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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기업, 인사태풍 부나?
2. 공기업, 인사태풍 부나?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4.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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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주변이 술렁거린다.
정부가 ‘가능한 한 임기를 보장한다’던 출범 초기의 원칙을 수정해 업무역량 등 경영평가를 기초로 문제가 있는 경영진에 대해 경질성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태풍’이 부는 게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청와대와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오는 4·15 총선 이전에 올해 안에 임기가 만료되는 정부투자기관 등 30여명의 공기업 기관장을 교체할 예정이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 또한 한 케이블TV에 출연해 “그냥 열심히 하셨다는 공기업 기관장들은 새로운 사람으로 뽑을 생각”이라고 밝혀 경질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미 기획예산처의 ‘공기업 및 산하기관 경영혁신 점검평가단’을 가동시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부혁신위원회 등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평가작업을 거의 끝마친 상태다.
정 수석은 특히 “지난 1년간의 경영성과 등을 토대로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평가결과는 수, 우, 미, 양, 가로 나눠 미 이하는 임기와 관련없이 경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올해 들어 농업기반공사와 한국석탄공사 사장이 교체된 데 이어,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새로 내정된 바 있어 기관장 교체 바람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교체 대상으로 떠오르는 곳은 기획예산처가 관리하는 19개 경영혁신대상 공기업 가운데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들이다.
박춘택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과 오영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 오점록 한국도로공사 사장, 고석구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김진배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등이 꼽힌다.
여기에 내년에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교통안전공단과 부산교통공단 등도 경영부실이 심각해 경질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위기 속에 스스로 사퇴하는 기관장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신년 초에 ‘일 잘하는 정부를 통한 신뢰받는 정부’라는 지향점을 분명히 밝힌 노 대통령의 의지와 정 수석의 방침을 놓고 볼 때, 경영실적이 좋지 못한 공기업 사장이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실제로 임기 2년을 남겨두고 1월 초부터 사표를 제출한 배희준 농업기반공사 사장의 사례가 그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관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임태진 수출보험공사 사장도 건강상 이유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간 여러 문제점을 노출한 일부 공기업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인사조치가 잇따르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줄곧 공기업 경영진에 낙하산 인사를 줄이겠다는 뜻을 밝힌 데다, 최근엔 이공계 중심의 전문가가 일선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곧 이을 인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공모를 통해 신임사장 후보를 내정한 것은 공기업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보다 앞서 농업기반공사도 공모를 통해 농업전문가인 전 농림부 차관을 사장으로 뽑은 바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정부가 공기업 기관장을 뽑으면서 공채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이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일부 기관장들의 경우, 공모가 나가기도 전에 이미 결정되거나 응모도 하지 않는 후보자가 임명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확정된 근로복지공단의 이사장으로 방용석 전 노동부장관이 내정된 것 역시 논란거리다.
이미 인사추천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노동부 안팎에서 방 전 장관이 새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선임과정에서도 노동부 윗선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정부산하단체는 모두 42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통령은 44개 기관과 65개 직위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한다.
여기에 장관 등이 임명권을 갖는 자리가 350여곳으로, 이 역시 보이지 않게 대통령의 권한이 미치는 자리다.
물론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20여개 기관장을 새로 임명했다.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인사태풍이 별다른 잡음 없이 지나갈 수 있을지 자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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