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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세토칼럼] 일본 경제, 다시 보자
[베세토칼럼] 일본 경제, 다시 보자
  • 이홍배/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승인 2004.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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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본 경제를 논할 때 일상용어처럼 사용해 왔던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 경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2003년 일본 경제는 2.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전년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피했다.
물론 1990년대 일본 경제가 2차례의 마이너스 성장과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회복을 도모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2.7%의 성장률은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률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 경제지표가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는 내수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정책을 전개해 왔으며, 그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엔화약세를 통한 수출증대였다.
이에 반해 2003년 일본 경제는 기업의 수익구조 개선에 힘입어 기계수주와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이는데다,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던 개인소비마저 뚜렷한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성장률을 견인하고 있다.
설비투자와 개인소비가 살아나면서 내수부진에 허덕였던 일본 경제가 수출증대와 어우러져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미국 경제의 호황이라는 외부요인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 경제에서 수출의 비중이 단지 1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현재의 경기회복이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일본 GDP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설비투자와 개인소비의 비중은 일본 경제 성장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러한 회복요인이 갖추어지면서 일본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이 단순한 경제지표를 통해서 달라진 일본 경제를 파악할 수 있으나, 그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구조개혁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부분과 금융부분의 강력한 구조조정은 일본 경제의 기초적 경제여건을 견고하게 재구축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강력하고 꾸준한 구조조정은 수익구조와 설비투자를 개선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고용·소득 환경의 호전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개인소비를 회복세로 돌려놓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실 일본 경제가 장기간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개인소비의 침체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 처리문제도 지연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일본 정부의 금융부분에 대한 구조개혁은 경제학적 측면이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획기적이고 과감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 부실채권 처리와 실적상승을 하나의 권고사항으로 요구함으로써, 금융기관은 마침내 비상사태라고 인식하게 되었으며, 비로소 과거의 구태의연한 경영관습을 버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른바 일본 정부의 과감한 구조개혁 노선은 기업 및 경영자의 의식개혁이라는 파생 효과까지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경기상승세가 곧바로 디플레이션 탈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일본 경제는 내수확대를 통한 정상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초적 체력을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감한 구조개혁의 결실이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지난 10여년 동안 일본 경제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장기불황”이나 “잃어버린 10년” 같은 표현은 더 이상 일본에게 어울리지 않게 됐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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