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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은행권, 모기지론 따라잡기 붐
[비즈니스] 은행권, 모기지론 따라잡기 붐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4.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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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상품 내세워 고객 잡기 안간힘…수수료 수입 등 잇점도 기대 3월 모기지론 시행을 앞두고 시중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기지론의 장점을 채용한 ‘유사 모기지론’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가 하면, 기존 대출상품의 마케팅에도 한층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선보이고 있는 유사 모기지론은 대출기간이 15~35년으로, 일반 주택담보 대출상품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장기대출상품을 취급하지 않던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유사 모기지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모기지론의 본격적인 시행에 대비해 ‘KB 소득공제 장기주택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최장 35년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일정 요건의 근로소득자에게는 최고 1천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연 1~2%의 금리 이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최근 유사 모기지론상품으로 ‘신한장기 모기지론’과 ‘소득공제 모기지론’을 내놓고 고객유치에 나섰다.
신한은행의 ‘신한장기 모기지론’은 변동금리상품이지만 대출금리를 기간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최고 5년까지 대출금을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금리와 대출기간에서 불리 이처럼 은행들이 앞다퉈 유사 모기지론 개발에 발벗고 나선 것은 모기지론 도입이 가져올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모기지론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대출’과 ‘고정금리’라는 데 있다.
그동안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상품은 대출기간이 대부분 3~5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앞으로 모기지론을 이용하면 집값의 70% 내에서 최고 2억원까지, 10~20년에 걸쳐서 돈을 빌려쓸 수 있게 된다.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리변동의 불확실성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주택담보 대출상품은 대출기간 동안엔 이자만 갚아도 되지만, 만기가 되면 대출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반해 모기지론은 원금과 이자를 매월 분할상환하게 되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모기지론이 갖고 있는 이런 장점들은 은행들에게는 커다란 골칫거리다.
모기지론으로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모기지론이 실시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10년 이상 변동금리상품과 3년 만기 대출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상품들은 각각 변동금리로 인한 ‘불확실성’과 ‘짧은 대출기간’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모기지론에 비해 은행권의 상품이 담보인정비율에서 불리하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정부는 이미 모기지론을 취급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게는 담보인정비율을 70%까지 인정해 주기로 했다.
이에 반해 시중 은행은 여전히 40~60%의 담보인정비율 제한에 묶여 있는 상태다.
모기지론으로 집을 사면 집값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기껏해야 집값의 40~60%까지만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정부에 담보인정비율을 높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 가계여신팀의 손홍익 차장은 “담보 인정비율에서 주택금융공사와 시중 은행이 차이가 나는 것은 공정거래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모기지론이 예상처럼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모기지론에도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라면 모기지론으로 대출 받을 경우, 1년의 유예기간을 가진 후 그 다음해부터 원금을 이자와 함께 상환해야 한다.
모기지론이 고정금리라는 장점이 있지만, 10년 이상 고정적으로 매달 원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손 차장이 “의외로 모기지론이 큰 파장을 불러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도 바로 이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들은 일단 모기지론과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모기지론의 본격적인 시행 이후을 조심스레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만기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복병 또 하나. 모기지론 도입이 은행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은행들은 창구에서 모기지론 상품을 팔아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은행들로서는 오히려 모기지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말 못할 사정도 갖고 있다.
2001년부터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실시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곧 집중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004년 한 해 동안만 대략 26조7천억원에 이른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담보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기지론이 도입돼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연장시켜 모기지론으로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가계는 대출원금을 장기에 걸쳐 갚을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든다.
덕을 보는 건 은행도 마찬가지다.
은행도 모기지론을 주택관리공사에 매각해 대출금 연체와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기지론이 가계와 은행의 부담을 동시에 덜어줄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어쨌든 모기지론은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싫든 좋든 은행들은 3월부터 창구에서 장기주택담보 대출상품과 모기지론을 나란히 놓고 팔아야 한다.
이는 모기지론의 성공을 위해서는 은행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은행들은 담보인정비율 상향조정과 함께, 수수료 인상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은행이 모기지론을 판매하고, 이를 주택금융공사에 매각할 경우 0.5% 수준의 채권관리 수수료를 받게 된다.
문제는 은행이 모기지론을 판매하는 대신, 자신들의 주택담보 대출상품을 판매하면 이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은행들이 모기지론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모기지론에 좀 더 적극적일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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