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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 몸집을 키워라!
[비즈니스]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 몸집을 키워라!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4.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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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행 뒤따라 PB사업본부 신설…외형보단 내실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하나은행이 프라이빗뱅킹(PB)사업 띄우기에 발벗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1일 PB사업본부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PB사업단위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물론 하나은행은 보람은행 시절 이미 VIP마케팅 형식의 PB서비스를 도입한 적이 있다.
지금도 자산 규모 10억원 이상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웰스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PB영업을 해오고 있음에도 굳이 PB사업본부라는 거창한 이름을 새로 내걸고 나설 필요가 있었을까? 여기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바로 씨티은행을 포함한 경쟁은행들보다 행보가 크게 뒤쳐져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 전쟁에 뛰어든 셈이다.
흔히 PB의 고객층은 금융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3단계로 나뉜다.
100억원 이상의 초부유층, 100억원에서 10억원 사이의 부유층, 10억원에서 1억원 사이의 대중부유층이 그것이다.
PB사업의 선발은행인 하나·조흥·신한·씨티은행의 고객층은 대부분 중간층인 부유층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 아래 단계인 대중부유층에 대해서는 각 은행이 이른바 VIP 마케팅 중심의 영업을 집중해 왔다.
그런데 국내 PB시장이 급팽창하고 은행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은행들은 핵심 타깃을 대중부유층으로까지 넓히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얼마 전 PB고객의 기준을 아예 3억원 가량의 자산을 가진 고객들로 낮췄다.
대중부유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전면에 내건 것이다.
이번에 하나은행이 PB사업본부를 띄운 것도 이런 움직임과 맥이 닿아 있다.
이미 금융자산 규모 10억원 이상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PB사업을 진행해 오고는 있었지만, 경쟁은행들이 대중부유층까지 파고드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탓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신한은행이 PB사업팀을 사업본부로 격상시키자 하나은행도 뒤늦게 분주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뒤늦은 움직임에 대해선 PB시장의 전체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뭐니 뭐니 해도 고객 1인의 금융자산 규모가 10억원 이상은 돼야 진정한 PB영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유층 이상의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지향하는 PB영업의 큰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내 PB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은행들이 서둘러 조직만 키우고 보자는 식의 움직임을 보인 것을, 하나은행이 따라가고 있다는 우려다.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로 PB분야에서도 국내 은행들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이 외형적인 규모만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키우는 쪽에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내 PB들이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금융상품의 수가 10개를 넘지 않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작해야 주가연동상품, PB전용펀드, 외화표시채권 정도뿐이다.
게다가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과정에서도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내년 종합재산관리신탁을 허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PB시장 규모는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은행들과의 한판 승부를 앞둔 지금, 그간 PB시장의 선발주자로 군림해 온 하나은행은 뒤늦게나마 몸집 불리기에 나서며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업단위의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당장 기존의 ‘웰스매니지먼트’ 서비스에서 달라질 것이라곤 전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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