들면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처음으로 마련한 내집을 되팔고 전세로 옮기는 씁쓸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원리금 상환액이 가계소득의 30%를 넘지 않게 하라는 재테크 격언이 있다.
물론 모든 경우에 ‘30% 기준’을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기보다는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뒤 여유를 두고 대출 규모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더구나 모기지론은 15년 내지 20년 동안 원리금을 함께 갚아야 하기 때문에 상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모기지론을 이용할 때는 현재 소득뿐만 아니라 미래 소득 수준까지 고려해 중장기적인 상환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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