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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성민/엠텍비젼 사장
[사람들] 이성민/엠텍비젼 사장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4.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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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천만대 판매기록엔 다 이유가 있죠

“우리나라 제품 가운데 1년 동안 천만개가 팔린 것이 있나요?” 생전 처음 기자간담회를 해본다는 이성민(42) 엠텍비젼 사장의 첫마디에는 은근한 자신감이 배어나온다.
2004년 1월. 코스닥시장이 한파에서 채 벗어나지 못해 허둥대고 있던 시점에 코스닥 등록에 성공한 것만 봐도 이 사장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주위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회사를 일으켜세우며 힘든 과정을 이겨낸 스토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 사장의 자신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기도 한다.


엠텍비젼은 카메라폰에 내장되는 카메라 관련 핵심 부품인 CCP(카메라 코트롤 프로세서)부문에서 국내 시장의 53%, 세계 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2002년에 고작 7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무려 564억원까지 늘어났다.
시장에서 최근 황제주로 부상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엠텍비젼은 주력 모델인 ‘MV317’을 불과 10개월 만에 1천만대 이상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사실 1천만대 판매 기록은 휴대폰용 비메모리 반도체 단일제품으로는 국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MV317’은 현재 전세계 카메라폰시장의 90%를 차지하는 30만화소급 카메라폰용 비메모리 반도체로, 2003년 6월부터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해 최근까지 매월 50만~200만대의 휴대폰에 장착되었다.


이 사장은 엠텍비젼의 주력 제품인 ‘MV317’의 가장 큰 장점으로 메모리 용량과 기능 면에서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기존 모델들에 비해 2배 이상 메모리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과 데이터 압축저장 능력이 뛰어나 일본에서도 인정받고 있죠.” 이 사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일본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주춤하고 있는 것도 이 사장에겐 행운이다.
현재 CCP 세계 시장은 엡슨과 산요가 각각 35%씩 나눠갖고 있다.
하지만 이 틈바구니 속에서 1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엠텍비젼이 점유율을 늘리는 건 시간문제인 듯하다.
이들 일본 업체들에겐 CCP가 주력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엠텍비젼 입장에서는 기술집중도를 높이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은 아직도 구현할 게 많아요. 반드시 하나의 칩에 통합할 필요가 없는 거죠.” 최근 모든 것을 하나의 칩에 통합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이 사장은 조금 다른 생각을 내비쳤다.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아요.” 이 사장이 카메라폰의 기술경향이 어떻게 변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건 이런 판단에서다.


그럼 한국의 기술 수준을 바짝 뒤쫓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선? 이 사장은 느긋한 자세를 숨기지 않는다.
“CCP시장은 속도감 있고 정확한 타깃이 있어 한국 사람들에게 적당한 시장이죠. 하지만 기술적인 변형이 쉽기 때문에 중국에서 쫓아오기는 여의치 않아요.” 예컨대 중국 기업인 선플러스가 중국에서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장을 엠텍비젼이 치고들어간 걸 잘 되새겨보라는 이 사장의 얘기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 사장은 “이 시장에 다른 기업이 진출하려 한다면 말리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미 이 시장은 속도가 붙었기 때문에 후발업체들이 따라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논리다.
대신 요즘 이 사장의 머릿속엔 새로운 상품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단다.
여러 가지 복안이 맴돌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서 과연 어떤 해답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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