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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전세자금 마련 대작전
[씽크머니] 전세자금 마련 대작전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0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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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기준·나이·세대원 기준 잘 따져보면 ‘나도 기금 대출대상자’

노총각 이장남(가명·36)씨는 전세자금대출 상담을 받다가 난감해졌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 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살려고 서울에 20평짜리 전셋집을 계약해놨는데, 은행 직원은 신용보증만으로는 모자란 전세자금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소득이 없는 동생은 연대보증 자격이 되지 않는다.
어머니 소유로 있는 시골집은 내논 지 3년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데다 저당까지 잡혀 있다.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나는 연봉이 3300만원이라 근로자서민 주택자금이나 영세민 전세자금도 대출받을 수 없는데….’

이사철인데도 은행 창구 직원들은 전세자금대출 고객이 적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 상호저축은행 대출 담당 직원은 “몇 주째 전세자금을 대출해가는 고객이 없다”고 전한다.
내부 심사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 은행 영업점의 대출 담당 과장은 “신용보증기금이 전세자금대출을 신용보증할 때 은행에 요구하는 대출 기준을 강화해 신용보증만으로는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이씨가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은 이제 완전히 막힌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조건을 ‘다듬으면’ 의외로 더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방법이 있다.
일반 전세자금이 아니라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하는 것이다.



연봉 3천만원 넘는 단독세대주도 기금 받을 수 있어

국민주택기금으로 대출해주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이나 영세민 전세자금의 첫째 조건은 연봉 3천만원 이하, 주민등록등본상 직계 존비속 부양가족이 있는 무주택 세대주여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이 첫 번째 조건만 보고 “나는 조건이 안 돼”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건 고정관념일 뿐이다.
조건을 좀 더 들여다보자.

우선 기금 대출 때 보는 연봉의 기준은 본봉, 즉 순수급여이다.
상여금, 연월차수당, 일숙직비, 교통비, 식대, 시간외 및 휴일 근무수당은 빠져 있다.
한 은행 영업점 과장은 “연봉이 3천만∼4천만원인 고객 중 본봉이 3천만원에 못미쳐 대출 대상자가 된 경우가 있다”고 귀띔한다.


기금 대출에 대한 고정관념 또 하나. “세대원, 단독세대주나 부모 자식이 없는 세대주는 받을 수 없다”. 맞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만 35세 이상 단독세대주, 배우자가 다른 곳에 사는 단독세대주, 1개월 안에 결혼하기로 날짜가 잡혀 예식장 계약서가 있는 세대원, 만 20세 미만 형제 자매를 세대원으로 둔 세대주,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 자녀를 키우는 세대주는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씨의 경우로 돌아가보자. 일단 그의 나이는 만 36세다.
상여금과 수당을 제외한 본봉은 2600여만원이다.
그는 전용면적 20평짜리 주택을 전세 계약했고, 6개월 이상 무주택자로 있었다.
현재 조건만 유지하면 그는 만 35세 이상 단독세대주로 대출받을 수 있다.


단, 대출을 받기 전엔 어머니를 세대원으로 전입시키면 안 된다.
주택을 보유한 세대원이 있으면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어머니와 동생을 전입시키면 자산을 보유한 세대원이 편입되므로 국민주택기금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주택융자를 받을 계획이 있다면 미리 법과 규정이 요구하는 조건을 숙지하고 주민등록 이전과 자금대출 계획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씨는 영세민 전세자금대출도 받을 수 있을까? 영세민 전세자금은 금리가 연 3%. 물가상승률보다 낮으니 거져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만큼 영세민 전세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더 까다롭다.
시 단위는 구청에서, 그외 지역은 읍·면·동사무소에서, 해당 지자체로부터 융자 대상자로 선정받은 후에야 국민은행, 농협, 우리은행에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세대주, 세대원 모두 주택은 물론 자동차도 보유한 것이 없어야 한다.
생계를 위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전세보증금 규모도 지자체 기준을 넘으면 안 된다.


이씨에겐 자가용이 한 대 있다.
출장이 많은 직업 특성상 꼭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대상 선정에 엄격한 현재 관행으로 볼 때 그가 영세민 전세자금을 받긴 어렵다.
그가 계약한 전셋집의 보증금은 7천만원이다.
서울에서 영세민 전세자금을 받을 수 있는 보증금 기준은 5천만원이다.
따라서 이씨는 영세민 전세자금에 대해선 자격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근로자서민 전세자금을 받으면 그게 어디인가? 근로자서민 전세자금의 금리는 연 5.5%, 만 65세 이상 부모를 부양하고 있을 때는 5%로 일반 전세자금 대출금리보다 3~10%나 낮다.
대출한도는 6천만원, 소요자금의 70%다.
전셋값이 비싼 서울에선 한도가 3500만원인 영세민 전세자금보다 근로자서민 전세자금이 더 현실적으로 도움을 준다.
연간 소득이 3천만원인 서울 및 수도권의 직장인, 자영업자들은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조건을 바짝 다가가서 들여다보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대출조건 갖추도록 신청 전부터 준비해야

준비보다 좋은 대책은 없다.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을 구하고자 할 땐 이사 몇 달 전에 구청 주택과나 은행 창구에 찾아가 보다 자세한 기준을 듣는 것이 좋다.
거기에 맞춰 자산관리, 신용관리 계획을 짜두면 이삿날에 닥쳐서 애를 태우거나 편법을 쓰지 않고도 제때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쓸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는 소득증명을 충분히 받지 못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상언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 재테크팀장은 “그동안 소득을 누락시켰던 자영업자는 5월에 종합소득신고를 할 때 정확히 신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다음 해에 대출받을 때 자기 소득 수준에 맞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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