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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2030 老테크는 ‘逆모기지’로
[머니] 2030 老테크는 ‘逆모기지’로
  •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 팀
  • 승인 2004.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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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거주하는 김모(64)씨는 최근 정부에서 활성화 방침을 밝힌 역모기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다 1998년 명예퇴직을 한 김씨는 퇴직금으로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개인사업을 시작했다가 큰 손실을 입고 지난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김씨 부부는 두 자녀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자녀들의 형편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그들은 내년부터는 역모기지를 이용해 생활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역모기지(reverse mortgage)는 노인이 소유하고 있는 집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히고 연금식으로 생활비를 대출받는 제도이다.
정부에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역모기지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월 초 역모기지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올 정기국회에 관련 법률안을 상정하겠으며 세제상 지원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역모기지를 적용받는 주택에 대해 등록세와 취득세,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의 50% 정도, 매월 연금으로 수령

역모기지는 3월 하순에 시행하는 모기지론과는 반대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30대에 장기대출 상품인 ‘모기지론’을 이용해 집을 장만했다가 나이 들어서는 ‘역모기지론’으로 집을 처분해 생활비로 사용하는 선진국형 노후제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김씨는 역모기지를 이용해 생활비를 얼마까지 조달할 수가 있을까? 현재 김씨가 거주하고 있는 동부이촌동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5억원이다.
아직 세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미국에선 62살 이상 노인들이 역모기지를 이용할 수 있으며 집값의 50% 정도를 매월 연금식으로 나눠 받는다.
김씨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이 5억원이므로 10년 동안 나눠 받는다면 매달 208만원씩 받을 수 있다.
연금지급액은 담보비율(LTV)과 대출받는 노인의 연령과 건강상태, 예상 생존기간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
김씨의 경우, 연금기간을 20년으로 늘리면 연금액은 104만원으로 줄어들고 7년으로 단축하면 298만원으로 늘어난다.


계약기간 10년이 지나면 금융기관은 집을 팔고 남는 돈을 김씨에게 돌려준다.
대출을 받은 뒤 집값이 상승한다면 이미 받는 대출금을 상환하고 오른 집값을 기준으로 다시 대출 계약을 맺어 더 많은 생활비를 대출받을 수 있다.
연금지급 기간에 이사를 가야 한다면 대출금을 모두 갚은 뒤 집을 옮겨갈 수 있다.
그리고 역모기지 대출을 받은 부모가 사망할 경우에는 대출금을 상환한 자녀가 우선해서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000년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역모기지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용 고객이 거의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역모기지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역모기지제도가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부모들의 집 상속에 대한 의식구조 때문이다.
“굶어 죽지 않는 한 최소한 집만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워낙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모기지제도를 이용할 때 부담하는 이자에 대해서 자녀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해주면 역모기지제도가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가 받은 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자녀가 받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대출금리 역시 역모기지제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대출금리는 모기지제도와 마찬가지로 대출기간 내내 확정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연 5%대 후반이고 모기지제도 금리도 6%대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역모기지제도의 금리는 이보다 낮은 5%대 초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후에 장기대출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담보비율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노후대비 금융상품으로 인기 끌 듯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 준비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는 점에서 역모기지제도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76.5살이고, 여자의 경우는 80살을 넘어섰다.
2002년 현재 65살 이상 노령인구가 전체의 7.9%로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9년에는 노령인구 비율이 전체의 14%를 넘고,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은퇴 후 노후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자금은 얼마나 필요할까? 지난해 하반기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만 60살 부부가 80살까지 약 20년 동안 살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준의 기초생활비인 월 58만9천원과 월 50만원의 여유생활비만 사용해도 총 2억6천만원이 필요하다.
소비 수준을 좀 더 높여 60살 이상 2인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액(월 96만원)을 기초생활비로 쓰고 월 100만원의 여유생활비를 추가로 사용하면 총 4억7천만원이 필요하다.
만약 장기 간병비나 자녀교육 또는 결혼자금, 상속을 위한 자금까지 고려한다면 노후에 여유 있는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이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 10명 중 3명만이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지난해 발표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노후 준비는 미흡하기만 하다.
물론 우리 사회는 노후 준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직장을 잡자마자 결혼자금을 모으고 내집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후에도 자녀의 교육과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후대비 금융상품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역모기지제도의 도입과 활성화는 필연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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