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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삼성테스코, 아파트 담보대출 업무 개시
[비즈니스] 삼성테스코, 아파트 담보대출 업무 개시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4.0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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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소매금융업 진출에 ‘눈독’ 평소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장을 보는 주부 김아무개(40)씨. 파격적인 조건으로 아파트담보대출을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지하 1층 금융센터를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홈플러스 훼밀리카드만 소지하고 있으면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가 있었다.
우선 금리가 5.9%로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낮은 편이다.
게다가 은행 CD연동형 상품은 금리가 3개월마다 변동돼 추가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데 비해, 이곳에선 금리변동주기가 더 길게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설정비나 취급수수료가 면제되는 것도 이점이다.
김씨처럼 5천만원을 대출할 경우, 설정비 50만원과 취급수수료 12만5천원, 훼밀리카드 포인트 적립 5만원 등 총 67만5천원을 절약할 수 있다.
소매금융업 진출에 눈독을 들여온 삼성테스코가 드디어 기지개를 켰다.
지난 1월29일부터 전국 28개 홈플러스 점포에서 ‘아파트 담보대출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삼성테스코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간 영등포점과 안산점에서 실시한 시범운영 실적이 높게 평가됐다며 이번에 서비스를 전 점포로 확대했다.
이번 사업은 동부화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루어졌다.
삼성테스코쪽은 “유통사와 금융사가 공동기획해 자사브랜드(PB)화시킨 대출상품”이라고 설명한다.
별도의 모집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매장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저금리의 상품을 내놓으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경일 삼성테스코 소매금융팀 팀장은 “홈플러스의 브랜드 효과와 최저가격의 장점이 알려지면 올해 3천억~4천억원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삼성테스코는 지난해 1월 점포 내에 자체적으로 현금자동입출금기(홈플러스 ATM)를 설치하는가 하면, 4월에는 홈플러스-삼성카드라는 제휴카드를 선보이면서 금융사업에 시동을 걸어왔다.
특히 제휴카드는 훼밀리카드의 마일리지 기능은 물론이고 고객관계관리(CRM) 기능까지 갖고 있어 향후 본격적인 금융사업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 신규 수익원으로도 짭짤 삼성테스코의 소매금융업 진출은 영국의 ‘슈퍼마켓 뱅킹’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슈퍼마켓 뱅킹이란 할인점이 금융기관과 연계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소매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 1997년 영국의 유통업체인 세인즈베리가 처음 시도한 이후,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금융기관과 합작 또는 제휴형태로 금융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예금, 개인대출, 보험, 연금 등을 판매한다.
점포 내 별도 인력을 두고 운영하는 곳도 있고 텔레뱅킹 서비스를 활용해 무인점포를 설치한 곳도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인스토아브랜치’(In store branch)와도 종종 비교되지만, 개념은 많이 다르다.
인스토아브랜치는 금융회사가 판매채널을 유통업체로 확장하는 방식인데, 단순히 은행이 유통업체에 임대료를 주고 입점하는 형태라 시너지를 높이기 힘들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슈퍼마켓 뱅킹은 아직 역사가 짧지만 빠른 속도로 고객수가 증가하면서 기존 금융회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기존 은행이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데 100파운드가 든다면, 슈퍼마켓 은행은 약 25~40파운드 정도만 들이면 된다.
실제 영국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인 테스코사가 스코틀랜드왕립은행과 합작으로 만든 소매금융자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3천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은행들도 이런 장점을 인식하고 유통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삼성테스코의 현경일 팀장은 “새로운 수익원의 역할은 물론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고객유인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본업인 유통업의 매출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동부화재쪽도 기대가 커 보인다.
동부화재의 원승관 부장은 “수요자와의 접촉이 빈번한 대형 슈퍼마켓을 활용하는 것인 만큼 판매층을 넓힐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유통+금융, 시너지 크지만 신중한 접근 필요 이런 맥락에서 유통 전문가들은 유통사들의 소매금융 진출시도가 앞으로도 꾸준히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V홈쇼핑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보험상품을 팔기 시작한 데다, 안정궤도에 오르는 대로 다양한 상품개발에 나설 태세다.
금융사 중에선 롯데카드가 롯데백화점 카드부문을 인수,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유통+금융’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유통업체들의 금융업 진출에는 고객유인 효과 이상으로 본업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LG투자증권의 박진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그동안에는 주로 백화점 카드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경력을 보면서 마케팅에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융사업을 하게 되면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재무상태를 훤히 파악할 수 있게 돼 훨씬 효과적인 마케팅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영국과 달리 국내에선 금융업에 진출하려면 뒤따르는 제약요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테스코가 2002년 11월에 소매금융팀을 신설했지만, 이제서야 아파트 담보대출 업무정도만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업 자체가 리스크가 큰 데다 유통업체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관행이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안정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방식보다 기반이 탄탄한 금융기관과 제휴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계 할인점의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테스코의 사례처럼 금융사와 유통사가 합작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국내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제휴 마케팅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서민층을 위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모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온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온 할인점의 판매방식을 유지한다면 말이다.
어찌됐든 업계에선 올해 유통사들의 금융업 진출모색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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