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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심리학] 비즈니스에서의 ‘안전거리’
[비즈니스심리학] 비즈니스에서의 ‘안전거리’
  • 우종민/ 서울백병원
  • 승인 2004.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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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첫 직장을 가진 김씨는 영 우울하기만 하다.
밤을 새워 자료를 준비하고 신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는데도 영업실적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김씨는 요즘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선배를 쫓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이선배가 하는 인사말이나 제품 설명을 들어 보니 자기와 별 차이도 없는 듯하다.
그래서 오히려 고민이 더 커졌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손님과 상담을 하는 이선배의 모습을 좀 더 유심히 관찰한 김씨는 그제야 뭐가 다른지를 조금씩 깨달아갔다.
우선 앉는 자세와 각도가 남들과 달랐다.
보통 고객의 정면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선배는 옆에 비스듬히 앉아서 같이 소개자료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지지는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김씨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비결이 뭐냐고. 별것 없다면서 손사래를 치던 이선배가 결국 씩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영업사원이 물건을 팔 때는 가급적 고객의 옆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아. 대개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지. 본능적으로 대결 욕구가 자극되거든. 그렇다고 완전히 옆에 바짝 붙어 앉는 것도 금물이야.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너무 가깝게 다가오면 부담스러워지잖아.” 실제 비즈니스에서의 만남은 대체로 테이블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90도 정도의 각도로 앉는 것이 좋다.
즉 시선이 약간 교차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
자세는 관계 형성의 다이내믹을 그대로 나타낸다.
연애할 때를 떠올려보자. 처음 만나서 데이트하다가 카페에 갔는데, 상대방이 대뜸 옆자리에 앉으면 경계심부터 들지 않겠는가. 아직 두 사람 사이가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볼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그러니 옆에 바짝 앉는 것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모든 동물이 마찬가지다.
‘안전거리’(Safe distance)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애를 걸려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가까워질 기회를 찾아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비껴 앉는 것이 좋다.
그러다 안전거리 안에 살짝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상대의 반응을 살핀다.
차츰 경계가 무뎌지면 결정적인 순간에 바짝 접근해서 결판을 낸다.
그것이 성공하는 연애의 비결이다.
비즈니스에서의 승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몸의 각도나 자세뿐만 아니라 시선처리 및 표정관리 등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첫인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일단 표정이 좋아야 한다.
인상이 좋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좋은 인상의 기본은 웃는 얼굴이다.
사실 이건 삼척동자도 아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그 상식이 마음먹은 대로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을 때가 있다.
게다가 우리의 눈은 앞만 보게 되어 있으니 정작 중요한 내 표정은 보지 못한다.
이럴 땐 거울을 활용하자. 화장실에서 양치할 때 거울을 보면서 이리저리 웃어보자. 회사에서 아무리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거울을 보자. 씩 웃으면서 “야, 뉘 집 자식인지 참 잘 생겼다.
역시 넌 멋진 놈이야.”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나면 기분이 확 달라진다.
시선 처리도 중요하다.
눈의 방향과 얼굴의 방향을 일치시켜야 한다.
몸이나 얼굴은 그대로 두고 눈만 움직이면 차갑고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시선을 고정시켜 너무 오래 쳐다보면 도전적인 인상을 준다.
그냥 들을 때는 상대 얼굴의 측면을 향하다가, 설득하거나 이야기를 매듭 지을 때는 눈을 맞추고 반응을 보면서 확실하게 전달하자. 여러 사람과 회의를 할 때는 골고루 시선을 나누어 주는 것이 좋다.
한 사람에게만 눈길을 주면 나머지는 소외받는 느낌을 받게 되어 무의식적으로 반감을 갖게 된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마음속으로 한번 떠올려보자. 내가 사람을 만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졌던 표정이나 시선, 몸의 자세 등을 그려보자. 여러분의 인간 관계를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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